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 인턴기자] 스파이더맨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어벤져스’ 멤버들과 함께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오는 7월 5일 국내 스크린을 찾아온다. 스파이더맨이 마블 스튜디오 제작 영화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후 개봉하는 첫 번째 솔로 영화다.


슈퍼히어로 장르에 큰 관심이 없는 영화 팬들은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대에 나온 영화를 제외하더라도 21세기 들어서만 무려 여섯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가 나왔고 그동안 세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스파이더맨을 연기했다. 배우뿐 아니라 스토리까지도 함께 리부트됐다. 그 와중에 장르의 붐을 타고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힘든 각종 ‘맨’들이 난립하고 있어 설상가상이다.


스파이더맨의 팬들도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영화 커뮤니티에서 역대 스크린 속 스파이더맨 중 최고의 스파이더맨을 뽑는 건 항상 수많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떡밥' 중 하나다. 배우는 물론 시리즈마다 다른 캐릭터 자체의 성격과 능력에 대한 영화적 설정을 놓고도 항상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초심자들에게도, 마니아들에게도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보기 전 지난 시리즈의 스파이더맨들을 복습하는 게 쏠쏠한 재미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어떤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에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걸까?


▲ '찌질'해도 미워할 수 없는 스파이더맨 - 토비 맥과이어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샘 레이미 감독)의 주인공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본명)는 첫 편 개봉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익숙한 모습의 스파이더맨이다.


타 시리즈와 비교하면 우울함과 소심함으로 점철된 지질한 성격이 더 짙게 배어있는 이 캐릭터는 3편에서 외계 생물 '심비오트'에 감염돼 영악한 성격으로 변했을 때마저도 다른 여자(그웬 스테이시)를 이용해 헤어진 연인 메리 제인에게 복수하는 등 좀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보호를 필요로 하는 듯한 나약한 성격과 불우한 가정사를 가진 히어로라는 설정은 맥과이어의 순진무구한 외모와 결합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일각에선 원작 만화의 활발하고 유머러스한 스파이더맨을 망쳤다는 이유로 맥과이어의 파커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등장 초기의 스파이더맨은 음울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비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 멋진 동네 형 같은 스파이더맨 - 앤드류 가필드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제작사의 지나친 스토리 개입에 감독이 반발하면서 2007년 개봉한 3편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그로부터 5년 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마크 웹 감독)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새로운 시리즈가 극장가를 찾았다.


맥과이어보다 큰 키, 선이 굵으면서도 더 개구쟁이 같은 외모를 가진 앤드류 가필드가 피터 파커 역을 맡았다. 가필드는 이전 3부작보다 밝은 면을 강조한 재기발랄하고 수다스러운 성격의 스파이더맨을 선보였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만화 속 스파이더맨에 익숙한 원작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원작과는 별개로 전 시리즈의 '애정이 가는 소심이' 파커를 선호하던 이들에게는 "내가 알던 스파이더맨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에 충실했던 캐릭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어메이징' 시리즈는 기대 이하의 흥행을 거두며 2편 만에 쓸쓸하게 퇴장했다.


▲ 수다스러운 사춘기 스파이더맨 - 톰 홀랜드


'어메이징' 시리즈의 실패는 영화화 판권을 독점 소유하고 있는 소니 픽쳐스를 스파이더맨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 합류시키고 싶어한 마블 스튜디오가 기다리고 있던 협상 테이블에 끌어 앉혔다. 결국, 2015년 양측은 협상을 통해 스파이더맨을 MCU에 합류시키기로 최종 합의했다. 새로운 배우로는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 톰 홀랜드가 낙점됐다.


앞선 두 시리즈와는 달리 사춘기 나잇대의 앳된 소년으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등장한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 시리즈보다도 더욱 수다스럽다. 목숨이 걸린 긴박한 상황에서도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다른 등장인물들의 혼을 빼놓는다. 그러면서도 '홈커밍' 예고편에서 잠깐 엿볼 수 있는 학교 신에서 수트를 벗은 파커의 모습은 영락없이 숫기 없는 소심한 학생이다.


선례에서 교훈을 얻어 이전 두 인물의 장점만을 흡수한 듯하다. 옛 스파이더맨에 대한 향수에서 나오는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캐릭터에 있어선 흠잡을 게 없다는 것이 많은 팬들의 평가다.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인 스파이더맨 영화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피로도는 이전 시리즈와는 차별되는 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일단 시작은 흠 잡을 것 없다.


물론 홀랜드는 '시빌 워'에서 많지 않은 분량을 통해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첫 솔로 영화의 개봉을 앞둔 가운데 등장을 두고 성공이나 실패로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


팬들의 염원대로 마블 스튜디오의 품에 안긴 '다정한 이웃 슈퍼히어로'가 마블 불패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시리즈 예고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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