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KIA 김주찬, 815 유니폼 입고...펄펄? 선제 홈런포~!
KIA 김주찬이 15일 광주 NC전에서 0-0으로 맞선 1회 첫 타석을 맞아 선제 솔로 홈런을 쳐낸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후속 타자 버나디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의 베테랑들 이른바 ‘김형호’(김주찬-최형우-이범호) 삼총사가 드러난 성적보다 더그아웃 뒤에서 더 큰 가치를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흔히 말하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로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듬직한 기둥처럼 팀을 받친다.

‘캡틴’ 김주찬(36)은 6월부터 불같은 타격으로 3할 타자로 복귀했다. 5월 후반까지 1할대 타율에 허덕여 KIA 김기태 감독이 “괜히 주장을 시켰나 싶어 미안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김주찬은 손목 통증으로 2군에 다녀온 뒤 6월 10일부터 타격감을 끌어 올리기 시작해 지난 15일 현재 타율 0.307를 기록 중이다.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원인을 찾아 무던히 노력하면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출중한 실력뿐만 아니라 ‘캡틴’ 답게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난 6월 25일 NC에 3연패 해 공동 선두자리를 내줬을 때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김윤동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승혁 등 후배 투수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며 “맛있는 것 먹고 힘내라”고 주문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담이다.

[SS포토]김주찬-최형우, \'아...비가...\'
KIA 김주찬과 최형우가 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7 KBO리그 KIA와 kt의 경기에 앞서 비가 내리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KIA와 kt의 경기는 결국 우천 취소 되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형우(34)는 ‘우승 청부사’ 답게 흔들리는 후배들의 마음을 다잡는 역할을 한다. 타격에 관해 여러 조언도 하지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길 때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근 팀 밸런스 붕괴로 2위 그룹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최형우는 “우리가 하던 야구만 계속하면 된다. 40경기 남짓 남겨두고 6경기 차를 뒤집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승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가진 ‘1위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말 한마디로 불식시킨 셈이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삼성시절이던 2011년부터 4연패 위업을 달성한 경험에 나온 조언이다. 4년간 100억원을 받는 슈퍼스타이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신인선수처럼 뛰어다닌다. 후배들, 특히 좌타자들이 타격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선배이기도 하다.

선수단 내에서 ‘상왕’으로 불리는 이범호(36)도 마찬가지다. 김주찬과 최형우가 보듬어주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쓴다. 지난 15일 광주 NC전에서는 3-1로 앞선 6회말 무사 1, 2루 기회에서 교체되는 수모도 당했지만 “팀 승리를 위해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감독님께 힘을 드리지 못해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KIA 프랜차이즈 최초로 1000타점을 돌파했고, 역시 팀내 첫 개인통산 300홈런에 1개를 남겨두고 있어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성적보다 후배들의 성장을 더 바라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최원준, 고장혁 등 젊은 야수들에게 공수에서 마음가짐이나 노림수 잡는 법 등 영업비밀을 스스럼없이 공유하며 KIA를 ‘원 팀’으로 이끌고 있다. 이범호는 “후배들이 성장할 때까지 버텨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팀의 미래를 그리는 등 실질적인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SS포토]최원준의 3점 홈런 축하하는 이범호
KIA 최원준(오른쪽)이 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KIA와 kt의 경기 4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kt 선발 류희운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친 뒤 이범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니 팀에 생기가 돌 수밖에 없다. 권위나 위계만 강조하거나 베테랑들 사이에 파벌이 형성되는 등 부조리도 이들 ‘김형호’ 삼총사 덕분에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선수들이 “KIA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의사를 넌지시 피력하는 데에도 선수단의 끈끈한 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승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지만, 올해 KIA는 음지에서 더 빛을 발하는 베테랑 삼총사 덕분에 최소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팀 반열에 올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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