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이 20일 사직 구장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앞서 훈련하고 있다. 2016.04.20.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꿈이 이뤄졌다. 팀을 떠날 뜻까지 밝히며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던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극적으로 메이저리그(ML) 무대를 밟게 됐다. 황재균은 지난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하며 ‘(미국시간 기준으로)6월30일까지 ML에 승격시키지 않으면 7월 1일부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는 옵트아웃 조항을 넣었고, 지난 27일(한국시간) 이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을 ML 25인 로스터에 넣었다. 28일 미국 복수의 매체가 샌프란시스코의 황재균 콜업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황재균은 29일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AT&T 파크에서 열리는 콜로라도전에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역대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탄생이다.

◇옵트아웃 발언 통했다!

황재균은 미국 현지 취재진에게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옵트아웃 발언 후 “팀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빅리그로 올려주지 않으면 나가는 게 맞다. 옵트아웃을 며칠 일찍 말했을 뿐이다. 어차피 (승격되지 않으면 나갈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25일 마이너리그에서 경쟁하던 라이더 존스(23)가 빅리그로 올라간 게 황재균의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 지난 4월말 개막 로스터를 짤 때도 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된 크리스티안 아로요를 포함시켰던 샌프란시스코는 이번에도 2013년 2라운드 지명선수인 존스를 택했다. 황재균도 “(존스가 승격된)6월 마지막 주에는 거의 포기했었다”고 말했다.

옵트아웃은 황재균이 손에 쥐고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하지만 옵트아웃을 행사하면 샌프란시스코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짐을 빼고 옮길 팀을 찾아야 한다. 상황을 보며 천천히 옵트아웃을 행사해도 됐지만 황재균은 예상보다 빨리 옵트아웃을 언급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ML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옵트아웃을 한다고 말했을 때 놀랐다. 옵트아웃을 행사하면 72시간 내에 구단이 콜업할지, 놔줄지를 결정해야 한다. FA로 나간다고 해도 갈 팀이 있어야 하는데 마이너리그에서만 뛰고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황재균의 옵트아웃 발언이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결정을 이끌어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재균 에이전트 역시 “황재균 선수가 힘들어 인터뷰를 통해 옵트아웃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미국 현지 기자들을 통해 알려져 구단을 자극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빅리그 도전, 이제부터 시작!

황재균의 옵트아웃 발언은 그의 국내 복귀설을 부추겼다. 샌프란시스코의 계속된 외면으로 힘들던 황재균에 이중고였다. 황재균은 “(내 국내 복귀에 대한)추측성 기사나 계속 나오더라. 아직 이곳에서의 상황이 정리된 게 아닌데 자꾸 그런 기사가 나와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구단들과 황재균의 접촉 역시 단순히 안부 인사를 묻는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빅리그에 올라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 황재균도 “이제 마음이 편해졌다”며 웃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 대신 코너 길라스피를 다시 허리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리기로 했다. 황재균은 당장 29일부터 출전 기회를 잡는다. 백업요원 경쟁자로 내야수 켈비 톰린슨, 외야수 고키스 에르난데스, 오스틴 슬레터 등이 버티고 있지만 선발출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예상 외로 빨리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힘든 생활도 황재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황재균은 “마이너리그가 국내 퓨처스리그(2군) 생활보다 더 힘들었다. (빅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꿈을 1차로 이뤘으니) 이제 결과를 떠나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무대에 선다는 긴장감 따위는 없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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