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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인터넷 업계의 오랜 이슈였던 ‘구글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세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조세조약이나 세법을 악용해 수익을 얻은 지역에 세금을 내지 않았던 글로벌 기업에 부과하기 위한 세금이다. 영국은 2015년 4월에 구글세를 도입했다. 이탈리아도 최근 탈세조사로 구글을 압박하면서 약 38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며 전세계적으로 구글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구글세 논란은 글로벌 IT 기업 오라클의 국내자회사인 한국오라클이 지난 4월 수익을 조세회피처로 빼돌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3000억 규모의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가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이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됐다. 이어 최근 정혜승 카카오 부사장이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에 내정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출신이 청와대에 입성해 구글세 도입에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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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5일 청와대에서 국방부의 사드 배치 관련 누락 보고 경위에 대한 조사 결과와 청와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구글이 국내에서 앱장터인 ‘플레이스토어’와 동영상 플랫폼에서 절대적인 시장을 장악한 ‘유투브’를 통한 광고 등으로 매년 국내에서 가져가는 수익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추정은 추정일뿐이다. 주요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유한회사 형태로 등록돼 있어 매출 구조나 순이익, 납세내역 등을 알 수 없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의무가 없어 손익계산이나 영업보고, 이익배당 등 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코리아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다. 이때문에 구글, 오라클처럼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세금 회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세회피와 해외 자본 유출이 유한회사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다. 재무제표가 공시된 외국계 법인들도 국내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비상식적인 과도한 배당과 각종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로 빼돌려 국내 이익금을 줄이고 이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사례가 있다. 올 해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속한 외국계 기업을 조사한 결과 외국계 법인 중 볼보그룹코리아, 아디다스, 이베이코리아 등 5곳의 배당성향이 모두 100%를 넘겼다. 국내에서 얻은 이익을 배당을 통해 해외에 이전하고 그만큼 세금을 회피하는 것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매출 상위 외국계 기업 44개 사의 배당성향 평균은 75,9%였다. 국내 대기업 배당성향 평균인 23.6%의 3배 이상이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 또한 0.05% 수준으로 사회적 기부에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과도한 배당금과 로열티 책정이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기업은 볼보그룹코리아로 192%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본사 배당 총액은 1100억원이었다. 아디다스코리아도 만만치 않다. 비상식적인 배당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아디다스코리아의 순이익은 1070억원이었다. 그런데 배당금은 1500억원이었다. 아디다스코리아의 지분 100%는 독일 아디다스AG가 가지고 있다. 배당금 전부가 독일로 보내진 것이다.

이베이 코리아

IT기업으로 꼽히는 G마켓과 옥션도 마찬가지다. G마켓과 옥션의 대주주인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9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1261억원을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하며 배당성향 135.6%를 보였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3년 공정위가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이례적으로 승인해 탄생한 거대 공룡이다. 합병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액 기준 롯데, 신세계에 이어 세번째로 규모의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사회공헌 등 다양한 사회적 부담도 있다. 또한 각종 규제에 시달린다”며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한국에서 번 돈 대부분을 해외로 유출시키고있고 사회적인 책임도 지지 않으며 규제에도 자유롭다. 한마디로 해외 기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어 “이러한 비상식적인 행태가 바로잡혀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하루 빨리 구글세 도입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덧붙였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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