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연고지' 논란, 구단만이 아닌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
    • 입력2017-07-20 06:07
    • 수정2017-07-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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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포터 걸개
제주 서포터들이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서울과 경기에서 구단에 항의하는 걸개를 내걸고 응원은 하지 않은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서귀포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프로 스포츠에 때 아닌 연고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프로축구에서는 K리그 클래식의 제주 유나이티드가, 프로배구에서는 KB손해보험이 연고지 문제로 시선을 모았다. 표면적으로 관심을 끌며 갑론을박을 이끌어낸 것은 연고지를 떠나느냐 남느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프로구단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상생노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제주 구단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연고를 두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10년이 넘게 서귀포시에서 지내면서 지역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4년 제10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선정되며 노력에 대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구단이 쏟고 있는 노력에도 관중 증가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감귤 수확시기나 계절별 축제는 물론이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대중교통편의 시간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꾸준히 구단에게 부담이 돼왔다. 마케팅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제주월드컵경기장도 많은 곳에 보수가 필요할 정도로 노후됐다. 제주 구단은 제주도의 행정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양자 모두 연고 협약 갱신에 긍정적인 만큼 서로가 만족할 방안을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KB손해보험-의정부시 연고협약식
양종희(왼쪽) KB손해보험 대표이사와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18일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연고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의정부시청
KB손해보험 구단은 기존 경북 구미시를 떠나 경기도 의정부시로 연고지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구미시 체육회와 배구협회 관계자들에 더해 구미시장까지 나서 KB손보의 연고 이전을 강경하게 반대했다. 지난 11일 구미시청에 체육계 인사들이 모여 연고 이전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 LIG손해보험 시절이었던 시절은 물론 KB손보로 바뀐 지난 2년 동안에도 금전적 지원을 해왔다는 주장도 내놨지만 구단 측은 KB손보로 바뀐 이후에만 지원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KB손보 구단이 구미시의 지원을 받은 부분은 체육관 사용료와 유료관중 수입 수수료 면제, 전광판 임대료 지원 등이었다. 구미시가 세금을 들여야 하는 지원금 지출을 줄이면서 사용료 면제 형식으로 지원한 것은 현명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광판 임대료를 내주는 대신 새로 교체하는 식의 장기적 관점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이런 최근의 사례들은 지금껏 프로구단과 지자체 사이에 불거졌던 권리와 이익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지난 2015년 프로축구 수원 삼성 구단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광고권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잠실야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두산과 LG가 광고권 문제로 광고수익의 대부분을 서울시에 내주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경기장을 개별 구단이 소유할 수 없는 법적인 한계 때문에 홈경기장 매점 운영권마저 갖지 못한 구단들이 수두룩하다. 프로구단과 지자체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보다는 프로구단의 수익사업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

물론 양자간의 협력을 통해 선순환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충남 천안시를 연고로 하는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경우다. 천안시는 구단이 유관순체육관을 사용하는데 쓴 전기세와 냉난방비 정도의 금액만 받는다. 구단은 대관료 면제 등으로 아낀 금액을 지역 유소년체육과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풀어놓는다. 구단이 시민들에게 긍정적이고 건강한 문화를 제공하는 만큼 시는 다시 구단에 대해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면서 서로 고마워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결국은 양측이 모두 지역주민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구조다.

프로구단이 지자체에 안겨주는 메리트는 경기장 임대료나 입장수익 수수료 등의 금전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장 주변의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역주민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팀의 성적에 따른 전국적인 미디어 노출효과로 지자체의 이미지도 건전하게 가꿔나갈 수 있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인 만큼 돈들여 사기도 힘든 것들이다. 돈으로 환산이 안되니 이득으로 여겨지지 않아 쉽게 무시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형의 가치를 충실히 생산해내기 위해서 프로구단은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화장실 소변기 위에 다음 홈경기 안내를 위한 손바닥만한 광고를 붙이는 것 조차 관리주체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판국이다. 이런 작은 것 하나부터 협조가 원활히 이뤄져야 프로구단의 숨통이 트인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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