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한국 농구 대표팀 허재 감독이 9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레바논에 패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코트를 벗어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농구협회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컵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란을 비롯한 아시아 정상급 국가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국제무대 경쟁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한국은 20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준결승에서 이란에 81-87로 패해 2003년 이후 14년 만에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직전 대회인 2015년 6위에 그쳤던 부진을 씻고 ‘아시아 농구 강국’의 자존심을 어느 정도는 회복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인 218㎝의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가 이끄는 이란의 압도적인 높이에 밀려 1쿼터 한때 6-27까지 뒤지던 한국은 이승현(25·오리온)이 하다디를 전담마크하고 전준범(26·모비스)이 연거푸 3점포를 가동하면서 추격에 나섰다. 마침내 3쿼터에 역전에 성공해 4쿼터 중반까지 리드를 지켰으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란은 4쿼터 중반 사자드 마사에키의 2득점과 모함마드 잠시디의 3점 슛으로 75-71로 다시 승부를 뒤집었고 하다디가 골밑에서 연속득점을 올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비록 패했지만 아시아 정상 탈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김주성(38·동부), 양동근(36·모비스) 등 대표팀 터줏대감들이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뤘다. 오세근(30·KGC인삼공사), 김종규(26·LG), 이승현, 이종현(23·모비스) 등 ‘빅4’가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고 김선형(29·SK), 박찬희(30·전자랜드)에 최준용(23·SK) 등도 장신 외곽 요원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정현(30·KCC), 전준범, 허웅(24·상무) 등이 조성민(34·LG)과 문태종(42·오리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슈터로 자리잡았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귀화 선수까지 가세한다면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향상된다.

11월부터 시작되는 2019년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커다란 소득이다. FIBA는 2015년 농구 월드컵까지는 지역별 예선 대회를 통해 본선 출전권을 나눠줬으나 2019년 대회부터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예선 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예선 A조에서 중국, 뉴질랜드, 홍콩과 함께 2018년 7월까지 홈과 원정을 한 번씩 오가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 중국은 이번 대회 8강에서 호주에 패해 4강에도 들지 못했고 뉴질랜드와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내에서는 드물었던 대표팀 경기에서 중국, 뉴질랜드 등과 명승부를 펼칠 경우 농구의 인기몰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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