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
김국영이 지난달 코리아오픈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한국신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뒤 양 팔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제공 | 대한육상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한국 선수가 막판까지 앞에서 레이스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 단거리 간판스타 김국영(26·광주시청)이 ‘런던 트랙’에서도 빛날 수 있을까. 4~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한국 선수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을 꿈꾸는 김국영은 이같은 포부를 밝히면서 “준비는 끝났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통하는 그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결전지인 런던에 도착해 현지 적응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남자 100m 예선은 5일 새벽에 열린다. 예선 문턱을 넘어서면 다음 날 준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다. 김국영은 런던으로 날아가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마친 뒤 스포츠서울과 전화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을 일주일여 앞두고 출국하는 데 이렇게 빨리 (대회 장소로)이동하는 건 처음”이라며 “시차뿐 아니라 경기장 분위기 등을 최대한 이르게 느끼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전 경험을 통해)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번엔 국내에서 모든 운동을 다 끝내고 가는 것이다. 현지에서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려는 방법인데 그래서 상당히 몸이 피곤하다”며 “현지에선 스타트 등 기술 훈련보다 회복에 집중하며 최대한 기분을 ‘업’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정말 뛰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로 힘을 비축해두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7월 초 삿포로 대회에서 최종 담금질을 한 그는 출국 전까지 일주일 동안 2차례 달리기, 2차레 근력 및 체력운동, 그 밖에 스트레칭 등 일정을 소화하면서 훈련 강도를 높였다. 그는 “훈련량은 비슷했는데 (달릴 때)시간 체크 등을 더 빠르고 강도있게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무게를 평소 보다 높여서 임했다”고 했다. 자극적인 것을 피하고 몸에 좋은 음식 위주로 식단도 짰다. 김국영은 “사실 훈련량이 많아서 (그것에 맞게 먹다보니)체중이 1㎏이 늘었더라. 평소 74~75㎏인데 지금 76㎏까지 나왔다. 나로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인데 코치께서는 ‘근육량이 늘어난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더라”고 웃으며 “런던에서는 먹는 것에 더 신경 써서 평소 체중을 맞추려고 한다”고 했다.

육상선수 김국영
지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부정출발로 남자 100m 예선에서 실격의 아픔을 경험한 김국영. 김도훈기자

김국영
지난 2010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당시 10초23으로 한국신기록을 세울 때 김국영의 모습. 스포츠서울 DB

6월 25일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10초13으로 결승선을 통과, 한국신기록을 세운 그는 이틀 뒤 코리아오픈대회 결선에서 10초07로 우승하며 연달아 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올해 목표로 잡은 세계선수권 기준 기록(10초12)을 통과하면서 런던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철저하게 맞춤식 준비를 통해 이뤄낸 성과여서 세계선수권에서도 일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했다. 김국영은 키 176㎝로 단거리 선수로는 단신에 속한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190㎝)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는 장신이다. 힘과 긴 다리를 활용해 보폭을 넓히면서 가속을 낸다. 아시아 선수가 대체로 단거리에 약한 건 신체적 한계와 맞물려 후반부에 가속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국영은 후반부 약점을 극복하려고 자세 교정과 더불어 주법까지 바꿨다. 2015년 11월 일본 쓰쿠바대로 넘어간 뒤 1년여 동안 자세 교정을 위한 전문 교육을 받았는데, 이전까지 스타트를 빨리하고 짧은 보폭으로 발을 많이 움직였지만 지금은 보폭을 넓히고 팔다리 동작에 힘을 실어 지면을 박차고 나간다.

400m 훈련에 집중하면서 근지구력을 길러 속도를 키우는 데 활용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주법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김국영만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라며 “운동을 남모르게 정말 많이 했다. 노력을 고려하면 더 좋은 기록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며 “모 아니면 도가 아닐까. 당일 컨디션이나 내 실력에 맡겨야 하는데 떳떳하게 준비 잘했으니까 자신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국영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머릿속에 꿈꾸는 그림이 있다. “사실 한국 선수가 트랙 경기에서 중,후반부로 가면 뒤처지는 레이스를 많이 했다”고 말한 그는 “후반부가 좋아진 만큼 이번엔 정말 한국 선수가 앞에서 리드하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고 싶다. 그렇다면 한국 육상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활짝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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