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릴레이)경기
지난 2011년 8월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가 자메이카 마지막 주자로 나서 역주하고 있다. 자메이카는 당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대구 | 김도훈기자출 처 :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400m 계주도 장담할 수 없다.

영국 런던에서 진행 중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13일 오전(한국시간) 열리는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질주를 펼친다. 400m 계주는 예선을 거쳐 바로 결승을 치르는 데 볼트는 예선은 뛰지 않고 결승에만 참여한다. 볼트는 이제까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만 11개를 포함해 14개의 메달을 따냈다. 마지막 400m 계주에서 메달을 따내면 자메이카 출신인 슬로베니아 여자 스프린터 멀린 오티(57)가 지닌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 기록(14개)을 넘어선다.

100m에서 우승을 내준 볼트로서는 마지막을 금빛 레이스로 장식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강력한 경쟁국인 미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백전노장’ 저스틴 게이틀린이 지난 100m 결승에서 9초92를 기록하며 볼트(9초95)를 꺾고 만년 2인자에서 탈출, 12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한결 부담을 덜어낸 채 400m 계주에 나선다. 9초94로 게이틀린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크리스티안 콜먼도 올 시즌 랭킹 1위(9초82)다운 저력을 뽐냈다. 반면 자메이카는 지난해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을 때보다 저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1982년 뉴델리,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200m 금메달리스트인 장재근 화성시청 감독은 “자메이카는 지난해 리우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도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리우 때 멤버인) 요한 브레이크마저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하다. 100m에서 4위로 들어오긴 했지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정상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미국의 두 선수(게이틀린, 콜먼)가 좋은데 바통 터치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지난해 리우에서 ‘깜짝 은메달’로 화제를 모은 일본이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당시 은메달을 합작한 이즈카 쇼타, 기류 요시히데, 아사카 캠브리지가 이번에도 호흡을 맞춘다. 장 감독은 “올림픽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나오고 일본에서도 400m 계주에 공을 들여 준비한 만큼 최소 3위 입상 이상을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가장 중요한 건 볼트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볼트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절친한 친구이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인 저메인 메이슨(영국)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충격에 빠진 그는 장례식에 참가한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모나코에서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인 9초95를 기록하면서 다시 기대를 모았으나 세계선수권에서 부진했다. 장 위원은 “볼트가 100m 뛰는 모습을 봤는데 예선과 준결승, 결승 때 뛰는 자세와 표정이 모두 달랐다”며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여유를 못 찾더라. 그만큼 준비가 스스로 완벽하지 못했고 마음이 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근육이 경직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사실 볼트가 대회 전 (세계기록을 보유한) 200m에 불참한다고 했을 때부터 100m도 쉽지 않다고 여겼다. 200m를 포기한다는 건 그만큼 연습이 부족했다는 뜻이고 단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밀어내는 힘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반면 약물 파동을 경험하고 볼트에 밀려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한 게이틀린의 절실한 마음이 우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장 감독의 생각이다.

자메이카는 볼트를 비롯해 블레이크, 줄리앙 포르테, 미첼 캠벨 등을 앞세워 세계 정상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대회 전 “중요한 무대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다”고 말한 볼트의 자신감이 마지막 무대에서 저력으로 발휘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