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폼니시
발레리 니폼니시(왼쪽) 전 부천SK 감독이 10일 기자회견 중 웃으며 대답하고 있다.

[부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니포 축구? 상대 지역에서 행운을 찾는 것.”

1990년대 K리그에 ‘니포 축구’ 열풍을 이끈 발레리 니폼니시(74·러시아) 전 부천SK 감독은 모처럼 한국을 방문한 것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재창단 10주년을 맞은 부천FC 1995 구단의 초청을 받아 지난 7일 입국, 프로 선수단 교육과 유소년 훈련장 방문, 팬들과 만남에 이어 1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서울이랜드의 경기를 관전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1995년 유공코끼리팀(이후 부천SK) 감독으로 부임하여 1998년까지 4시즌 동안 사령탑을 지내며 부천 축구의 전성기를 주도했다. ‘니포 축구’로 표현되는 세밀하고 정교한 중원에서의 패스를 강조하는 스타일로 한국 축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전술 뿐 아니라 선수단 관리와 지도 방법에서도 ‘눈높이 리더십’으로 사랑을 받았다. 니폼니시 감독의 지도를 받은 조윤환 최윤겸 하재훈 송선호 김기동 조성환 남기일 윤정환 강철 이용발 등 수많은 스타 선수들은 저마다 좋은 지도자로 거듭났다. 니폼니시 전 감독은 현재 러시아에서 축구해설가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니폼니시 감독의 부임 이후 부천에 축구 붐이 일었는데 서포터즈 ‘헤르메스’도 그 당시 탄생했다. 부천 구단은 팀명에 1995라는 숫자를 놓은 것도 당시 부천 축구의 오름세를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있다. 니폼니시 감독은 “(한국을 떠날 때) 김포공항에 배웅나온 서포터즈들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전날 오랜 팬들과 만나 ‘치맥(치킨&맥주)’도 즐기며 여러 얘기를 했다. 좋아하는 나라에 와서 너무나 기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한국 팀들이 터키 안탈리아 등에 전지훈련을 올 때 자주 만나기도 한다. K리그는 지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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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다음은 일문일답-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한 소감은.

좋아하는 나라에 왔기에 너무나 기분이 좋다. 물론 이번엔 (방문) 기간이 다소 짧다.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다. 공식적으로는 부천FC 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구단 (재창단) 10주년을 맞았다더라. 나 역시 주저하지 않고 방문하기로 했다. 부천 팬의 부름으로 생각했다.

- 부천이 연고 이전과 함께 기업구단(제주 유나이티드)과 현 시민구단으로 갈린 것을 알고 있나.

물론이다. 잘 알고 있다. (K리그 관계자들을) 한국에서 만나지 못하더라도 동계 전지훈련 중 터키 안탈리아 등에서 접촉을 많이 한다. 한국의 네트워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 과거의 K리그와 지금의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4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 기간도 매우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내가 떠난 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는데 리그가 지속해서 발전한 결과물이다. 지금도 (유럽) 전지훈련지에서 한국 팀을 보게 되는데 수준이 꽤 높다고 생각이다.

- ‘니포 축구’는 여전히 국내에서 인정하는 색깔의 축구였다. 지금 돌이켜본다면.

바르셀로나 경기보는가. 마음에 드는가? 내가 지향하는 축구가 그런 것이다. 물론 선수 수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팀은 공을 소유해야 한다. 그것을 두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공이 우리 구역에서 머물지 않아야 한다. 용감하게 상대 지역으로 넘어가서 공이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게 내 축구다. 현대 축구는 갈수록 더 빠르고 압박이 강하다. 여유가 많이 없다. 공을 점유하려면 개인 기술이 필요하다. 팀 플레이에 적합한 움직임이 동반돼야 한다. 내가 감히 바르셀로나와 똑같은 축구를 했다는 게 아니다. 그 부분에 지향점을 두고 항상 지도자가 축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에게 항상 강조하고 싶은 건 ‘상대 지역에 행운을 찾아라’다. 공격을 할 땐 2~3명이 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하는 것이다.

- 당시 한국 선수들의 장, 단점은.

한국 선수들은 교육받는 자세가 좋고, 의욕도 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면이 부족하다. 감독으로서는 선수들의 심리나 상태를 알아야 한다. 그런 상호 이해가 없으면 목표 이루기가 어렵다.

(좋은 선수의 덕목은 무엇인가

) 극장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다. 축구 선수라는 직업 의식을 일깨워야 한다. 매 경기 1000명 이상의 사람이 지켜본다. 좋은 경기는 수천만 명이 지켜보는 흥미로운 직업아닌가. 내가 어디에 서 있으면 관찰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못한 스트레스를 도망가서 다른 곳에서 풀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축구장에서만이다. 프로 선수가 돼서 느끼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이런 부분을 소양적으로 갖춰야 한다.

- 당시 감독에게 배운 제자들이 현장 지도자가 돼 있다.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것으로 아는데.

당시 코치진과 여전히 연결고리가 돼 있다. 나와 인연을 맺은 선수 중 15명 정도가 코치나 감독으로 옮겨갔다. 기분 좋은 일이다. 내게 배운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을 지도한다는 것 자체가.

- 부천 지도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여러 일이 있다. 무승부만 해도 (리그) 우승할 수 있었는데 놓친 기억이 있다. 반대로 컵대회에서는 우승했을 때가 있다. 무엇보다 내가 처음 감독직을 맡았을 때보다 점점 관중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때 기뻤다. 한국을 떠나기 전 김포공항에 나를 배웅하기 위해 온 서포터즈들과 만남도 기억에 남는다.

- 현재 K리그는 1, 2부로 운영되는데.

프로 팀, 선수 규모가 더 늘어나는 건 긍정적이다. 다만 나머지 인프라가 관건이다. 시설 등 모든 게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지금도 러시아에서 축구해설 등을 하면서 축구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유소년 시스템이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수준 지도자가 유소년을 지도할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좋은 선수를 만들어야지, 승리만을 강조하는 시스템으로 간다면 발전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 오히려 당시보다 K리그는 팬층이 줄어든 것 같다. 팬들을 위한 축구란 무엇인가. 지도자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어제 선수들과 미팅했다. 강조한 것은 ‘나를 위한 축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축구는 함께하는 것이라고 했다. 11명이 모두 좋은 축구 선수라고 해도 그런 마음 없이 어떻게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겠느냐. 눈에 관중이 보여야 한다. 거꾸로 팬이 볼 땐 무언가 경기에서 흥미가 있어야 입장료를 낸 보람이 있지 않겠나. 선수도 경기를 즐겨야 연봉받는 것에 보람도 더 느낄 것이다. 또 어려운 상황일수록 (지도자, 선수들이)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가거나 화합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진심으로 팬들이 경기장으로 돌아오고, 돌아온 팬들로 인해 더 좋은 축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선수와 팬들의 밀착 관계가 생겨났으면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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