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신태용 코치 \'재미있게들 하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4년 9월 2일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돼 훈련을 소화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신태용호’ 출항을 앞두고 정신력이 화두에 올랐다. 태극전사들 기강이 예전같지 않다는 뜻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전만 해도 ‘한국 축구하면 똘똘 뭉쳐 싸우는 정신력밖에 없어 문제’라는 평가가 흔했는데 세상이 달라졌다.

사실 정신력이나 기강 문제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한·일 월드컵(4강)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16강)에서 한국 축구가 성과를 이루고,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이를 위해 대표팀 감독들이 물밑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010년 무렵부터 대표팀 역사를 곁에서 지켜본 관계자는 “박지성, 이영표가 있을 때만 해도 대표팀의 중심이 나름대로 잘 잡혔던 것 같다”며 “이후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 주류가 됐다가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 비중이 늘어났다가 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돌이켰다.

그가 주목한 것은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의 시대였다.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이 국내파·해외파로 말 많았던 태극전사들의 단합에 플러스로 연결되길 바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 땐 대표팀 선수들이 각각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 국내파, 해외파의 구분은 사라졌지만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털어놓았다.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이탈리아 페루지아에서 뛰지 못하는 안정환을 휘어잡고 대학생이었던 차두리를 과감하게 발탁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카리스마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없었다. 오히려 온갖 소문과 비판만 남긴 채 유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왔다. 신 감독의 경력은 다채롭다. 한국 축구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망신한 뒤 급부상한 그는 그 해 9월 베네수엘라 및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팀 감독대행을 맡아 위기의 한국 축구를 잘 수습했고 이후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했다가 ‘소방수’로 올림픽 대표팀,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차례대로 역임해 무난한 성적을 올렸다. 각급 대표팀을 두루두루 지도하면서 소통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신 감독은 지난 14일 26명의 최종엔트리를 발표했는데 수비수 권경원 말고는 2014년 이후 신 감독과 어느 대표팀에서든 태극마크를 달고 한 번이라도 마주쳤던 선수들이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기성용, 손흥민과 친화력이 좋다. 신 감독은 2005년부터 호주 브리즈번에서 생활했는데 당시 10대 중반의 기성용이 축구 유학을 하고 있었다. 손흥민과는 지난 해 리우 올림픽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았다. 2009~2012년 성남 감독을 맡으면서 국내에서 뛰고 있거나 뛰었던 선수들도 훤히 파악하고 있다.

이런 이력은 신 감독이 26인 엔트리를 비빔밥처럼 만드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신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모든 선수가 선발 대상임을 천명했다. 이동국과 염기훈도 뽑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파, 해외파, 젊은 선수, 베테랑 선수 등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골고루 선발했다. 여기에 슈틸리케 감독 시절 문제였던 소통 부재를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차두리와 김남일 등 두 ‘형님 코치’들도 추가했다. 소집 기간은 아니었지만 신 감독부터 코치들까지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 해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를 브라질 월드컵 직후 대표팀 코치로 세우고, 올림픽 대표팀과 U-20 대표팀 감독으로 올린 이용수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U-20 월드컵 기간 중 “신 감독이 지도한 팀들도 문제는 다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약점을 메우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게 뭔가를 파악한 뒤 전술로 옮겨놓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가대표팀에도 이면엔 여러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 감독은 모든 논란을 자신이 끌어안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마이너스 요인을 메우기보다 플러스 요인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출발선 앞에 선 그의 축구가 이제 시작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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