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지원센터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하고있다. 2017.07.0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 체육부장] “평창동계올림픽은 메달, 참가인원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2017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조양호 전 위원장이 물러난 뒤 리더십 부재의 조직위를 이끌 소방수로 긴급히 투입된 이후 거의 매일 서울과 평창-강릉을 오가다시피하며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격랑에 휩쓸리는 등 곡절도 많았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행정관료, 교육자,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발휘하며 조직위가 중심을 잃지 않고 태풍을 뚫고 나올 수 있도록 이끌었다. 정부와 재계의 협력을 끌어내는 한편 꼼꼼하고 섬세한 일처리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우려를 신뢰로 바꿔놓았다. 소탈한 성품으로 직원들을 아우르면서 명확한 목표의식을 심어줬다. 조직위가 직면했던 위기상황을 타개하는데 더이상의 적임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평창동계올림픽을 7개월 여 앞두고 이 위원장을 만나 지나온 1년을 돌아보고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내기 위해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지원센터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2017.07.0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21일이면 D-200일을 맞는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3개월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프로젝트 리뷰를 하면서 크게 80여개 항목을 점검하는데 얼마 전까지는 주된 내용이 시설과 운용에 대한 것이었다면 요즘엔 아주 디테일한 부분을 다룬다. 어제(4일)는 성화봉송, 각국 정상에 대한 의전, 입장순서부터 경기장 조명 세팅과 카메라 위치, 식당 메뉴 등을 논의했다. 회의 어젠더만 봐도 대회가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된다. 하반기에는 대회에 앞서 현지 적응을 겸한 전지훈련을 위해 각국 선수들이 계속 입국한다. 나라별로 요구 사항도 다양해서 해야할 일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듯 하지만 사실상 이제는 올림픽이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변화의 바람을 느끼고 있는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고달픈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정부와 상의해야할 부분이 꽉 막혀버렸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지는 분위기를 느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평창을 다니면서 관심을 보여주셨고 이낙연 총리께서도 취임 다음 주에 평창을 찾아 현안을 챙기셨다. 관련 경기 단체장을 총리 관저로 불러 격려하기도 하셨고 대회지원위원회도 마련해 주시기로 했다. 도종환 신임 문체부 장관은 취임 이튿날 평창으로 내려오셨다.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은 평창동계올림픽의 붐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평창대회가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종전 40%대에서 62%까지 늘어나 성공에 대한 기대도 상승하고 있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최순실게이트 이후 크게 흔들렸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정비됐다. 지금까지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서 인터뷰를 해도 조직위의 항변이 먹혀들지 않았다. 한 푼짜리라도 계약을 잘못한 것이 드러난다면 그 순간 사표를 쓰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위 식구들이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일한다. 국내 분위기는 싸늘했지만 지난 겨울 테스트 이벤트를 거치면서 외신들이 ‘놀랍다’, ‘완벽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는 등 호평을 해줘서 위안이 됐다. 이제는 조직위가 최순실 파문에 직접 연루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밝혀져 홀가분하다.

- 평창대회를 시작으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동북아 3국이 올림픽 이벤트를 연달아 열며 올림픽 운동의 중심에 섰다. 중국, 일본과의 협력관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IOC를 통해 한·중·일 올림픽조직위원장 회의체를 구성해 여러 차례 회의도 했다. 지금은 사드 배치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중국이 살짝 발을 뺀 상태지만 협력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평창대회 때 중국의 날, 일본의 날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중국, 일본과 공동 홍보관을 만들어 운영할 구상도 하고 있다. 우리도 중국과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중국과 일본도 우리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테스트 인터뷰 때 중국과 일본 조직위 관계자가 대거 다녀간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의 노하우가 필요하면 대회를 마친 뒤 직원들을 일본과 중국 조직위에 파견하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

- 지난 달엔 영국 등 유럽을 돌고왔다. 유럽은 동계올림픽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데 현지에서 직접 느낀 평창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어떤 것이었나.

런던과 파리, 쾰른, 프랑크푸르트 등 4개 도시를 돌고 왔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과장된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기자회견을 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남북은 수십년째 변함없이 갈라져 있었고 북의 위협은 상존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테스트이벤트에 참가했고 우리 여자축구팀은 평양에서 경기를 치렀다. 강릉 아이스하키장에 인공기가 걸리고 북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오직 스포츠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올림픽은 아무런 이상 없이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 선수단의 육로 이동을 보장하고 응원단이 방한할 경우 속초항도 개방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는 영국 국영방송 BBC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되기도 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대회참가 문제도 협의했다.

- 공기업의 스폰서 참여가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문제가 있나.

기업 스폰서 목표액은 9400억원이다. 그러나 사실 전체 예산 가운데 기업 후원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13조7000억원의 총예산 가운데 11조는 고속전철, 도로, 경기장 등 인프라에 투자된다. 대부분 국비로 충당되고 지방비(도비)도 소폭 보태진다. 이런 부분은 지역균형발전 예산이라고 본다. 나머지 2조8000억원 가운데 35%는 민간기업 스폰서로 구하고 IOC의 지원금이 3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35%는 입장권과 기념주화 등의 판매수익, 파견직원 임금을 포함한 정부지원금이다. 기업스폰서도 현재 95% 정도 완료됐다. 공기업의 몫은 크지 않지만 한국관광공사, 감정원, 한국수자원공사 등에서 십시일반 도움을 주셨다. 그러나 평창대회의 수혜자이기도 한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강원랜드 등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공기업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여론이 뒷받침돼야 하고 국가적인 행사인 평창대회 지원은 공기업 평가에도 플러스로 반영돼야 한다.

- 대회 티켓 판매 상황도 궁금하다.

총 티켓은 118만장인데 공석이 없을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 목표량을 107만장으로 잡고 있다. 그 중 75만매가 국내 판매분인데 판매를 시작한 이후 종목별 쏠림이 심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등 인기종목은 주문량이 티켓의 300%를 상회해 치열한 티켓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설상종목은 대부분 예매율이 10~20%로 매우 낮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숙제다. 과열된 종목의 티켓은 추첨하고 무관심 종목에 대한 홍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

- 지난 겨울 치른 테스트 이벤트는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이지만 일부 경기장에서는 부실시공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고 대중교통 문제도 불거졌는데.

테스트 이벤트는 그야말로 테스트다. 경기장 시설과 대회 운용 능력을 점검하고 선수는 경기력을 체크한다. 해외 미디어들은 ‘완벽하다’고 극찬했고 IOC 조정위원장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평창이 과연 해내겠느냐’는 차원에서 나온 평가들이고 실제로는 요구사항이 더 많다. 경기장 시설 보완은 물론이고 조명과 음향시설, 음식 다양화 등에서 할 일이 많다. 개회식 당일 교통문제 등도 철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자기 차량으로 이동하는 분들을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협의하고 있고 횡계 지역의 톨게이트를 늘이는 한편 진입로 인접지역에 주차장을 마련해 보안검색을 거친 뒤 셔틀버스 편으로 개회식장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당일 추위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지원센터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2017.07.0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북측과의 체육교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북측의 ITF 태권도시범단 방문때 장웅 IOC 위원과 독대했는데 어떤 대화를 나눴나.

북측의 장웅 IOC 위원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아직은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지만 북측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했고 장 위원도 “가능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분은 IOC도 공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방한했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만나 “새 정부가 평창대회의 성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원하겠다. 평화적인 올림픽을 구현하려면 북측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뒤 “IOC와 조직위는 한 배를 타고 있다”고 강조했고 바흐 위원장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 마식령 스키장 활용이나 북한내 성화봉송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북측과 우리가 인식을 같이 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더 필요하며 북측의 참여 규모를 늘리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북측 선수들이 국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우리 선수들이 북에서 훈련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마식령 스키장 얘기가 나온 것도 그런 부분이다. 대회를 떠나 훈련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나. 훈련장과 코치 등 편의도 제공할 수 있다. 평화 올림픽을 위한 담보다. 늘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는 올림픽에 참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화 봉송을 북측과 함께 하는 문제는 너무 앞서가는 듯하다.

- 경기장 시설물 사후 활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법령도 고쳐야 한다. 긴밀하게 협의하겠다. 12개 시설물 가운데 현재 9개는 운영 주체가 결정된 상태지만 3개는 운영주체를 지정해야 한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지훈련지로 활용하기 위해 해외 프로모션을 할 생각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창까지 고속전철이 연결된다는 점도 강조해야 할 포인트다. 연내에 IOC, 중앙정부, 강원도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

시설문제 뿐만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조직위 직원들 가운데 600여명이 공무원이다. 나머지 600여명은 대회가 끝나면 갈 곳이 없어 진로를 걱정하고 있다. 조직위가 적극적으로 이 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범국가적으로 민간기업이나 공단에 취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끌어내는 한편 해외에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13개 글로벌 스폰서에 제안을 했고 일부 인력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채용하기로 합의된 상태다.

- 아직 평창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붐업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아 보이는데.

조직위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붐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얼마 뒤면 D-200일이 되고 D-100일이면 성화가 들어온다. 성화가 100일동안 전국을 돌게 되면 본격적으로 붐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리 직속의 대회지원위원회로부터 각 부처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매끄러운 대회진행, 성적, 흥행 등이 모두 중요한데 성공적인 올림픽의 기준은 어떤 것으로 보고 있나.

성공적인 올림픽은 무지개 빛깔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공감한다. 일곱 빛깔이 모두 개성있게 드러나야 한다. 오케스트라 같은 것이다. 스포츠를 넘어 경제 올림픽, 문화 올림픽, IT 올림픽, 평화 올림픽이 돼야 한다. 성적도 아주 중요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4강에 진입했던 성적의 영향이 컸다. 우리도 4강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 부분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2주마다 머리를 맞대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적자를 내서도 안되고 올림픽의 문화유산도 남겨야 한다. 세계인이 다시 찾는 올림픽이 되도록 하려면 오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야 한다. 먹거리, 쉴 곳, 볼거리, 즐길거리, 서비스 등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강원도를 홀딱 뒤집어놔야 한다.

- 공학도가 행정가로 살았고 이후 기업인이 됐다가 다시 체육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다.

공무원으로 30년을 살았는데 공직을 떠난 뒤 덤으로 얻은 일 덕분에 더 활발하게 살고 있다. 내가 가고 싶다고 간 자리는 없었지만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지금도 그 좋아하는 골프도 모두 접었고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등과 허리가 늘 아프다. 가족과 떨어져서 홀아비로 사는 것도 고역이다. 우리 직원들 대부분이 그렇다. 힘들지만 보람있다.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나 이 자리가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1년여가 훌쩍 지났고 남은 7개월도 그렇게 지낼 것이다.

jin@sportsseoul.com

◇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이희범 조직위원장

▲출생년월일=1949년 3월 23일

▲출생지=경상북도 안동

▲출신학교=서울사대부고~서울대 전자공학과~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경희대 경영학 박사

▲경력=1972년 제12회 행정고시 수석 합격

상공부 사무관(1973~1981.6)

대통령 시정비서실 행정관(1981.6~1983.6)

상공부(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과장, 국장, 실장

산업자원부 차관(2001.4~2002.2)

한국생산성본부 회장(2002.2~2003.4)

제7대 서울산업대학교 총장(2003.4~2003.12)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2003.12~2006.2)

제26대 한국무역협회 회장(2006.2~2009.2)

STX 에너지, 중공업 총괄 회장(2009.3~2013.5)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2010.9~2014.2)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2013.11~2014.5)

LG상사 고문(2014.5~)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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