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선의 워터월드

안세현
안세현이 지난해 8월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공원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접영 100m 준결승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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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선(왼쪽)과 안세현. 제공 | 남유선
스포츠서울은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한 남유선 씨의 칼럼 ‘남유선의 워터월드’를 신설합니다. 남 씨는 19살이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400m 결승에 올라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서른이 넘은 지난해엔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해 리우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에 나선 현역 선수입니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 MBC 해설위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 14일 개막한 세계수영선수권 등 엘리트 수영은 물론, 수영 일반에 관한 이야기도 담아낼 예정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올해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 경영 종목은 23일부터 열린다(14~22일은 다이빙·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수구). 박태환의 재기 여부로 관심이 뜨겁지만, 이에 못지 않게 여자 선수들의 세계 도전이 눈길을 끈다. 접영 안세현(22·SK텔레콤)과 개인혼영 김서영(23·경북도청) 등 두 후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둘 다 올해 세계랭킹 상위권에 올라있어 결승 진출을 물론 메달권까지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예상들이 나온다. 우선 후배들의 약진이 뿌듯하다. 둘 모두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 확률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아울러 두 후배가 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가에 대해 곁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전해드릴까 한다.

안세현
안세현이 지난해 4월26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여자 일반부 접영 50m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한 뒤 팬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접영 안세현, 결승 넘어 메달 욕심도 냈으면…

안세현은 여자 접영 100m 올해 세계랭킹 6위(57초28)를 기록하고 있다. 결승 진출에 가장 근접한 여자 선수로 꼽힌다. 일단 접영에 타고난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접영은 상체가 넓고 팔이 길수록 유리하다. 안세현은 팔과 다리가 길 뿐만 아니라 상체와 하체가 연결되는 고관절 및 코어의 탄력이 좋아 접영의 리듬감도 좋다. 체격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상체 근력을 좀 더 키운다면 접영 100m 후반 레이스에서 더 힘을 낼 수 있고 접영 200m 기록도 더 줄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단 근육량이 많아지면 몸에서 사용되는 산소 요구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심폐지구력을 향상시켜서 산소 이용 효율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안세현은 정신적으로도 훌륭한 선수다. 본인만의 집념 혹은 고집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다. 긍정적이면서 정신력이 강하다. 성격도 쾌활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좋다. 선배에게 잘하는 후배이면서 후배들에게도 선배답게 행동할 줄 안다. 수영이 개인 종목이기는 하지만 여러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뛰는 경기인 탓에 사회성이 좋을수록 경기장에서 편하게 자신의 레이스를 준비할 수 있다. 이런 좋은 성격이 타지에서 SK텔레콤 팀과 힘든 전지훈련을 하고 경기를 치르는 것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심리적으로 약하고 외부(코치, 부모, 환경 등)에 의존하는 성격이라면 본인이 의지하는 뭔가를 상실했을 때 슬럼프가 오거나 경기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안세현은 멘털이 강하다.

안세현은 올초부터 안정적인 상승 곡선으로 기록을 줄여가고 있다. 국제 대회 경험도 충분히 했다. 스스로는 아쉬웠다고 하지만 지난해 리우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서도 성공적으로 데뷔(접영 100·200m 준결승 진출)했다. 세계선수권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인 만큼 결승행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번 대회는 유럽에서 열린다. 그래서 체격 좋은 유럽 선수들의 강세가 예상되기는 한다. 하지만 올림픽 다음 해에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조금 약한 기록들을 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안세현에겐 도전할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열심히 젓고 있다. 좋은 기록과 결과가 기대된다. 특히 100m는 본인이 자신 있어 하는 만큼 ‘메달 욕심’도 냈으면 좋을 것 같다.

김서영
김서영이 지난해 8월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공원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던 중 수영모를 착용하고 있다. 리우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서영
김서영이 지난해 8월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공원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 준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개인혼영 김서영, 그의 성장이 가파른 이유

김서영은 나와 같은 개인혼영 선수다. 김서영은 작지만 다부진 체격이다. 유연성이 뛰어나고 하체와 발목 힘이 좋다. 체중이 적게 나가고 신체 밸런스가 괜찮다. 물에서 느끼는 감각도 좋고, 부력을 잘 이용해서 수영을 한다. 수영할 때 유연성이 좋으면 전신에 힘을 전달시키기에 수월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향상된다. 따라서 좋은 영법을 구사할 수 있다. 발목의 유연성과 힘이 좋으면 발차기 탄성이 좋다. 김서영은 발차기를 굉장히 잘 하는 선수다. 종아리의 근육 비율이 타고 났다고 할 만큼 좋다. 종아리 근육은 킥 동작 때 순발력과 지구력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발목의 힘도 좋고 탄력적으로 이용 할 줄 아는 선수다. 발목의 관절각이 커지면 그만큼 많은 물을 차 낼 수 있어 추진력을 내기에 유리하다.

개인혼영은 접영→배영→평영→자유형 순서로 진행된다. 4개 영법을 모두 구사하기 때문에 몸의 감각이 뛰어나야 하고 많은 훈련이 뒷받침돼야 기록을 줄일 수 있다. 김서영은 최근 1년 사이 본인의 몸에 맞는 4개 영법의 감각적인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고 열심히 훈련했다. 그래서 신기할 만큼 빠르게 기록을 경신했다. 그 중에서도 배영의 성장을 주목할 만하다. 모든 영법을 다 잘하기는 어렵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3개나 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도 평영은 약하다고 하질 않나. 그래서 개인혼영은 자신이 잘 하는 종목에서 최대한 빠른 기록을 내고, 부진한 종목을 최대한 보완해야 한다. 예전 개인혼영에선 200m를 기준으로 평영 구간인 100~150m를 잘 하는 선수들이 유리했다. 이 때가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엔 선수들 체력이 좋아지다보니까 초반 레이스를 빠르게 끌고 가는 선수의 우승 확률이 높다. 접영과 배영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서영은 예전엔 평영에 신경을 썼는데 최근엔 자신이 잘 하는 배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기록이 빨라졌고 올해 세계랭킹도 10위권 이내에 들었다. 배영은 김서영에게 ‘핵무기’라고 생각될 정도의 강점이다.

김서영은 200m에서 올해 세계 11위, 400m에선 7위에 올라 있다. 소속팀 경북도청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또 자신에게 잘 맞는 코치에게 체력 관리를 받고 있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경기력이 기대된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준결승 경험도 있다. 국제 대회 경력도 충분하다. 자신을 잘 알고 수영 욕심도 많기 때문에 부담감만 잘 다스려서 레이스를 펼치면 또 한 번의 한국 기록 경신과 함께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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