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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강원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박효진 강원FC 감독대행.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최윤겸 감독께서 ‘그냥 그렇게 됐다’고만 말씀하셔서….”

수원삼성 원정 경기에서 3-2 신승을 이끈 박효진(45) 강원FC 감독대행은 격전을 치른 지 하루가 지난 20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힘겨웠던 닷새를 돌아봤다. 강원의 수석코치인 그는 14일 최윤겸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놓으면서 감독대행으로 수원 원정 경기를 준비했다. 최 감독이 물러난 것을 두고 표면적으로는 최근 성적 부진에 따른 자진 사퇴로 매듭지었으나 박 감독대행은 수원과 킥오프 전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팀 분위기가 안 좋았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성적 외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감독대행도 최 감독 사퇴를 당일 기사를 보고서 알게 됐다. 그는 “솔직히 (감독 사퇴 보도가 나간 날)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이 많이 당황했다”며 “최 감독께 전화를 드리니까 별말씀 안 하시더라. ‘그냥 그렇게 됐다’고만 하셨다. 나 역시 감독과 구단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섣불리 더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 감독대행은 2009년 강일여고 축구부 감독직을 맡은 적이 있으나 프로에서 수장을 맡은 건 처음이다. 그것도 상위권 경쟁 중인 수원 원정길이었기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 애매하게 떠난 감독의 자리를 메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혹여 무기력하게 패할 경우 팀이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을 걸을 수 있었다. 그는 “전술 준비나 당일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경기를 대하는 우리 선수들의 자세를 바로잡는데 주력했다. 경기 전날 선수들에게 ‘우리 직업이 프로축구선수이니 (현재 혼란에도) 스스로 이름값과 자존심을 지키고 그런 것을 운동장에서 보여주자’고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강원은 베테랑 선수가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신태용호 1기’에 승선한 공격수 이근호에게 주장 임무를 맡겼고 누구보다 미팅을 자주 했다.

결과적으로 반전의 승리였다. 시즌 초반 2위까지 올라섰던 강원은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한 가운데 6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은 후반 막판까지 수원과 두 골씩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맞섰고 후반 39분 이근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진성이 차 넣어 한 골 차 승리를 따냈다. 지난 경기에서 옆구리를 다친 이근호는 이날 매튜와 충돌해 또다시 부상 부위에 충격을 받았지만 끝까지 참고 뛰었다. 박 감독대행은 “이근호를 비롯해 팀내 선참 선수들이 최 감독을 잘 따랐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 수원전에서도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어서 이겼는데 오히려 끝난 뒤 최 감독께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승격 팀 강원은 조태룡 사장 주도로 호화멤버를 영입하면서 클래식에서 도약을 꿈꿨다. 여러 팀에서 이름값 있는 선수가 모인 만큼 최 감독이 팀을 만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새 수장이 오더라도 어느 정도 과도기가 불가피하다. 박 감독대행은 “솔직히 새 감독이 오시면 우리도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 임무는 새 감독이 부임할 때까지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 잘 추스르는 것 뿐”이라고 했다. A매치 휴식기에 돌입한 강원은 24일 재소집해 25일부터 다시 훈련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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