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그녀 백미경 작가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JTBC 금토극 ‘품위 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는 JTBC 드라마사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월 종영한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으로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9.66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작성했던 백 작가는 지난주 ‘품위 있는 그녀’(이하 품위녀)가 세운 9.986%로 스스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탄력을 받은 ‘품위녀’가 최종회까지 남은 4회 동안 두자릿수 고지를 밟으며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불과 3개월만에 히트작을 두 편이나 내놓으면서 흥행작가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백미경 작가를 직접 만났다.

-제작발표회에서 ‘도봉순’ 기록을 ‘품위녀’가 깼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정말 그렇게 기대한 건 아니다. 말의 에너지로 시청률이 잘 나오길 바라고, 배우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한 말이었다. ‘도봉순’이 워낙 좋은 성적을 거둔데다 요즘이 휴가철이고 금토 밤 11시 시간대가 본방사수 하기 어려운 시간이더라. 첫방송 시청률도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도봉순’ 기록을 깰거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도 사실 드라마가 대본만으로 가능한게 아니다. 또, 내게 ‘도봉순’ 기록을 깨는게 큰 의미가 없다.

품위있는그녀 메인포스터

-편성은 몇달차가 나지만, 두 드라마가 사실 같은 시기이 제작됐다. 대본은 어떻게 썼나.

시놉시스로는 두개가 같이 있는 상태였고, ‘품위녀’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봉순’이 먼저 편성이 났다. 그런데 ‘품위녀’에 김희선이 캐스팅되고, 뒤이어 김선아가 캐스팅됐다. 두 배우의 스케줄 때문에 사전제작해야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두 드라마를 같이 쓰고 있더라.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고, 다시는 하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때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봉순’의 편성날짜가 변경된 이유도 있었다.

도봉순

-물리적으로 두 드라마를 동시에 쓰는것도 힘들고, 둘다 복합장르여서 쓰기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게다가 ‘품위녀’는 취재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나.

취재는 정말 많이 했지만, 드라마에는 거의 담지 못했다. 방송에 쓰지 못할 내용이 너무 많았다. 성공한 CEO들의 모임과 목욕탕 장면 등은 실제로 취재한 내용들이었는데, 굉장히 순화한 것이다. 실제로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방송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품위녀’는 짧은 시간에 단숨에 써내려간 대본이다. 서사의 힘이 ‘품위녀’가 훨씬 강하니까 ‘품위녀’를 더 공들여 쓰고 ‘도봉순’은 대충 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봉순’이 서사가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나로서는 훨씬 힘들고 시간도 훨씬 많이 할애한 작품이다. 장고하면서 썼고, 수정도 여러번 했다. 왜냐하면 ‘도봉순’은 처음부터 기획드라마였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국에서 JTBC 드라마 시청층을 넓히기 위해 애당초 기획한 드라마였다. 그래서 작가나 서사의 힘이 보이기보다는 상품으로서의 드라마가 더 강했다. 배우에 맞춰주고 연출에 맞춰준 드라마다. 그렇게 맞춤형으로 쓰는게 더 어려웠다. 또 장르도 로코와 스릴러, 여성 히어로를 같이 가져가는게 힘들었다. 그에 반해 ‘품위녀’는 서사가 강하니까 작가가 더 조명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보조작가 박선희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두 드라마 모두 이 보조작가 한 명과만 일했는데, 이상하게 ‘도봉순’을 보조작가들이 썼다고 소문이 났다. 보조작가는 대사 한 줄 쓰지 않았고, 심지어 대구에 있다. 내가 대본을 쓰면 모니터를 해주는 일을 하며 페이스메이킹을 해줬다. 하지만 ‘별로다’, ‘재미없다’, ‘개연성이 떨어진다’ 등 신랄한 모니터링으로 상처를 받을 정도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음 작품 계획은. 또 다시 기록을 깰 수 있을까.

다음번엔 지상파에서 하고 싶다. 우리 어머니가 보시는 채널에서 하고 싶어서 그렇다. 또 당분간은 JTBC에서 하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JTBC에서만 하지 않았나. 다른 작가가 기록을 깨면 그때 다시 돌아오는 걸로 하면 좋겠다. 드라마는 제것이기도 하지만, 배우의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보영이에게도 미안하다. 너무 금방 보영이의 기록을 깨버렸다. 그런 이유로 내가 내 기록을 깨는 건 못하겠다. 누군가 기록을 깨면 나도 다른 드라마로 다시 JTBC로 도전하러 오겠다.

cho@sportsseoul.com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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