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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프로 스포츠에 때 아닌 연고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프로축구에서는 K리그 클래식의 제주 유나이티드가, 프로배구에서는 KB손해보험이 연고지 문제로 시선을 모았다. 표면적으로 관심을 끌며 갑론을박을 이끌어낸 것은 연고지를 떠나느냐 남느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프로구단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상생노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제주 구단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연고를 두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10년이 넘게 서귀포시에서 지내면서 지역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4년 제10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선정되며 노력에 대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구단이 쏟고 있는 노력에도 관중 증가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감귤 수확시기나 계절별 축제는 물론이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대중교통편의 시간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꾸준히 구단에게 부담이 돼왔다. 마케팅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제주월드컵경기장도 많은 곳에 보수가 필요할 정도로 노후됐다. 제주 구단은 제주도의 행정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양자 모두 연고 협약 갱신에 긍정적인 만큼 서로가 만족할 방안을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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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최근의 사례들은 지금껏 프로구단과 지자체 사이에 불거졌던 권리와 이익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지난 2015년 프로축구 수원 삼성 구단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광고권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잠실야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두산과 LG가 광고권 문제로 광고수익의 대부분을 서울시에 내주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경기장을 개별 구단이 소유할 수 없는 법적인 한계 때문에 홈경기장 매점 운영권마저 갖지 못한 구단들이 수두룩하다. 프로구단과 지자체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보다는 프로구단의 수익사업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
물론 양자간의 협력을 통해 선순환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충남 천안시를 연고로 하는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경우다. 천안시는 구단이 유관순체육관을 사용하는데 쓴 전기세와 냉난방비 정도의 금액만 받는다. 구단은 대관료 면제 등으로 아낀 금액을 지역 유소년체육과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풀어놓는다. 구단이 시민들에게 긍정적이고 건강한 문화를 제공하는 만큼 시는 다시 구단에 대해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면서 서로 고마워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결국은 양측이 모두 지역주민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구조다.
프로구단이 지자체에 안겨주는 메리트는 경기장 임대료나 입장수익 수수료 등의 금전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장 주변의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역주민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팀의 성적에 따른 전국적인 미디어 노출효과로 지자체의 이미지도 건전하게 가꿔나갈 수 있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인 만큼 돈들여 사기도 힘든 것들이다. 돈으로 환산이 안되니 이득으로 여겨지지 않아 쉽게 무시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형의 가치를 충실히 생산해내기 위해서 프로구단은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화장실 소변기 위에 다음 홈경기 안내를 위한 손바닥만한 광고를 붙이는 것 조차 관리주체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판국이다. 이런 작은 것 하나부터 협조가 원활히 이뤄져야 프로구단의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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