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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6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끝난 제4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휘문고 안우진이 꽃다발과 부상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2016. 08.16. [한국일보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베이징키즈’ 최대어로 꼽히는 휘문고의 우완정통파 투수 안우진(18)이 넥센 유니폼을 입는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KBO리그를 두고 고심하던 안우진은 최근 서울지역 1순위 지명권을 지닌 넥센과 계약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자루를 쥐고 있던 안우진이 마음을 굳히면서 오는 26일 신인 1차지명 발표를 앞두고 일찌감치 안우진을 지명하기로 결론을 내린 넥센도 큰 부담을 덜어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지난 11일 “넥센 구단과 안우진 측이 계약금 등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단 제안도 있었으나 안우진이 넥센을 원했다고 들었다. 넥센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신예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빠르게 팀의 주축 선수로 만든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넥센 구단은 1차 지명선수에게 아낌없이 기회를 준다. 올해 이정후는 물론 지난해 1차 지명 신인포수 주효상, 2015년 1차 지명 투수 최원태 등이 이미 1군 무대를 밟고 있다. 넥센 조상우와 한현희는 이미 국가대표급 선수로 올라섰다. 게다가 상황만 맞으면 메이저리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안우진의 넥센행은 메이저리그까지 고려한 결정이라는 이야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156㎞’ 안우진, 매 경기 성장하며 유망주 1순위

지난 5월28일 서울고와의 경기에서 최고구속 156㎞를 스피드건에 찍어 화제를 모았던 안우진은 예전부터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이른바 ‘베이징키즈’ 가운데 최고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는 “서울권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안우진이다. 단순히 구속만 빠른 게 아니다. 경기를 운영할 줄 알고 체력도 뛰어나다. 지난겨울부터 꾸준히 구속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프로에 들어가면 더 빠른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안우진은 지난 3월 25일 올해 첫 공식경기에서 153㎞를 찍은 후에도 구속이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 구종으로 활용하는 슬라이더의 구속 또한 140㎞에 육박한다. 수도권 B구단 관계자는 “안우진은 지난해 말부터 돋보였다. 올해 3학년에 워낙 좋은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누가 첫 번째 지명을 받을지 스카우트들도 관심이 많았는데 지난해 봉황대기를 기점으로 안우진이 원톱으로 치고 올라왔다. 2학년이 3학년 선배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매달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발투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우진은 지난해 봉황대기 군산상고와 결승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휘문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기간 5경기 21.2이닝 1자책점을 기록하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 전설의 92학번과 에드먼턴 키즈 잇는 베이징키즈

흔히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선수층이 두터웠던 황금세대로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정민철의 92학번 세대와 2000년, 2008년 세계청소년대회 정상에 오른 에드먼턴 키즈를 꼽는다. 2000년 청소년대표팀에는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이동현, 정상호 등이 주축이었고 8년 후인 2008년에는 김상수, 허경민, 안치홍, 오지환, 박건우, 정수빈, 성영훈 등이 우승의 주역이었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전국적인 야구붐이 일어났다. KBO리그가 폭발적인 흥행가도를 달렸고 초등학교 3, 4학년 학생들이 야구스타를 꿈꾸며 대거 야구부에 지원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들이 어느덧 고3이 되어 프로무대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C구단 관계자는 “스카우트를 시작한지 15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뛰어난 선수들이 한 해에 몰린 적이 또 있었나 싶다. 2학년 때부터 돋보이는 선수들이 많았다. 신체조건만 놓고 보면 올해 고3 투수들이 92학번보다 뛰어나다. 구위와 완성도에 있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서울권이 굉장하다. 투수풍년이다. 예전 3학년들과 비교하면 평균 구속이 4~5㎞ 이상 늘어났다. 140㎞대 후반, 150㎞대 초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그 어느 해보다 많다. 예전 같았으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는 선수가 10명은 그냥 넘었을 것이다. 최근 분위기가 많이 바뀌면서 대부분이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4~5년 정도 지나면 KBO리그 마운드에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한편 안우진의 넥센행이 확정되면서 서울권 2순위 지명권을 지닌 두산은 배명고 우완 곽빈(18)을 선택했다. 3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LG는 3명의 투수를 놓고 고민 중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12일에 감독님 브리핑에 들어간다. 투수 3명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데 감독님과 자료를 보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덕수고 우완 양창섭(18), 경기고 우완 박신지(18), 장충고 우완 성동현(18) 등이 서울권 1차 지명 후보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LG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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