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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80~90년대 최정상급 인기 가수였던 양수경은 오랜 공백기를 딛고 지난해 17년만에 가요계에 컴백했다. 그의 컴백을 옆에서 도운 이는 오스카이엔티의 전홍준 대표다.

전홍준(53) 대표는 1993년 유열의 매니저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샹송가수 이미배의 매니지먼트도 담당했다. 친구인 작곡가 하광훈이 제작자로 나선 조관우 2집(95년)의 제작과 매니지먼트에도 참여했다. 이 앨범은 누적 판매량 450만장을 기록했다. 이후 음반 유통사 월드뮤직의 홍보이사로 재직하며 업타운 출신 T윤미래의 솔로 앨범 ‘시간이 흐른 뒤’(2001년) 기획에 참여했다.

2003년 오스카 이엔티를 설립한 뒤 힙합신에서 래퍼로 주로 활동하던 바비 킴의 보컬적 재능을 눈여겨 본 뒤 솔로 가수로 변신시켰고, 1집 ‘고래의 꿈’(2004년)을 히트시켰다. 이후 힙합팀 부가킹즈, 래퍼 더블케이를 비롯해 심수봉, 박강성, 변진섭, 길학미의 매니지먼트를 했다. 현재 오스카이엔티에는 양수경, 바비킴을 비롯해 임정희, 3인조 여성보컬 그룹 더 러쉬, 2인조 그룹 조이어클락 등이 소속돼 있다.

전 대표가 함께 일하게 된 뒤 옆에서 지켜본 양수경은 하루 10시간 이상 자신이 부를 노래를 들으며 익히는 노력파다. 또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은 20~30년씩 교류하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양수경의 자세, 태도를 본 뒤 더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전 대표에게 양수경과 계약하게 된 이유, 옆에서 지켜본 가수 양수경, 인간 양수경의 매력에 대해 물어보았다.

-양수경이란 가수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

90년대 초중반 내가 가요 매니저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현장에서 양수경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5년전쯤 우연히 한 녹음실에 놀러갔다가 양수경을 처음 만났다. 아직 가수로서 열정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가수 활동을 십수년간 중단한 상태였는데 자기 집 지하실에 조그만 개민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조명 시설도 갖췄다고 하더라. 거의 매일 그곳을 찾아 조명의 따뜻한 기운으로 무대의 느낌을 느끼며 몇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다는 말을 듣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그 정도 열의, 열정이 있다면 가수로 컴백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몇년이 흘러 지난 2015년 가수와 제작자로 인연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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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이엔티 전홍준 대표. 사진 | 오스카이엔티 제공

-가수 양수경의 어떤 잠재력을 보고 계약을 맺게 됐나.

거의 20여년간 일절 공식 활동을 한 적이 없는 가수로서 분명 희소성이 있다. 그리고 깨끗한 창법을 지녔다는 게 가수로서 큰 장점이다. 옛날 가수들은 안좋은 바이브레이션이나 올드한 창법 등 나쁜 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양수경에겐 그런 게 없다. 전성기 때도 깨끗한 창법으로 호소했었고, 지금도 그 창법의 장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면서 목소리에 연륜과 깊이가 더해졌다.

히트곡이 10곡 이상 되는 가수가 우리나라에 몇명 없는데 양수경은 그중 한명이다. 평생 보통 한곡, 많아야 4~5곡을 보유한 유명 가수가 대다수인데 양수경은 8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7~8년의 전성기 동안 내는 노래마다 흥행에 성공해 히트곡수가 많다. 양수경만큼 히트곡수가 많은 가수는 내가 볼 때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처음 만났을 때 양수경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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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경에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미리 말했다. 옛날처럼 음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앨범을 내자마자 큰 반응을 기대하지 말자고 했다. 양수경은 본인도 그런 걸 잘 안다고 했지만 현실에 부딪히면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봤다. 그걸 받아들이고 2~3년 열심히 하면 가시적인 성과가 올것이라 봤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양수경이란 사람은 90년대생 이후는 잘 모른다. 40~60대 팬에게 양수경을 다시 기억나게 하고, 새로 평가받을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호감을 얻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양수경을 보면 볼 수록 성공을 확신하게 된다. 단절된 시간을 극복하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수인데 그게 되는 가수다. 각오와 자세도 남다르다. 스타 출신의 약점은 현실감각의 결여인데 지난 1년 동안 그런 감각을 완전히 되찾았다.

-가까이서 지켜본 양수경의 가수로서 장점은.

엄청난 노력파다. 노래 녹음 전 프로듀서가 가이드 보컬을 제공하면 하루에 열시간 이상 듣는다. 한 노래를 마스터하기 위해 숨소리 하나까지 머릿속에 새긴다. 행사가 잡히면 2~3일전부터 노래 연습을 하는데, 자신이 부를 노래를 틀어놓고 똑같이 부르는 연습을 하루 10시간 이상 한다. 옆에서 같이 듣다가 지긋지긋함을 느낄 정도다.

일할 때 ‘프로’의 마인드와 태도도 돋보인다. 좋은 자세, 건강한 자세를 지녔다. 예를 들어 기존 가수들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낼 때 예전 사진을 첨부하거나 한두장 잘나온 사진을 계속 쓰는데, 양수경은 새로운 보도자료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사진을 내보내달라고 요구하더라. 새로운 사진을 계속 내보낸다는 건 비용도 발생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전 여자 가수 잖아요. 사진 한장에라도 정성을 들이는 게 중요해요. 매일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니니 그런 노력이라도 하는게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같아요”라고 하더라. 많은 가수들을 봐왔지만 그런 기본 자세가 남다른 가수다.

-가까이서 지켜본 양수경의 인간적은 매력은.

굉장한 ‘의리파’다. 일적으로 만나는 주위 사람들을 내가 스무명 쯤 봤는데 모두 20~30년간 아는 사람들이더라. 한번 마음을 열면 끝까지 간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입이 무겁다. 누군가의 단점을 들으면 딴데로 절대 옮기지 않는다. 남의 험담을 하는 걸 싫어한다. 그런 걸 극도로 경계한다.

최근 복귀후 팬클럽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데 SNS에 일일이 댓글을 단다. 예전에 몰랐는데, 많은 우여곡절 겪고 컴백하니 팬들의 소중함을 너무 크게 느낀다고 하더라. 지나쳐 보일 정도로 소통을 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한 인간으로서 옆에서 보고 감탄하며 많은 걸 배우고 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양수경. 사진 | 포토그래퍼 박찬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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