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 Hyun Park
박성현이 리더보드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리더보드 상위권에는 온통 한국선수들이다. 사진제공 | USGA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미국은 없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번째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대회인 2017 US여자오픈은 한국 낭자들의 잔치였다. ‘슈퍼루키’ 박성현(24)이 LPGA 데뷔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고, 준우승은 프로 데뷔를 앞둔 한국의 여고생 최혜진(18)이었다.

뿐만 아니다.다른 한국 낭자들의 활약도 못지 않았다. ‘톱10에 박성현과 최혜진을 포함해 모두 8명의 한국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세계 랭킹 1위인 유소연(27)과 허미정(28)이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위 랭커 자격으로 출전한 이정은(21)이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펑산산(중국)과 함께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세영(24), 이미림(27), 양희영(28)이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LPGA 투어 홈페이지 리더보드는 선수 이름 옆에 새겨진 국기문양으로 인해 온통 태극물결로 일렁였다.

하지만 정작 안방에서 경기를 치른 주최국 미국의 성조기는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마리나 알렉스가 거둔 공동 11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때문에 ‘US여자오픈’이 아니라 ‘한국여자오픈’이라는 말까지 나올정도. 자존심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중 한 명이다. 대회가 열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의 소유자인 그는 이 대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에서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글귀가 적인 빨간 모자를 쓰고 대회장을 찾아 2라운드부터 경기를 관람했다. 그런데 그 내내 한국선수들이 보란듯이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4라운드 15번홀에서 압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TV 화면이 아닌 육안으로도 직접 볼 수 있는 이 홀에서 박성현은 까다로운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박수를 치며 박성현의 우승을 축하해줬지만 속이 편할리가 없었다. 자신의 모자에 쓰인 문구와 다르게 미국 선수들이 우승은 고사하고 상위권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미국언론에서는 “이러다가 ‘미국 골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가 나오는 것은 아니냐”며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머쓱하게 만들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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