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수원삼성 주장 염기훈이 지난 달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프리킥을 차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수원삼성 주장 염기훈이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며 K리그 역사를 갈아치웠다.

염기훈은 지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7라운드 대구와 경기에서 전반 9분과 후반 45분 각각 조나탄과 유주안의 득점을 도우며 시즌 4, 5호 도움을 기록했다. 프로 생활 11시즌동안 290경기에 나서 기록한 개인 통산 도움이 93개로 늘었다. 지난 2010년부터 수원삼성에서 뛴 염기훈은 이날 2도움을 추가하며 한 팀에서 도움 70개를 기록해 신태용 전 20세 이하(U-20)대표팀 감독이 성남(1992~2004)시절 기록했던 단일 클럽 최다 도움(68개) 기록도 갈아치웠다. 29일 전화기 너머로 만난 염기훈은 “프로선수로 뛰면서 이런 기록을 남길 줄 몰랐다. 영광스럽다”라며 “감회가 새롭다. 은퇴한 뒤 지도자가 되더라도 기록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라고 대기록 작성의 기쁨을 표현했다.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은 군복무로 잠시 팀을 비운 시간을 제외하고도 7시즌째 수원에서 뛰며 산토스와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제주에서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산토스는 유난히 염기훈의 패스를 골로 자주 마무리지었다. 염기훈의 기록 달성에 적지 않은 ‘지분’을 주장하며 생색을 낼 수 있는 선수가 산토스다. 염기훈이 기록한 70도움 가운데 13도움이 산토스의 골로 얻어진 것이었다. 그는 “산토스 뿐만 아니라 골 넣은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며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산토스에게 커피 한 잔은 사야될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010년 수원에 자리잡은 염기훈은 2014년을 제외한 매 시즌 두 자릿수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K리그 최고의 도우미로 꼽히는 염기훈은 현재 개인 통산 195골을 기록 중인 전북의 이동국과 마찬가지로 K리그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는 “은퇴 전까지 기록을 더 쌓을 것이다. 내가 신태용 전 감독의 기록을 깼듯이 후배들도 노력할 거라 생각한다. 매 경기 포인트를 쌓아서 후배들이 힘들게 깰 수 있는 기록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통산 100도움까지 기록하고 싶다. 은퇴 전까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0도움을 목표로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나이 34세. 선수생활 막바지를 향해가는 시점에 서있는 염기훈이다. 하지만 그보다 4살이 많은 이동국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기록을 계속해서 넘어서고 있다. 어쩌면 염기훈에게 남은 현역선수로서의 시간도 생각만큼 짧지 않을 수 있다.

염기훈의 기록 행진은 다음달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울산과 원정경기로 이어진다. 노련미가 무르익은 염기훈의 왼발은 K리그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염기훈의 바람처럼 앞으로 한동안 깨지지 않을 특별한 기록이 울산전에서 또 한 번 새로 쓰여질지 기대된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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