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강원전)
조성환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18일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강원FC와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원정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평창=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검게 그을린 얼굴, 충혈된 왼쪽 눈이 가장 먼저 보였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탈락과 더불어 주축 수비수 무더기 징계로 마음고생한 조성환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한동안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누구보다 취재진과 소통을 원활하게 해온 그 역시 최근 팀을 둘러싼 여러 후폭풍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나보다. 1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4라운드 강원FC와 원정 경기에서 모처럼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죄송하다”며 “많은 분께서 궁금하신 것도 있고 격려도 해주실겸 전화를 주시는데 선수들과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외부 접촉을 단절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우라와레즈(일본)와 치른 ACL 16강 2차전 패배 당시 상대 선수 도발에 제주 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이면서 사태는 커졌다. 경기 직후 그라운드에 진입해 심판을 밀고 물을 뿌린 조용형에게 6개월 자격정지, 종료 직전 아베 유키를 가격한 백동규에게 3개월 자격정지, 상대 선수와 격렬하게 다툰 권한진에게 2경기 출전정지 등 제주 주력 센터백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제주 구단이 항소를 결정했으나 결과야 어찌됐든 도의적인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후유증은 그라운드로 이어졌다. 지난 6일 ACL 탈락 이후 치른 수원삼성과 FA컵에서도 탈락했다. 징계 이후 첫 리그 경기를 치르는 이날 역시 조 감독은 큰 부담을 느꼈다. “ACL 탈락 이후 FA컵에 이어 리그에도 영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그는 “남다른 각오로 강원전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팀 분위기를 다잡는 데 있어 징계 선수에 대한 배려를 신경쓴 조 감독이다. 조용형은 최근 햄스트링 부상 치료를 받고 있어 휴식을 줬고, 백동규는 3개월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지만 평소처럼 정상 훈련에 참가하게 했다. 백동규는 우라와전 당시 벤치에 있다가 그라운드로 뛰어와 상대 선수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조 감독은 “동규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에 크게 뉘우치고 있다”며 “인터넷 댓글에 자신보다 가족, 특히 태어난지 얼마안 된 아기까지 (비난하는) 내용이 있어 정신적으로 충격이 큰 것 같다. 나와 구단은 되도록 말을 아껴야할 것 같다. 평소처럼 함께 하고 그라운드에 정상적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력 센터백이 이날 경기서부터 뛸 수 없는만큼 조 감독은 전격적으로 전술 변화를 꾀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포백 수비진을 꾸렸다. 최후의 중앙 수비수인 오반석, 김원일을 축으로 좌우 풀백에 정운, 김수범을 뒀다. 김수범은 올 시즌 첫 출전이었다. 조 감독은 “(중앙) 수비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동계전지훈련 때도 포백 훈련을 했고 시즌 중 한번쯤은 도입하려고 했다. 오늘 경기가 잘 될수도, 안될수도 있다. 잘 되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 같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현재 사정에서는 이 전술을 끌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스리백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인 팀답게 갑작스러운 포백 변화는 실전에서 곧바로 효력을 보기 어려웠다. 수비진에서 잦은 패스 실수가 나왔다. 기어코 전반 20분 강원 오른쪽 윙백 박요한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뒤 드리블 돌파할 때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며 뒤로 물러서다가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1분 황일수가 행운의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후반 29분 또 측면이 무너지며 문전으로 빠져들어간 정조국에게 오른발 결승골을 내줬다. 1-2 패배. ACL 탈락 이후 2연패다.

경기 중 이찬동, 황일수가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는 등 다소 조급하면서 예민한 반응까지 나왔다. 조 감독은 “(연패, 징계 등) 여러 요인으로 선수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나부터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는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을 지속해서 떠안고 있다. 조 감독은 “이기려는 의지, 더 강해지려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며 정신 무장으로 난국을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승리로 창단 이후 첫 리그 5연승을 기록하면서 리그 7승3무4패(승점 24)를 기록한 강원은 제주(승점 23)를 밀어내고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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