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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입단한 류승우가 13일 서귀포시 클럽하우스에서 천연잔디 구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귀포 | 김현기기자

[서귀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활동량을 갖춘 위협적인 공격수로 K리그에 각인되고 싶다.”

유럽 생활을 마치고 제주에 온 공격수 류승우(24)에게 ‘첫 꿈’을 묻자 “우승”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아직 제주가 우승권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론 K리그에서 새 도전을 하게 됐는데 위협적인 공격수인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래서 팀의 성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중앙대 재학하던 2013년 12월 제주와 사인한 뒤 곧바로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 입단해 유럽에서 꿈을 키워나간 류승우는 이후 독일 2부리그와 헝가리 등에서 도전을 이어나가다 올 여름 제주 유턴으로 고국 무대를 밟게 됐다. 어깨 수술 뒤 재활 중이라 다음 달 말께나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음은 이미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누비고 있다. 류승우를 13일 서귀포시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제주로 돌아온 소감은. 4년 전 잠시 훈련하기도 했는데.

프로 생활을 유럽에서 했기 때문에 낯설기는 하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고, 같은 언어로 대화하니까 좋다(웃음). 금방 적응할 것 같다.

-지금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타이밍인 이유가 있다면.

내가 뛸 수 있는 곳을 찾아나서면서 독일 2부와 헝가리까지 갔다. 도전은 나름대로 후회 없이 했다고 본다. (2016~2017시즌 헝가리 페렌츠바로시에서)후반기 준비를 잘 했는데 어깨 부상을 당했다. 더 이상 (유럽에)있는 것은 욕심이라고 봤다.

-유럽 생활이 아쉬울 것 같다.

대학에 다니다가 갑자기 빅클럽으로 가게 됐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기엔 부족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2014년 상반기 교체로 뛴 두 경기가 레버쿠젠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됐는데.

그 땐 신기했다. 대학을 다니던 내가 최고 레벨의 리그에서 뛰기엔 준비가 부족했는데 컨디션이 좋아서 기회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당시엔 어렸다. 못했을 때 대처하는 것도 낯설었다.

-헛된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피지컬이 따라줘야 한다. 또 정상적 레벨의 경기 템포를 따라갈 체력이 있어야 한다. 경기 외적으로도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능력, 멘털이 흔들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손흥민과도 같은 팀에서 생활했는데.

흥민이 형이 도와줘서 의지가 됐다. 한국에선 정말로 좋은 공격수니까 유럽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배우려고 했다. 형과 동생으로 재미있게 지냈다. 그래서 흥민이 형에게 고맙다.

-임대를 3번 갔는데 인생에서도 큰 경험이 됐을 것 같다.

반년씩 옮겨 다녔다. 어느 팀이나 배울 점은 많았던 것 같다. 낯설고 말이 안 통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고…. 그런데 나중엔 뭐부터 해결해야할 지 보이고 적응이 되더라. 독일 하부에 한국 선수들이 여럿 된다. 만나면 반가웠다. 타지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고 낮은 레벨에서 시작하는 것 자체부터 공감대 형성이 됐다. 거기서 후배들 만나 경기하면 반가웠다.

-12일 전북전(제주 2-1 승)이 제주 입단 뒤 처음 본 경기였는데.

K리그가 생각보다 정말 수준이 높은 리그라고 느꼈다. 만만하게 볼 게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재활 중이지만 준비를 잘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제주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고 축구도 아기자기하다. 패스가 장점인데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조직력도 좋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영생고 감독 시절 선수 뽑으러 다닐 때 중학생 류승우가 눈에 띄었다고 했다.

조 감독님은 제주에 처음 입단하던 2013년 12월에 뵈었다. 당시 1군 코치셨다. 날 스카우트하려고 했다는 얘기를 그 때 하셨다. 이번에 다시 만났다. 조 감독님이 “같은 팀에서 만나 기쁘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재활에 집중하고, 부상 관리하고 컨디션 관리하라”고 편하게 말씀하셨다.

-제주에서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직은 제주도 올시즌 우승 경쟁이 가능하다고 본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신태용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갔다.

올림픽 때부터 겪어봤는데 얼마나 좋은 지도자인가를 알고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되신다고 했을 때 잘 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반면 U-20 월드컵 때 호흡했던 이광종 감독님의 별세 소식도 있었다.

유럽에 있을 때였다. 자고 일어난 뒤 소식을 들었다. 깜짝 놀랐다. 날 처음 (연령별)대표팀에 뽑아주신 분이다. 생각이 많이 났다.

-올림픽 대표팀에선 신 감독과 호흡이 좋았다.

내가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과 신 감독님 축구가 맞았던 것 같다. 선수들끼리도 경기장 나가면 재미있게 축구했다. 물론 국가대표는 모든 한국 선수의 꿈이다. 하지만 당장 대표팀을 가기보단 부상에서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K리그에 도전자 입장으로 돌아왔다. 증명이 먼저다. 국가대표 생각은 이르다.

-올림픽 대표팀 동료들이 K리그 복귀 때 해준 말이 있다면.

“경기장에서 같이 뛸 수 있어 기쁘다”고 해줬다. “널 만나면 신기하고 어색할 것 같다”고도 했다.

-유럽 생활하면서 직접 본 선수 중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었나.

케빈 캄플이란 선수가 있다(슬로베니아 대표로 2015년 도르트문트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 나보다 체격이 좋은 것도 아닌데 활동량이 대단하다. 공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공·수 다 잘 한다. 캄플을 보면서 ‘저렇게 해야 살아남는구나’라고 느꼈다. 같이 뛰어보니까 좋은 선수란 것을 알게 됐다.

-제주와 K리그 팬들에게 류승우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내 포지션이 공격수다. 포인트(골·어시스트)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뛰면서 수비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활동량이 많고 위협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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