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여자배구대표팀의 김연경(왼쪽)과 김수지. 출처 | AVC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김연경(상하이)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김연경 마저도 지쳤다. 결과는 완패였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전 태국과 경기에서 0-3(20-25 20-25 21-25)으로 패했다. 한국이 평상시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의욕적으로 나선 태국에 경기내용에서 압도당했다. 자신감있게 공격해오는 태국 선수들과 달리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선수들의 발은 무거웠다. 수비의 견고함도 이전만큼에 미치지 못했고, 공격의 날카로움도 눈에 띄게 무뎠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태국을 상대로 결승진출을 노렸지만 한국은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에 앞서 끝난 준결승 다른 경기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3-0(25-17 25-18 25-18)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17일 오후 4시 중국을 상대로 3·4위전을 치른다.

이날 지쳐있는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태국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태국의 속도 빠른 세트플레이와 블로킹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파이크에 한국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발이 무거워진 대표팀 선수들은 상대 공격수를 따라가 블로킹하거나 코트에 떨어지려는 공을 살려내지 못했다. 수비의 불안함은 공격으로도 이어졌다. 주 공격루트인 김연경의 타점은 낮아져 성공률이 떨어졌는데 다른 선수들이 그 부족함을 메워주기 어려웠다. 허리통증으로 중도 하차한 센터 양효진(현대건설)의 빈자리도 느껴졌다.

한국은 1세트부터 태국에게 밀리는 경기를 했다. 경기 시작부터 2-8까지 밀린 한국은 제대로 추격을 하지 못하고 끌려다녔다. 2세트에도 불안한 흐름은 이어졌다. 7-12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의 범실과 김연경의 블로킹으로 10-12까지 따라잡았지만 이내 범실로 점수를 내주며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11-16으로 5점차까지 벌어진 이후에는 한동안 5점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터를 염혜선(IBK기업은행)에서 이재은(KGC인삼공사)으로 바꾸고 센터를 김희진(IBK기업은행)에서 김유리(GS칼텍스)로 바꾸고 레프트 공격수 박정아(한국도로공사)를 황민경(현대건설)으로 바꾸는 등 여러방법을 시도했는데도 백약이 무효했다. 3세트 초반 4-3으로 리드를 잡아봤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내 7-8로 역전당한 뒤 11-16까지 태국이 달아나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이 났다. 분위기는 기울었고,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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