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어느 순간부터 신봉선에겐 개그우먼보다는 예능인이라는 타이틀이 더 친숙했다. 그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떠난 것도 벌써 9년. 신봉선은 개콘 출신 예능인 중 손꼽힐 만한 성공사례다.

그런 그가 시청율 침체의 늪에 빠진 친정 개콘을 구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복귀했다. 김대희, 안상태, 강유미, 박휘순, 박성광 등과 함께 개콘에 합류한 신봉선은 김대희와 함께 레전드코너 ‘대화가 필요해’의 프리퀄 버전 ‘대화가 필요해 1987’에 출연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개콘의 간판 코너 ‘봉숭아학당’에서도 열연 중이다.

최근 만난 신봉선에게 왜 개콘 복귀를 마음 먹었는지 물었다. 천상 개그우먼인 그는 꽁트 연기에 대한 열정, 친정 개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9년만 복귀 소감이 궁금하다.

첫 녹화 하기 전에는 무서웠다. 편두통이 와서 두통약을 먹고 녹화를 했다. 나름 굉장히 위축됐나보다.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아야 할텐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관객들이 낯설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했다. 막상 첫 녹화를 해보니 좋다. 지금도 두렵긴 하지만 긴장감, 떨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녹화하면서 짜릿하다.

-자신의 인지도가 부담되진 않았나.

함께 돌아온 동료들(김대희, 안상태, 강유미, 박휘순, 박성광 등)이 지원사격해준다. 이번에 잘 안되면 개콘이 갈 데가 없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도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따른 부담은 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의 모습을 보이고 싶고, 시청자들에겐 별거 없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개콘이 최근 침체기를 겪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통적으로 개콘의 힘은 신인들의 신선함과 선배들의 노련함이 어우러진다는 점이었다. 신구 조화 속에서 코너의 완성도도 나아지고, 후배들이 지닌 부족한 부분도 채워지는 게 개콘의 장점이었다. 어느 순간 허리를 이루는 개그맨들이 다 나가버리니, 후배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에 함께 복귀한 선배들이 후배들과 어우러지기 시작하면 개콘의 장점이 되살아날 것이다.

신봉선
개그우먼 신봉성.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개콘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어떤 식으로 배워왔나.

예전 개콘은 워낙 코너가 많았지만 선후배들이 함께 짠 개그가 제작진의 심사에서 통과하는 비율이 높았다. 후배들은 후배들끼리 선배들의 눈에 띄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했었다. 긴장의 연속일 수 있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이 된다. 함께 코너를 하지 않더라도 선배의 리허설을 보면서 패턴, 연기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그런데 몇년 사이 허리 라인이 없어져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다시 한번 땅을 다져서, 새로 농사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

-9년전 신봉선은 왜 개콘을 나갔나.

개그우먼으로서 뿐 아니라 연예인으로서 넓은 세계를 보고 싶었다. 속된 말로 물들어왔을 때 노도 저어야 했다.

떠날 때 동기인 유민상 오빠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나간다니 ‘내가 코너를 다 짤 테니 너는 녹화에만 참여해라. 그렇게라도 남아있어줘’라고 말했다. 그러면 오빠가 얼마나 힘들지 아니까 그럴 수 없었다. 그 말이 지금까지도 고맙다. 면박도 주지만 그런 마음 씀씀이가 좋은 사람이다. 늘 고맙고, 다시 돌아올 때도 생각이 났다.

예능 쪽으로 나갔지만 늘 꽁트, 연기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해’ 연극 준비도 한 것이고, 그런 찰나 다시 돌아오게 됐다. 아마 나 혼자만 복귀하라면 부담감 탓에 못했을 것이다. 다시 돌아오니 젊어지는 것 같아서 좋다.

-예전부터 개콘 출연진은 빡빡한 준비 일정 탓에 개콘 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금도 쉽지는 않다. 그런데 스스로 노력하고, 몸이 조금만 힘들면 다른 일정도 소화할 수 있다. 눈치가 아예 안보이는 건 아니지만 문화가 바뀐거 같다. 그런데 개콘 개그맨끼리는 동료를 넘어 가족 같은 감정을 느낀다. 사람냄새나는 곳이란 게 매력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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