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王서방요리 金서방이 판다
    • 입력2017-06-16 07:00
    • 수정2017-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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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서방요리 金서방이 판다 (1969년 8월 10일) 



국적 바뀌는 中國음식 업계의 내막 


자장면집 「王서방」들은 요즘 입맛이 쓰다. 한국인 경영의 중국 음식점이 자꾸 늘어나 이제는 그들의 경제권 마저 위협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람이 이거 장사 안돼. 정말 안돼 이거-』. 장안 「자장면 재벌」의 판도가 「王서방」에서 「金서방」으로 국적이 바뀔 판국이라는데…. 



한국인 경영의 본격적 중화 요리점 제1호는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삼풍상가에 문을 연 「W」. 어찌된 셈인지 문을 열자 마자 손님이 몰려 들기 시작, 개점 반년만에 화교가 경영하는 명문 「A원(園)」과 어깨를 겨루는 대요식업소로 성장했다. 

「W」은 특히 가족 동반, 외국인 동반 손님이 많아 재미를 보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한번 꼭 들러 음식을 시식(試食)할 정도로 어느새 서울시내 관광「코스」의 하나로꼽힐만큼 되었다. 

「W」의 「클린·히트」에 고무되었음인지 이번엔 스타일」의 새 한국인 경영 중국 음식점이 종로 번화가에 선을 보였다. YMCA근처 8층 「빌딩」안에 자리잡은 「H」-지난 7월 23일 문을 열었다. 8층 「빌딩」의 1층부터 5층 까지를 몽땅 도려 냈으니 규모는 「W」나「A園」보다 오히려 더 큰셈. 가위 「매머드」급이다. 

기성 「자장면 재벌」의 판도를 바꿔놓을만한 두개 한국인 경영 중화 음식점의 면모를 먼저 살펴 보자. 

「W」는 개점하자 마자 손님이 쇄도, 이틀뒤 문을 닫고 주방을 넓히는등 시설을 개조하여 그달 25일 재개점했다. 주인은 군출신의 김응한(金應漢)씨. 


「W」은 「홍콩」의 「얌차」(飮茶)식 식당에서 「힌트」를 얻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중국 음식점이다. 전통적으로 「코리아나이즈」된 재래식 중국음식을 지양, 사천(泗川), 광동(廣東), 북경(北京)식 요리를 도입하여 선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는 식당 경영을 기업화 하는등, 「머리를 쓴」흔적이 보이는 음식점, 『청결·친절·음식맛 이세가지를 「모토」로 삼고있읍니다. 유흥장으로 보다는 가족동반 친지동반으로 조용한 한때를 보낼 수 있는 식당으로 가꾸려고 애를 많이 썼읍니다. 외국인들과 아이들이 많이 드나들더니 술 취해 떠드는 사람들이 없어지더군요. 분위기가 아늑하고 순수하게 지켜지는 편입니다』 

김영한(金寧漢)상무는 무엇보다 「W」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고심했음을 실토한다. 중국집에서 흔히 불 수 있는 떠들썩한 분위기와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오랜 기다림, 한국인의 생리에 잘 맞지 않는 「서비스·매너」등 많은 「터부」의 요소들을 「W」는 대담하게 청소해 버렸다고 자랑이다. 

4백여평의 넓은 「홀」에 「테이블」은 70여개. 10여개의 「카트」(손수레)가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음식을 판다. 철두철미한 「빌」제, 복잡한 중국 요리의 한국식 표기등도 고객에 「어필」된 큰 요소인 듯 하다. 

지난 7월 23일 개점한 「H」는 우선 손님수용력이 「W」보다 월등하다. 

2층과 3층은 고대 중국의 호족 내실을 연상시키는 휘황한 「데코레이션」의 넓은「홀」이다. 2층의 「테이블」은 42개, 3층이 32개. 4층엔 11개의 방이 있고 5층에 4백명 수용의 대 연회실이 있다. 

전관(全館)의 치장은 홍대(弘大) K모 교수 솜씨. 

『3개월동안 시장조사를 했읍니다. 거기서 W「스타일」은 안되겠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래서 연회석 위주로 음식도 보통 재래식 중화요리로 내 놓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사장 홍형표(洪瀅杓)씨의 말. 

「H」의 음식은 90원짜리 특제, 자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비싼건 한 상 1만 몇천원짜리까지. 중국인 「쿠크」11명을 세종 「호텔」등에서 「스카우트」했다. 붉은 「꾸냥」복의 아가씨들도 특수 훈련된 반 중국인 처녀들. 한국인 경영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보다 「중국적」이어야 한다고 洪사장은 알 듯 모를듯한 경영론을 편다. 

『외국서도 보면 큰 중국 요리점을 중국인 경영 아닌게 많습니다. 중국 음식의 맛을 분명히 살리면서 그네들 식당의 단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실패 할 염려는 없으리라 믿습니다』 

홍형표(洪瀅杓)사장의 자신에 찬 경영론. 한국인 경영의 중국음식점은 서울 변두리에만 50여개소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물론 호떡이나 자장면류를 만들어 파는 영세업자들. 

분명히 중국음식점쪽에 위협이 되기 시작한건 W와 H의 출현이다. 이들 두 업소는 하루 매상 1백만원대를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서울시의 집계에 의하면 서울시민이 유흥업소에 뿌리는 돈은 하루 평균 9천4백41만원꼴이다. 이중 3종 음식점의 경우만을 보면 한식이 하루 1천7백58만원, 중국음식 9백2만원, 양식 4백32만원, 일본식 3백9만원의 순서. 중국 음식의 경우는 값이 1백원 이상인 것만을 대상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하루 1천~1천5백만원의 매상을 올릴 것으로 추상하고 있다. 

이렇게 볼때 W·H등 한국인 경영 중국음식점이 기존 중국음식점 사회에서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크로스·업」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은 일.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되도록 중국인들이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전통적인 「韓中친선」도 그렇지만 잘못하다가는 음식 재료 공급 중단등의 압력(?)을 중국사람들로부터 받을 것을 두려워 한 때문. 

몇 년전 진해(鎭海)에서는 시민들이 중국음식 불매동맹(不買同盟)을 벌여 큰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 소동의 발단이 한국인 경영 중국음식점에 재료 공급을 중단한 때문이라니 딴은 신경을 안쓸 수도 없는 일. 

새로운 요리, 청결, 친절한 「서비스」, 거기다 「플러스·알파」로 국가의식 같은 것까지 호소하는 한국인 경영 중국 음식점의 상혼은 제법 인기를 모으고 있는 셈. 

 

<서울신문 제공> 




스포츠서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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