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0년 만에 방한한 북한 주재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무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0년 만에 방한한 북한 주재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첫날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ITF 시범단은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아레나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 공연에서 절도있는 모습으로 장내를 가득메운 4500여 관중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ITF가 국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공연한 건 처음이다. 지난 2007년 4월에도 국내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남한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자 ITF 시범단이 춘천과 서울에서 두 차례 시범 공연을 한 적이 있다. 태권도는 단군 이래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같이 해 온 전통 무예로 뿌리는 하나지만 그간 남·북으로 갈려 두 갈래 길을 걸어왔다. WTF는 한국, ITF는 북한이 주도해 발전해온 단체다. ITF는 WTF보다 7년 앞선 1966년 서울에서 육군 소장 출신인 고 최홍희 씨 주도로 창설됐다. 2002년 최홍희 초대총재 사망 이후 장웅 전 총재가 바통을 이어받아 WTF와 협력해 왔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기간 두 단체가 행정 및 기술통합문제를 두고 실무회의를 한 적이 있으나 40년 가까이 각자의 길을 걸어오다 보니 품새, 겨루기 등 기본적인 틀의 차이가 커졌다. 결국 실질적인 통합안을 내놓지 못했는데 2014년 8월 21일 중국 난징유스올림픽에서 바흐 IOC 위원장이 보는 가운데 양측이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의정서를 채택했다. 합의의정서에 따라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 개회식에서 WTF와 ITF 태권도 시범단이 처음으로 합동공연을 펼쳤다. 조정원 WTF 총재는 지난달 3일 스위스 로잔에서 리용선 ITF 총재, 장웅 위원을 만나 합의의정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고 ITF 태권도 시범단이 무주에 오는데 서명했다. WTF와 ITF 화합이 지니는 상징성을 벗삼아 남북 체육 교류의 새 장을 열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송판격파
송판격파 시범

상황극
괴한 상황극 시범

ITF 시범단은 한국 태권도의 성지로 불리는 태권도원에서 그들만의 스타일로 담백한 공연을 펼쳤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이 신명나는 음악 속에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과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ITF는 우선 배경음악을 두지 않는다. 장내 여성 아나운서가 공연 내용과 대표 사범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끈다. 이들은 송판과 기와격파 외에도 괴한이 남녀 커플을 괴롭힐 때 태권도 유단자가 뽐내는 호신술, 상황극을 통해 펼치는 기술 시범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괴한이 등장하는 상황극에서는 태권도원을 찾은 여성 관중 1명이 특별 출연하는 등 볼거리를 제공했다. 격파와 호신술에서 조직적이고 화려한 발차기가 나오자 태권도원을 찾은 무주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귀여운 실수도 종종 나왔다. ITF 시범단의 진땀을 뺀 건 10㎝ 두께의 송판격파를 했을 때다. 나란히 남성 유단자들이 대표로 나섰는데 여러 차례 격파에 실패, 민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관중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무주 시민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응원했다. 하지만 2~3차례 시도에소 10㎝ 송판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국제스포츠이벤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 이어 ITF 시범단 공연을 끝까지 관람했다. 북한 국적 시범단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고 기념촬영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이 대회에서 새 정부 첫 남북 교류가 이뤄지게 된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며 “국내에서 7번째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데 ITF 시범단이 방한해 공연하는 건 역사상 처음이다. 태권도가 이뤄낸 이 성과가 내년 평창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인류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TF 시범단은 26일 전주, 28일 서울에서도 공연하며 30일 폐회식에도 참가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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