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박태환이 지난해 8월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공원 수영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스타트를 하고 있다. 리우 | 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박태환의 시간이 왔다.

6년 만에 다시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은 23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7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 도전장을 내민다. 23일 오후 4시30분 예선을 펼치고 24일 0시30분 결승을 치른다. 박태환이 지난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1번 레인의 기적’을 연출하며 우승한 뒤 어느 덧 6년이 흘렀다. 2013년엔 휴식 차원에서, 2015년엔 도핑 징계로 세계선수권을 거른 그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 전종목 예선탈락의 아픔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자신의 부활을 알려야 하는 곳이 바로 부다페스트다. 지난 18일 전훈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부다페스트로 이동한 박태환은 결전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에 들어갔다.

◇ 예선부터 방심 금물…‘리우 교훈’ 되새긴다

자유형 400m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 2007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등 박태환에게 숱한 영광을 안겨준 심장과도 같은 종목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올해 세계 4위(3분44초38)를 차지해 자신이 출전하는 종목 중 가장 높은 랭킹에 올라 입상이 기대된다. 박태환의 현실적인 목표는 금·은·동 색깔에 관계 없이 이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400m에서 입상에 성공하면 이틀 뒤 열리는 자유형 200m 결승에도 홀가분하게 임할 수 있다.

그러나 메달을 위해선 일단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400m 이상의 중·장거리 레이스는 준결승 없이 예선 뒤 바로 결승 진출자를 가린다. 방심하다간 미국과 유럽, 중국의 강자들에게 결승 티켓을 빼앗길 수 있다. 박태환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 이 종목에서 3분45초63을 기록해 전체 10위로 예선 탈락했다. 최근 세계선수권 3개 대회(2011·2013·2015년) 및 런던 올림픽에선 충분히 결승에 오를 기록이었지만 리우에선 부족했다. 박태환은 “2년간 쉰 뒤 국제대회에 나섰는데 선수들이 예선부터 전력 투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세계수영의 바뀐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2007년 박태환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이끈 박석기 전 대표팀 감독은 “예전엔 지구력 훈련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지구력은 기본이고 그 위에서 스피드 훈련까지 한다. 그만큼 세계 수영의 스피드화가 거세져 예선부터 선수들의 빠른 레이스가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 첫 50m와 마지막 50m…박태환 부활의 열쇠

예선 상위 4명 안에 들어 좋은 레인(3~6번)을 배정받고 결승에 오른다면 박태환의 멋진 레이스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박태환의 승부수는 초반 50m와 마지막 50m다. 수영 전문지들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올해 세계랭킹 1, 2, 3위에 올라 있는 쑨양(중국·3분42초16)과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3분43초36), 맥 호튼(호주·3분44초18)의 ‘3파전’으로 보면서 박태환과 세계 5위 제인 그루트(미국·3분44초43), 6위 제임스 가이(영국·3분44초74) 등 3명을 강력한 추격자로 꼽고 있다. 박태환이 쑨양과 데티, 호튼에게 막판까지 뒤지지 않는다면 마지막 350~400m 구간에서 박태환 특유의 스퍼트로 메달을 따내거나 내친 김에 우승까지 노릴 수 있다. 박태환은 지난 달 16일 국내 기자회견에서 “결승에 올라가면 첫 50m에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일단 뒤처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라스트 스퍼트는 내년 한국나이로 30살이 되는 박태환이 부활을 노래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지난 5월 미국대회 마지막 50m 구간에서 26초27, 지난달 이탈리아 대회 같은 구간에선 26초81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선수권 우승 때도 26초41이었다. 350~400m 구간 ‘26초대’는 박태환에게 의미 심장한 수치다. 그는 2007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 우승을 일궈낼 때 마지막 50m 구간에서 각각 26초06과 26초43을 찍었다. 반면 지난해 리우 올림픽 예선에선 27초50에 그쳤다. 폭발적인 박태환의 ‘뒷심’이 발휘될수록 박태환의 순위가 상승하고 메달 색깔이 바뀐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결승에서도 350~400m 구간에서 26초대를 기록한 선수들 3명만 금·은·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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