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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한국-포르투갈 평가전이 지난 1월25일 포르투갈 리스본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하승운(가운데)이 패스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죽음의 조’를 통과한 신태용호 앞에 ‘지옥의 토너먼트’가 다가오고 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접전을 이겨내고 최소 4강, 최대 우승의 꿈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못지 않은 힘든 항해를 펼쳐나가게 됐다. ‘죽음의 조’를 이겨내면 토너먼트에서 한결 나아질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유럽과 남미·아프리카의 강호들과 연속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뚫어야 웃을 수 있다. 한국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17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유럽 대표 포르투갈과 일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이기면 내달 4일 오후 6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후보 2순위로 꼽히는 우루과이와 준결승을 다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개최하고도 조별리그에서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기니와 함께 A조에 속했다. 초반 2연승으로 16강 조기 확정에 성공하며 ‘죽음의 조’를 벗어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26일 잉글랜드와 A조 3차전에서 이승우 백승호 김승우 이진현 등 주전들을 상당수 제외했다가 0-1로 패배, A조 2위로 순위가 내려앉으면서 ‘지옥의 토너먼트’에 접어들게 됐다. 만약 A조 1위를 했다면 조별리그에서 경기력이 형편 없었던 코스타리카를 만나고, 8강에서도 프랑스 등 강력한 경쟁자를 피해 덜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이런 시나리오는 폐기됐다. 신태용호는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조별리그에서 나타났던 단점을 빠르게 수정해야 더 높은 곳으로 나갈 수 있다.

◇컨디션+자신감 급상승…포르투갈, 그래도 톱시드팀

포르투갈은 지난 3월 조추첨 때 톱시드를 배정 받을 만큼 U-20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강호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선 잠비아에 패하고, 코스타리카와 비기는 등 졸전을 펼치다 27일 이란을 뒤집기로 이겨 천신만고 끝에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포르투갈의 앞선 3경기를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뜻이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명성과 실력을 함께 갖춘 유럽과 남미의 팀들이 1~2차전에서 부진했으나 3차전부터 쑥쑥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포르투갈도 그 중 하나다. 포르투갈은 이란전에서 전반 4분 만에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내줘 탈락이 유력했으나 후반 들어 2-4-4에 가까운 극단적인 공격 축구로 승부를 걸어 역전승을 챙겼다. 후반 41분 결승골을 넣은 산더 실바는 “우리 팀은 전부 프로에서 뛰고, 그 중엔 포르투갈 명문팀 1군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던 선수도 있다”며 “한국 와서 매 경기 발전하고 있다. 16강전엔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다”고 했다. 실제 포르투갈의 3경기를 본 축구인들도 “마무리가 아쉬워 고전했을 뿐 경기 내용은 훌륭했다”고 호평하고 있다.

◇쉬운 패스미스 금물…중원에서 밀리면 안 된다

경기장 안에선 쉬운 패스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다부지게 싸웠으나 미드필더들의 패스가 생각보다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경기를 거듭할수록 긴 패스에 이은 역습에 의존했다. 선수들이 중원에서 상대의 압박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이승우와 백승호 등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두 선수를 제외하면 탈압박 능력이 부족하다. 신 감독은 일단 쉬운 패스의 성공률 증가를 거론하고 있다. 쉬운 패스만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중원 싸움에서 이겨 공격 루트가 다양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너먼트를 앞두고 반드시 수정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점이다.

◇바르셀로나 듀오+강철 체력…한국엔 있고, 다른나라엔 없다

반면 다른 팀에 없는 신태용호의 특징도 존재한다. 우선 다른 팀이 전부 인정하는 이승우와 백승호의 존재다. 한국은 둘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잉글랜드전에서 이를 절감했다. 만약 둘이 오랜 시간 잉글랜드전을 뛰었다면 상대의 마크가 집중되면서 다른 한국 공격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났을 것이다. 이승우는 ‘원샷원킬’의 번뜩이는 골 감각이 있어 상대를 긴장시키는 유형이다. 백승호는 미드필드와 측면을 오가며 한국 공격의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둘은 잉글랜드전 후반 교체투입으로 체력을 충전했다. 다시 선발로 돌아오는 포르투갈전부터 더 위력적인 플레이를 쏟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강한 체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사흘 쉬고 16강전을 치르는 한국과 다르게 포르투갈은 이틀 쉬고 신태용호와 만난다. 한국은 A조에 속하면서 조별리그를 가장 먼저 마쳤고, 이는 16강과 8강에서도 상대팀보다 하루 더 쉬는 효과로 연결된다. 게다가 신태용호는 이번 대회를 위해 두 달간 합숙훈련을 하며 강도 높은 체력 훈련까지 소화했다. 체력과 팀워크 만큼은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이는 후반 막판까지 사력을 다할 수 있는 힘으로 연결된다. ‘지옥의 토너먼트’ 통과에 가장 필요한 요소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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