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시작된 이래 부침과 영광을 함께 하며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중반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의 선전으로 인기를 되찾은 프로야구는 지난해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올해 900만 관중 돌파에 도전하고 있다.


높아진 국내 야구의 인기에 야구팬들은 이제는 경기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기록이나 스토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여러 매체들은 야구팬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더그아웃 매거진'도 그 중 하나다.


'더그아웃 매거진'은 국내 유일의 야구 잡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발행하던 '더 베이스볼'이 지난해 폐간되면서 야구 잡지의 명맥을 홀로 이어가고 있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꿋꿋하게 매달 야구 잡지를 발간하는 데에는 '더그아웃 매거진' 김지형 편집장의 뚝심이 자리하고 있다. 김지형 편집장을 만나 그의 야구 인생과 목표, 그리고 비전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야구와 인연이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지형 : 야구와 첫 인연은 어렸을 때다. 아버지가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 선수였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사회인 야구나 실업야구 등을 보러다녔다. 아버지가 나를 야구선수로 키우려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야구를 하지 않았다.


Q. 왜 하지 않았나.


김지형 : 막연한 야구선수의 꿈은 있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집 근처 경원 중학교에 데려가 야구부 선수들이 운동하는 걸 보여줬다. 그 때 야구부 친구들이 너무 힘들게 운동하는 것을 보고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웃음). 그 이후 그냥 일반 야구팬으로 살았다.


Q. 일반 야구팬으로 지내다가 갑자기 야구 잡지를 창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지형 : 정말 우연하게 창간하게 됐다. 원래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쉬고 있을 때였다. 당시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한창 야구 하는게 재밌었던 시기에 사진을 하던 친구 2명과 모여서 야구 얘기를 하던 중 야구 매거진 창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당시에 국내에 야구잡지가 하나도 없는거다. 이해가 안됐다. '야구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왜 관련 잡지가 하나도 없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 그게 2010년 말이었다.


Q. 2011년 4월 창간호가 나왔다.


김지형 : 5개월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창간호가 나왔다. 당시 우리 잡지의 콘셉트는 사회인 야구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프로 컨텐츠를 함께 만들게 됐다.


Q. '더그아웃 매거진'에는 프로선수들 뿐만 아니라 야구계나 관련 직종에서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린다. 이렇게 폭넓은 사람들을 컨택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김지형 : 잡지 콘셉트의 영향이 컸다. 잡지에서 기록이나 성적 얘기만 했다면 그냥 묻혔을 거다. 이런 것들이 물론 야구에서 중요하지만 그런 것은 매일 기사로 쏟아져 나오지 않나. 야구라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자는 생각에서 베이스볼 '컬쳐' 매거진으로 만들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또 사진을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사진을 정말 멋지게 찍어보자고 결심했다. 마치 패션화보처럼 말이다. 이런 콘셉트를 야구 관계자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Q.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그아웃 매거진'에 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무엇인가.


김지형 : 처음으로 인터뷰 한 프로선수가 임재철 선수다. 당시 인터뷰 콘셉트가 '저니맨'이었다. 임재철 선수가 두산 소속이었고 그 전에도 여러 팀을 옮겨 다녔다. 더그아웃에서 여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임재철 선수의 사진을 담고 싶었다. 사실 여러 유니폼을 입고 촬영하는 것이 귀찮을 수도 있는데 임재철 선수는 흔쾌히 다 응해줬다. 또 사회인 야구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임재철 선수가 선수들이 쓰다 버린 배팅 장갑을 모아논 박스를 가지고 와서 상태 좋은 것 골라서 팀원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슈퍼스타가 아니더라도 사연과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을 더 많이 인터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그아웃은 일반 사람들이 접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우리 잡지에서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었다.


Q. 잡지에 들어갈 내용을 정하는 기준이 있나.


김지형 : 프로선수들 같은 경우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팀마다 돌아가면서 인터뷰를 하려고 한다. 표지는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선수가 아닌 각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하고 그 다음은 추후 생각해보자고 했다.


Q. '더그아웃 매거진'이 창간된 후 6년이 지났다. 그간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김지형 : 내용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잡지로 인해서 회사가 다른 일들을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더그아웃 매거진'으로 인해 우리 회사가 스포츠 콘텐츠를 굉장히 세련되게 만든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프로구단들의 팬북도 만들고, 광고 제작 등 부수적인 일들이 많이 생겼다. 좋게 봐주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른 스포츠에 관련된 일도 하기 시작했다.


Q. 그렇다면 다른 스포츠 관련 잡지도 낼 생각이 있나.


김지형 : 스포츠 종합 매거진을 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의 이야기를 '더그아웃 매거진'의 콘셉트대로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Q. 잡지, 출판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매출에 대한 고민도 분명 클 것 같은데.


김지형 : 지금의 '더그아웃 매거진'은 회사의 상징이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유일하면서 가장 오래된 야구 잡지이기에 수익의 유무를 떠나 상징성을 가지고 유지할 것이다. 지금은 스포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주 업무가 됐다. 최근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영상 팀을 새로 꾸렸다. 영상 콘텐츠와 사진, 텍스트를 접목시켜 스포츠 관련 방송도 만들어보고 싶다. 앞으로 스포츠 관련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 스포츠하면 투박한 이미지가 있는데 세련되고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Q.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지형 : 다 아버지 덕인 것 같다(웃음).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날 야구선수를 시키려고 연습을 많이 시켰다. 야구는 특히 어렸을 때 제대로 기본기를 배운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종목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했던 훈련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수비는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를 한 사람들만큼 할 자신이 있다(웃음). 열심히 하고 많이 하니까 잘 봐주셔서 서울시 대표팀으로도 뛰고 있고 여러 전국대회에서 수상도 많이 했다. 야구가 너무 좋다. 야구를 보는 것 보다 하는 것이 더 좋다.


Q. 김지형 편집장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김지형 :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이다(웃음). 나에게 야구란 추억이다. 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일찍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게 야구다. 그래서 내가 더욱 이 일을 못 놓는 것 같다. 아버지와 연을 야구를 통해 계속 이어가고 싶다. 아버지가 흐뭇해하실 것 같다.


Q. 김지형 편집장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김지형 : 미국에 'ESPN' 방송국이 있다. 방송도 하면서 매거진도 있는 스포츠 미디어 회사다.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다. 스포츠 관련 미디어 회사를 만들어서 여러 스포츠를 접하면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뉴미디어국 superpower@sportsseoul.com


사진 | '더그아웃 매거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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