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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그동안 비우기만 했다. 이제는 채워야 할 때인가 보다.”

배우 이상윤이 SBS ‘귓속말’을 끝내고 힘들었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극중 전도유망한 판사였지만, 병원장인 생부로 인해, 뒤이어 대형로펌의 대표인 장인과 변호사 아내 때문에 연이어 뒷통수를 맞으며 인생의 나락을 경험한 인물 이동준을 그려야했기 때문. 중반부터는 반격을 하기 시작했지만, ‘가진 자’들의 음흉한 속셈에 대응하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도 턱없이 부족하고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는 “초반에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대응하겠다는 마음을 못 먹고 있는데 이 사람 저사람에게 계속 두드려맞고, 눌렸다. 힘없이 당하는게 힘들었다. 연기적으로 답답했다. 또, 대응하려고 한 순간부터는 마지막까지 계속된, 사람들과의 신경전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이상윤은 모범적이고 부드러운 캐릭터를 많이 했다. 그런 이미지가 강해 굴곡 있는 삶을 연기하는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힘들었던 건 아닐까. 이상윤은 “가볍고 따뜻한 캐릭터를 많이 해서 날카롭고 무거운 캐릭터나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고, 그런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그 인물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더 큰 힘을 가지지 못한게 좀 아쉽다”고 말한 뒤 “내가 연기로 더 힘을 보여줘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비판도 많이 받았다. ‘안 어울린다’는 소리가 많았다”고 인정을 했다.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만큼, 평소 스트레스를 농구로 푸는 그가 드라마 내내 농구공을 손에도 못 댔다. “화요일에 대본이 나와서 수요일부터 촬영을 하는거라 화요일 저녁에 농구를 하려 했다. 그런데 하루 농구를 다녀오고 보니 수요일 촬영을 못 버티겠더라. 안그래도 에너지 소모가 많은 드라마인데 힘을 빼고 촬영장에 오니 스트레스는 풀리는지 몰라도 체력이 떨어져서 안되겠더라. 그래서 쉬는 날은 집에만 있었다.” 그럼에도 “좋은 공부를 한 것 같다. 혼도 많이 났지만, 박경수 작가의 대본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며 드라마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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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이)보영 누나랑 다시 작품을 할 수 있어서도 좋았다”며 이번 드라마의 의미를 더했다. 시청률 40%를 돌파한 국민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보영과 4년만에 재회한 이상윤은 “‘서영이’ 때는 정말 누나만 보고 따라간 것 같다. 그때는 누나가 전체를 이끌어가고 나는 도움만 주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은 같이 갈 수 있게 노력했다. 여전히 누나가 정신적으로 많이 이끌어줬지만, 그래도 한두 발자국 앞으로 다가간 느낌”이라고 전작과 달라진 스스로를 이야기했다.

그런 이상윤은 요즘 자신의 화두가 “자아찾기”라고 했다. “뭔가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나 자신을 다시 찾아야할 것 같다. 재작년과 작년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두번째 스무살’과 ‘날 보러 와요’ 할때는 즐겁게 한 것 같은데, 작년 ‘공항 가는 길’을 하고 이어서 ‘귓속말’을 하고 나니 뭔가 모르게 예민해지더라. 계속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벽에 부딪친 느낌이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다. 내 자신을 다잡고 잘 채워서 어떤 상황이 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고, 감성적인 부분도 그렇고.”

쉽지 않은 작품을 연속으로 하면서 심신이 지쳐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제는 힘들었던 걸 털어내야할 때다. 이상윤의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올가을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인즉 “이번에는 비우는 대신 채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월화수목 다 챙겨봤는데. 오히려 연기를 시작하고 작품을 많이 못 봤다. 또 작품을 끝내고 난 뒤 항상 비워내기만 했다. 채우지 않으니까 내가 작품을 하면서도 힘든 것 같다. 이제는 뭔가 채워넣어야할 것 같다.”

그러면서 새삼 연기 공부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기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학원이라도 다녀야할까, 대학에 갈까 생각도 하고 있다”면서 “언젠가 한 선배가 언젠가 다시 공부해야하는 시점이 온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돼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다. 비전공자로서 이 시점에 내가 연기공부를 하는게 도움이 될지, 내가 공부를 더 한다고 하면 어떤 걸 하면 좋을지 생각중”이라고 했다.

자신을 채우고 다시 돌아올 이상윤이 어떻게 새로울지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cho@sportsseoul.com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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