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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상징하는 소양강처녀.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선 그녀의 당당한 동상이 소양강을 지키고 있다.
[가평·춘천=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가장 낭만적인 탈것을 타고 가장 낭만적인 도시로 간다. 커플이면 좋겠지만 “차라리 혼자면 좋겠네”란 노랫말처럼 혼자라도 상관없다. 닭갈비만 혼자서 2인분 먹으면 된다.(보통 1인분 씩은 안판다)이제 어딘지 감을 잡았을 듯하다. 강원도의 중심, 낭만의 중심 춘천이다.로맨틱이란 말이 절로 앞에 딱 붙어버리는 도시 춘천(春川)은 언제가더라도 편안히 갈 수 있는 곳이다. 다림질하듯 전철이 오가고 근사한 ITX청춘이 매시간 경춘선을 달린다. 막바지 휴가철에도 그리 막히지 않아 더욱 좋다. 막힌대봤자 고작 두 시간이다.가는 길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렇든 저렇든 안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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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춘천역 앞 풍물시장. 먹거리 천국이다.
◇춘천가는 기차

춘천엘 간다면 기차를 타는 것이 좋겠다. 책을 한 권 들고서 말이다. 두 권이면 무겁다. 갈 때 반절, 올 때 나머지 반절씩 읽고, 그 중간에 슬쩍 잠들면 된다. 이왕이면 춘천에 관한 책이면 좋겠다.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도 좋고, 이외수의 책도 좋겠다. 김유정 문학촌장(전상국)이 쓴 ‘춘천 사는 이야기’,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등 춘천 사는(또는 살았던) 작가들의 책을 들고 가면 좀더 여행길이 푸근하겠다. 운전대를 놓았는데 좀 자면 어떤가. 철바퀴가 레일을 지치는 리듬은 꼭 잠잘 적 심장박동같아 잠이 잘 든다.

노래는 ‘춘천가는 기차(김현철)’가 좋겠다. 기차와 소나무(이규석)나 고래사냥(송창식), 남행열차(김수희)까지 기차를 소재로 한 노래를 모았다 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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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춘천에 마련한 상상마당. 대자연 속 예술과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 2층에서 본 거미줄 모양 조형물.

예쁜 백양리, 강촌역을 지나 비로소 남춘천역에 내린다. 바로 인근에 풍물시장이 있으니 총떡이나 막국수로 막간 허기를 달래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에 딱이다. 총떡이란 춘천에서 속에 고기와 채소를 볶아 말아낸 메밀전병을 말한다. 매콤하고 구수하니 춘천까지 와서 아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역에서 도심은 가깝다. 야경이 멋진 소양강변이나 공지천은 일단 놔두기로 했다. 사실 더워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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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낭만시장(구 중앙시장)은 재래시장과 핫한 젊은 가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춘천낭만시장을 먼저 들렀다. 오죽하면 저 이름이 붙었을까.(원래는 중앙시장이었다.) 낭만이 넘쳐난다. 오랜 전집과 순대국밥집, 미장원 등 전통시장에 있을 것은 죄다 있고 2층엔 근사한 숍들이 가득 차있다. ‘살짝해서 살짝파마, 뽀글뽀글 뽀그리파마’ 파마전문이라 붙여놓은 옥머리방엔 손님이 많다. 개인적인 사정(?)만 아니면 시원한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고 나올까 했지만, 어려움이 많은 터라 포기하고 매운 모이 줏어먹은 닭처럼 그 주변만 뱅뱅 돌았다. 시장에서 나오면 바로 육림고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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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낭만시장에서 육림고개로 이어진다. 육림고개에는 옛추억을 자극하는 다양한 점포와 커피숍, 사진관 등이 있다.

추억을 리콜시키는 아주 오랜 풍경의 고갯길. 사진관도 낡은 수퍼도 기억 속 모습 그대로 고갯길을 지키고 있다. 총떡과 빈대떡파는 집도 있다. 덕분에 고갯길 넘는 일이 힘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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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상징 소양강처녀상. 춘천시내까지 얼싸안은 의암호 주변엔 시민 휴식공간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춘천의 낭만적인 밤

잘 알려진대로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의암호, 춘천호, 소양호 등 주변에 멋진 호수가 아주 많다.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춘천 주변은 곳곳에 건설된 댐으로 형성된 호수다.

사람들은 춘천하면 소양강을 먼저 떠올리지만 춘천의 가장 중심에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의암호가 있다. ‘씩씩한 소양강 처녀’상이 강물 위에 우뚝 서있는 곳, 소양강변으로 부르는 곳이 바로 의암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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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과 이어진 의암호.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의암호는 춘천 시내를 빙 두르고 있는데 유명한 중도와 위도 등도 죄다 의암호에 있는 섬이다. 의암호에는 스카이 워크가 두 곳이나 생겼다. 하나는 소양강 스카이워크, 또 하나는 의암호 스카이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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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스카이워크. 다리모양으로 호수 위로 투명 바닥 데크가 쭉 뻗어있다.

시내와 가깝고 소양강처녀상 옆에 자리해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길이 174m의 현수교 모양이다. 투명 바닥 구간만 무려 156m에 이른다. 발바닥이 근질근질 오그라들고 머리엔 손오공 띠같은 것이 죄어든다. 아찔하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0m 높이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며 걷게 된다. 밤나들이 온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는 광장에서 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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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에 쉬어갈 수 있는 KT&G 상상마당. 홍대 앞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의암호 스카이워크는 길이 190m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맑은 물을 바라보며 호숫가에서 불어드는 바람을 실컷 쐴 수 있다.

의암호 북쪽엔 화천으로 이어지는 춘천호가 있고 북동쪽으로 가면 소양호다. 북한강은 남서쪽으로 내려가 강촌, 가평, 청평, 팔당으로 이어졌다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만나 비로소 거대한 한강을 이루고 서해로 흘러든다.

의암호를 바라보며 예술과 더불어 쉬어갈 수 있는 KT&G 상상마당도 꼭 들러볼 만 하다. 상상마당은 홍대 앞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민물매운탕 타운’으로 유명한 춘천댐은 북한강에 있다. 댐 주변에 낚시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유원지가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토이로봇 등 관광명소도 이 근처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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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참전 기념비와 마주한 공지천 인근 근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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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한복판을 관통하는 공지천의 야경도 근사하다.

시내엔 의암호로 흘러드는 공지천이 가로 지른다. 둔치에 산책로와 조명을 설치해 시민공원 역할을 한다. 조각공원도 있다. 천변에 바로 붙은 커피숍과 쉼터가 있어 시원한 밤바람 맞으며 커피 한잔을 즐기기 위해 카페를 찾는 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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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은 시원한 여름밤 야간 산책을 하러 온 시민들이 많다.

이곳엔 1968년 개업, 국내 최초로 로스팅한 원두커피를 선보인 집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에티오피아 군 기념탑과 기념관이 이곳에 있어, 예가체프로 유명한 이디오피아 산 커피 원두 또한 어느 곳보다 춘천에 가장 먼저 상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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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닭갈비 중 직화에 구워먹는 숯불닭갈비. 샘터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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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놓을 수 없는 맛 춘천 막국수. 동해막국수.

◇춘천을 맛보다

춘천은 닭갈비의 도시다. 도심을 걷다보면 거리는 죄다 닭갈비를 파는 집이다. 편의점보다 많아 보인다. 닭 입장에서 보자면 춘천은 고탐시티(배트맨에서의 타락도시)처럼 무서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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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닭갈비에는 철판과 숯불 2종류가 있다. 모두 맛있다. 사진은 샘터닭갈비의 숯불닭갈비.

세상의 많은 예(例)처럼 닭갈비에도 두 종류가 있다. 철판과 숯불 닭갈비, 하나는 두꺼운 번철 위에 닭고기를 뭉텅 썰어올리고 양배추, 고구마, 당면 등을 함께 볶아먹는 익숙한 닭갈비다. 뒤늦게 유행하고 있는 숯불닭갈비는 석쇠에 미리 밑간과 양념을 한 닭고기를 올려 구워먹는 방식이다.

취향에 따라 볶는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직화로 구워 불향을 즐기는 이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맛봐야 한다는 것. 춘천이 본향인 닭갈비는 전혀 색다른 이 두가지 맛을 전국에서 따라갈 곳이 없다. 이왕 떠나온 여행이니 자신이 사는 동네에도 있는 음식을 맛보기보다는 여기서 먹고 가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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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떡은 메밀전병을 이르는 말이다. 동해막국수.

막국수는 또 어떠랴. 입맛 떨어지게 만드는 더위 앞에선 시원하고 깔끔하게 한끼를 때울 춘천막국수로 대항해야 한다. 메밀향 깊은 국수 면발에 김가루와 시원한 육수를 말아낸 막국수 한사발이라면 늦여름 더위는 그대로 잊혀진다.

강원도의 중심이자 교육도시인 춘천에는 남녀노소 각각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요리가 있다. 민물매운탕 역시 3개의 강과 3개의 호수를 품은 ‘호반의 도시’로서 강세를 보이는 매력 식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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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곳곳에서 민물매운탕을 즐길 곳이 많다.

쏘가리와 빠가사리, 메기 등을 넣고 맵싸한 양념에 부글부글 끓여낸 민물매운탕은 거두리, 퇴계동, 명동 등 춘천시내와 춘천댐 인근에서 찾아먹을 수 있다. 춘천댐 매운탕촌은 민물매운탕을 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모여있다. 늦여름볕에 상기된 춘천호를 바라보며 매콤한 국물에 지친 속을 달래고 흘린 땀을 영양기 가득한 국물로 채울 수 있다.

낭만이 별 거더냐. 좋은 사람(자기 자신을 포함해서)과 어여쁜 곳에 가서 맛난 음식 먹고 오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된 거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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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춘천에 위치한 제이드가든.

여행정보

●주변 둘러볼 만한 곳=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춘천 제이드가든 수목원도 춘천 남면에 있다. 이달 27일까지 매일 오후 10시까지 운영 중이라 야간 수목원 산책이 가능하다. 밤이 내려앉은 수목원에 풀벌레가 우는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여름밤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어둑해질 무렵 제이드가든 광장에서 버스킹(출연 모노클) 공연을 즐긴 후 밤의 화폭에 푸른 그림자를 남기는 숲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야간에는 튀지 않는 은은한 간접조명과 방문자센터 외벽에 투영되는 미디어 파사드 영상 등 아름다운 밤을 만끽할 수 있는 볼거리가 많다. 버스킹 공연은 이제 19, 26일 두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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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안강촌 뮤직&비어페스타.

백양리역과 바로 이어지는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는 다음달 15~16일 제1회 엘리시안 뮤직&비어 페스타를 진행한다. 풀벌레 울어대는 시원한 푸른 잔디 위에 인디뮤지션이 공연하고 댄스&EDM 파티를 연다. 강촌을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로 만들어 줄 축제는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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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 마을 쁘띠프랑스에 전시된 프랑스 고전 인형들.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가 가득하다.

춘천 가는 길에 위치한 가평 쁘띠프랑스는 강변 언덕에 세워진 이국적인 분위기의 동화 속 나라. 프랑스 남부 지방 전원마을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다양한 전시물과 전시관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오르골 연주, 마리오네트 공연, 기뇰 공연 등 풍성한 공연과 함께 직접 수집한 미술품과 인형, 가구, 식기, 의상 등 유럽의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어 체재 시간이 긴 알찬 관람시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단지 내 각각 다른 콘셉트로 디자인한 객실 26개가 있어 동화 속에서 잠들고 대자연 속에서 깨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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