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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일요일밤 10시 30분 방영되는 JTBC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은 어머니의 된장국같은 프로그램이다. 혀끝이 아릴 정도의 강렬한 자극이나 시각적 쾌감을 주진 않지만 담백하고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국내 정상급 뮤지션인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 출연하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미션’이나 ‘도전 과제’는 없고, 긴박감을 배가 시키는 자극적인 ‘자막’도 없다. 노홍철과 뮤지션 세명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노래를 준비하고,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펼쳐 그 음악을 공유하는 게 전부다. 멤버들의 갈등도 존재하지 않고, 버스킹의 성공과 실패 여부도 출연진이나 제작진의 관심사가 아니다.

최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비긴어게인’의 오윤환 PD에게 출연진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이소라에 대해서는 ‘국내 여가수 중 유니크한 뮤지션’이라고 답했고, 유희열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될 쌀밥 같은 존재였다”며 고마워했다. 윤도현의 성실함과 열정을 높이 평가했고, 노홍철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의 윤활유 내지는 스펀지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문화, 음악 취향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반영됐나. 예를 들어 첫 여행지는 영화 ‘원스’ 배경인 아일랜드 더블린이었고, 프로그램 제목도 ‘비긴 어게인’인 등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 초반엔 자주 언급됐는데.

딱히 존경심을 드러낸 건 아니었다. PD로서 프로그램을 내놓을 때 버스킹이 뭔지 모르는 시청자도 많을 테고, 버스킹을 이해시키기 쉬운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버스킹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영화가 원스였다. 또 버스킹이 가장 익숙한 나라가 아일랜드더라.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을 프로그램에 투영하는 건 부담스럽다.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일 뿐이다.

아일랜드 여행 시 U2 등 여러 팀이 공연한 슬레인 캐슬은 여행 책에도 안나오는 곳인데 나는 각종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알고 있었고, 마침 그곳을 제안한 윤도현과 협의해 답사를 한 것, 그룹 린킨 파크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세상을 떠났을 때 프로그램 뒷부분에 5초 정도 추모메시지를 넣은 정도가 음악 예능이기에 허용한 부분 정도다.

-유희열은 프로듀서 겸 MC라 프로그램내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유희열은 예능MC도 겸하니, 콘셉트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처음엔 고민하더라.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예능인지, 음악인지, 확실히 잡고 가기보다 무작정 떠났으니까. 사실 유희열은 ‘알쓸신잡’에서도 드러났지만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하며 출연자들의 방송 분량을 배분하고, 챙겨주는 데 능하다.

내가 초반에 유희열 형에게 ‘일요일 밤에 하는, 하루와 일주일을 마무리 하는 프로그램이다. TV를 트니 잘 아는 음악, 잘 아는 가수가 나오고, 착한 사람들이 잘 지내다가 좋은 노래를 부르는 내용이다. 하루, 일주일을 마무리 하며 힐링 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게 형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 형도 어렴풋이 그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운좋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프로듀서이니 세명이 음악할 때 방향을 제시해주길 바랐는데, 형 덕분에 편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제작진이 버스킹할 곡을 미리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처음엔 버스킹 때 몇곡을 불러야 하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마디로 제작진도, 가수도 맨 땅에 헤딩을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선곡 회의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희열이 그런 과정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매끄럽게 이끌었다.

-유희열이 각종 예능에서 요즘 각광받는 이유는.

리액션이 좋다. 다른 이의 이야기에 잘 웃어준다. 조율 능력도 뛰어나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쌀밥 같은 존재다. 보컬 이소라, 윤도현의 뒤를 받쳐주는데, 결코 쉽지 않고 힘든 일인데도 묵묵히 해줘 고마웠다. 드러나진 않지만 없으면 절대 안되는 인물이다.

-이소라는 프로그램에서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여자 가수 중 가장 유니크한 분 중 한명이다. 꼭 함께 하고 싶었다. 실제 모습도 방송에 나온 그대로다. 음악적으로는 섬세하지만 귀엽고 활발한 면도 있다. 말도 많다.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언제 이 세명의 뮤지션이 완성되지 않은 곡을 다듬는 과정을 보겠나. 그런 경험이 좋았다.

-프로그램에서 윤도현은 적극적인 모습이 돋보이던데.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점은 함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촬영할 때부터 알았는데, 그런 걸 새삼 깨달았다. 촬영 전에 버스킹 멘트 준비를 미리 하고, 모든 준비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다. 버스킹을 시작할 때 작은 스피커로 먼저 노래를 부르는게 쉽지 않은데, 언제나 먼저 치고나가 분위기를 조성해줬다. 시청자들이 윤도현의 매력 알아봐주는 거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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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 오윤환 PD. 사진 | JTBC 제공

-프로그램에서 유일한 비음악인인 노홍철의 역할은 어땠나.

노홍철은 데뷔 시절부터 잘 알던 동생이다. 호기심 많고 여행을 좋아한다. 그에게 바랐던 역할은 진행자가 아니라, 뮤지션 세명 사이에서 특유의 활발함으로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이었다. 음악하는 형·누나를 따라다니는 동생 느낌을 원했다.

형·누나들이 오래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신선하더라. 엄청난 베테랑들인데도 저렇게 연습하는구나 감탄하게 됐다. 내가 그런걸 지켜보는 역할을 할 수 없으니,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그런 걸 느끼길 원했다. 홍철이가 음악 하는 사람들과 여행하며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출연한 음악인 세명이 모두 쟁쟁한 베테랑들이다. 얼마나 예민하겠나. 그 사이에서 특유의 밝은 유머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게 윤활유, 스폰지 역할을 해줬다. 그 때문에 네명이 끝까지 잘 다닐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인 건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착하더라.

-개인적으로 ‘비긴 어게인’에서 출연진이 부른 곡 중 어떤 노래를 좋아하나.

스위스 여행 마지막날 부른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방송에서 확인해 달라.

-멤버들이 3개국을 여행했다. 마지막 ‘스위스 편’을 시작했는데, 편집을 할 때 이전 두 나라(아일랜드, 영국) 때와 다른 걸 보여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

매번 부담이다. 비단 스위스를 간다고 더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라, 모든 방송은 매회 부담이다. 부담 총량은 똑같다. 15년 넘게 해도 촬영 전날은 잠이 안온다.

-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어떤 요소를 가장 중시하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궁금증’이 가장 큰 것 같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낯선 곳에 가면 어떨까, 학교에 교복을 입고 가면 어떨까가 궁금했다. ‘솔로워즈’는 남자 50명, 여자 50명을 풀어놓고, 돈을 주며 짝을 지어주면 어떨까 싶었고, ‘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 때는 누군가 소개팅나선 사람의 뒤에서 얘기해주는 상황을 만들면 웃길지가 궁금했다.

-‘비긴어게인’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은.

시청률만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나왔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을 통해 듣고 싶은 말까지 미리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PD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청률로 평가받는 직업이다. 상품을 내놓을 때 거기에 중점을 두는 게 제일 중요하다. 어떤 말을 들어야겠다는 것까진 생각 안한다. 그건 평론가, 기자, 시청자의 영역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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