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 인턴기자] 영화 '박열'의 배우 최희서(30)에게 평단과 관객이 일제히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열'은 이제훈의 얼굴로 가득 찬 포스터부터 ‘이제훈 원맨쇼’를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훈 만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았던 관객들은 한 이름 모를 배우에게 깊은 울림을 받고 나온다. 바로 극중 가네코 후미코 역을 열연한 최희서다.


가네코는 박열의 연인이다. 보통 선(善)을 행하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사극에서 '주인공의 아내' 역할을 맡은 여성은 묵묵히 내조하고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역할로 소모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박열의 사상적 동반자이자 버팀목이 되기도 하는 이 캐릭터가 주는 무게감은 단순히 주인공의 연인 캐릭터라는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다.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긴 이 멋진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너무 과해서 넘치지도, 혹은 지나치게 눌러서 빈약하지도 않았던 최희서의 연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준익 감독은 개봉 전 최희서를 두고 그가 일으킬 열풍을 예감한 듯 "내가 소개하지 않았어도 언젠가 드러났을 보석 같은 배우"라며 극찬했다.


감독의 예견대로, 이제훈이라는 큰 배우 옆에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이 무명 배우는 영화가 베일을 벗은 뒤 집중되는 관심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감독의 이전 작품인 '동주'에서도 호평받은 바 있는 그가 이준익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런데 우린 이 신인 아닌 신인 배우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최희서는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577 프로젝트', '완전 소중한 사랑', '사랑이 이긴다', '동주', '시선 사이', '어떻게 헤어질까'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개중에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동주'다. 지하철에서 연극 대본을 읽으며 연습하다가 우연히 캐스팅됐다는 '동주'에서 그는 주인공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인 '쿠미' 역을 맡았다. 많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준익 감독과 인연은 '박열'로 이어졌고, '동주'에서 싹을 틔웠던 최희서는 이번 영화에서 완전히 꽃을 피웠다.


5개 국어(한국어,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중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동주'와 '박열'에서 모두 일본인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를 뽐냈다. 한국어를 어색하게 발음해야 했던 극 중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한국어 대사를 모두 히라가나로 바꿔 읽는 재치를 선보여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가네코 역의 적임자였다.


최희서는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인터뷰마다 "운이 좋았다"는 겸손한 말로 자신을 낮춘다. 하지만 가네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다.


최희서의 연기 인생은 쏟아지는 갈채 속에 이제 본격적인 2막을 시작한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박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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