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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모처럼 호쾌한 뮤지컬 캐릭터가 탄생했다. 뮤지컬 ‘시라노’(연출 구스타보 자작)의 시라노다.

시라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롭고 용맹한 검객이자 유머와 재치가 있고 다정한 남자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에게 큰 콤플렉스가 있으니 바로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큰 코다. 흉칙한 코로 인해 시라노(류정한, 홍광호, 김동완 분)는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서 사랑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심지어 록산이 잘생겼으나 머리는 텅빈 남자 크리스티앙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자 크리스티앙(임병근, 서경수 분)과 록산(최현주, 린아 분)이 잘될 수 있게 편지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괴짜같은 성격에 저돌적으로 삶을 살아가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시라노 캐릭터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 여성 관람객이라면 못난 얼굴 속에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남자 시라노에 감동하게 된다.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은 각각의 개성으로 시라노 역에 입체감을 더했다. 극의 대부분을 시라노가 이끌어가고 넘버 역시 시라노에 집중돼 있어 어느 배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넘버 ‘나 홀로’(Alone)는 시라노의 가슴 아픈 짝사랑을 잘 표현하는 노래로 세 배우 모두 개성과 매력이 달라 삼인삼색의 노래를 골라 듣는 재미가 크다.

1막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시라노의 기괴한 모습과 그런 그가 호쾌하게 악당들을 소탕하는 모습 등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지기 때문.

2막에서는 엇갈린 사랑과 그 엇갈림으로 인한 비극이 펼쳐진다. 2막에서 자신이 사랑한 남자 크리스티앙의 죽음으로 수도원에 들어가 홀로 지내는 록산과 그런 그녀를 만나 유쾌하게 위로해주는 시라노의 사랑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러나 록산이 시라노의 숨겨둔 마음을 알고 사랑하게 되는 대목은 다소 급하게 전개돼 설득력이 떨어진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미려한 음악은 이 뮤지컬의 장점이다. 믿고 듣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한 여름밤의 무더위까지 싹 씻어줄 듯 청량하다.

한편 뮤지컬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1868~1918)이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했다. 에드몽은 실존인물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와 그의 이종사촌 카트린의 사연을 모티브로 희곡을 완성했고, 이 희곡은 훗날 소설 ‘삼총사’, ‘달타냥’의 탄생에 영향을 끼쳤다.

오는 10월 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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