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일본 J리그 감바오사카로 이적하는 성남FC 공격수 황의조. 사진은 지난해 8월1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황의조.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성남은 축구 인생의 고향, 꼭 돌아올 것.”

막상 떠난다고 하니 여러 생각이 오갔나보다. 황의조(25·성남FC)는 20일 일본 J리그 감바오사카행이 전격 발표된 직후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새 무대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남FC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간판골잡이 황의조가 끈질기게 러브콜을 보낸 감바오사카 유니폼을 입는다. 성남 구단은 이날 오전 감바 오사카와 황의조 이적에 최종 합의했다며 계약 기간은 2019년까지 2년이라고 밝혔다. 양 팀 합의 하에 이적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황의조는 풍생중-풍생고 등 성남 유스 팀을 거쳐 2013년 K리그에 데뷔,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5년 15골을 터뜨리며 생애 첫 A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감바 오사카의 구애를 받은 것도 이때쯤이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감바 오사카는 황의조에게 더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새로운 도전을 갈망한 황의조도 이적을 결심했는데, 지난해 팀의 2부 추락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박경훈 감독의 잔류 요청으로 한 시즌 더 남기로 했다. 올 시즌 현재까지 17경기에서 4골1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 떠나게 됐다. 성남과 황의조의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다. 올해가 지나면 황의조는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성남은 이적료를 한 푼도 챙기지 못한다. 성남은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뒤 운영비가 절반이나 삭감됐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4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올해 구단 운영비 73억원 중 30억원을 삭감했다. 선수단 인건비 지급에도 비상등이 켜진 성남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요 선수들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고연봉자인 황의조 잔류는 더는 어려웠다. 때마침 감바의 끈질긴 구애가 이어지면서 이적이 성사됐다. 황의조는 국내 복귀 시엔 성남으로 돌아오겠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구단과 성남 팬이 보내준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유스서부터 프로 데뷔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 팀을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며 “하지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잘 살려서 나와 성남의 명예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감바 오사카행이 확정됐는데.

오래전부터 얘기가 오간 팀이다.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팀이 2부로 강등된 상황에서 다른 팀으로 옮긴다는 게 쉽지않은 일이었다. 성남은 유스서부터 프로 5년차가 될 때까지 함께했다. 나를 키워준 팀이다. 그래서 여러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본에 가서 잘하면 내 축구 인생에 또다른 전환점이 될 것 같다.

- 이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일본 축구는 패스 위주의 경기를 한다. 공격수 입장에서는 그런 축구 환경에서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게 사실이다. 동료와 하나가 돼 좋은 패스를 받으면서 내가 골을 결정하는 데 더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J리그에 먼저 진출한 대표팀 동료 또는 선,후배에게 조언을 받았나.

우리 팀에도 배승진 형 등 J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있다. 처음에 어리버리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엄연히 외국인 선수 신분이니 처음부터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해줬다. 나 역시 팀에 합류해서 경험을 해봐야 느끼지 않을까 싶다.

-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증명됐듯 J리그 수비진도 결코 호락하지 않은데.

맞다. 과거 우리도 ACL에서 감바 오사카와 격돌한 적이 있는데 당시 우리가 초반부터 강하게 나가면서 몰아붙였다. 그런데 최근 ACL 경기를 보니 J리그 팀이 더 압박 능력이 좋고 강하게 나오더라. 그에 맞게 나 역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박경훈 감독의 반응은.

(24일 경남FC전까지 뛰는데) 남은 경기에서도 팀을 위해서 좋은 활약을 하면서 팬들에게 선물을 주고 떠났으면 한다고 하셨다. 감독께서는 나를 늘 배려해주셨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보내주시는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온 힘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 사실 성남도 잔류를 원했으나 예산 삭감 등 후폭풍 속에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래서 마음이 더 불편한 게 사실이다. 다만 이적료를 팀에 안기고 떠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이적 조항에 ‘성남으로 복귀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당연한 것 같다. 성남은 고향 같은 팀이고 돌아와야할 곳이다. 반드시 일본에서 성공해서 돌아오고 싶다.

- 성남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과 기억에 남는 순간.

팀이 2부로 강등이 됐다. 떠나기 전 클래식으로 승격할 수 있게 더 좋은 순위에 올려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시즌 초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다만 지난해 우리 팀에 강등 아픔을 안겨다 준 강원FC와 FA컵 16강에서 만나 이긴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기고 ‘아 작년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강등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이겨서 마음이 편하다.

- J리그에서 목표.

구체적인 목표보다 최대한 이르게 (주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공격 포인트를 꾸준히 쌓고 싶다. 국가대표팀에도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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