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고아성이 편해졌다.

배우 본인이 편해진 것일수도 있고, 배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편해진 것일 수도 있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의 은호원 역을 끝내고 만난 고아성도 인정을 했다.

취업준비생과 비정규직 사원들의 애환을 적나라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린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고아성은 101번째 면접만에 간신히 계약직으로 회사에 입사한 은호원 역으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웃픈’ 이야기를 펼쳤다.

다소 망가지는 면모도 없지 않은데, 그 덕분에 대중들이 고아성에게 좀더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이에 고아성은 “이 드라마하기 전까지 문득 들었던 생각이 항상 심오하고 진중한 작품 많이 했다는 것이다. 내가 원래 좀 그런 사람인 것도 맞지만, 내 안에 있는 유쾌함도 한번쯤은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체발광 오피스’로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나도 드라마 촬영하는 시간 내내 밝게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고아성

“극중 대사 중에 ‘오늘만 행복하자. 그러면 하루하루 행복한 날들이 모여서 내 삶이 행복한 삶이 된다’는 게 있었다. 그 대사가 너무 와닿았다. 살면서 내가 밝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별로 안 했다. ‘난 밝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의하고 살았는데, 돌이켜보니까 이 촬영을 할 때는 밝은 사람으로 살더라. 은호원으로 살면서 스스러 정화하기도 했지만, 내가 밝은 사람이든 아니든 그런 정의는 무의미하더라. 난 그저 3개월동안 꽉차게 밝은 삶을 살았다.”

고아성은 영화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나면 안방극장과는 소원해지는 다른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는 점이 특이하기도 하다. 이에 대해 고아성은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힘든 작업이긴 한데, 그만큼 재미있다. 순발력을 발휘해야하는 재미도 있다. 영화는 다 찍고 한참 뒤에 작품에 대한 반응을 듣지만, 드라마는 그때그때 반응을 얻고 그 반응을 반영할 수도 있어 좋다. 또, 드라마는 보편적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거다. 공감을 얻었다는 반응을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새로운 걸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욕심도 더 생긴다. 대담한 시도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애드리브도 더 할 수 있다.”

고아성

그러면서 “내가 원래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가 아닌데, 이번에는 정말 많이 했다. 배우들이 무엇을 던져도 다 받아줄 태도였다. 애드리브에 애드리브를 더해 진행된 적도 있어 감독님이 제지를 한 적까지 있다. 내가 내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마음껏 놀 수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배우들 사이에 호흡이 좋았던 소리다. “한선화 언니랑은 촬영 쉬는 날 만나자고 해서 만나기도 했다. 원래도 작품 같이 한 사람들이랑 친해지는데, 이번에는 더 돈독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냉정한 원칙주의자 상사 서우진 팀장 역의 하석진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극중 서우진과 러브라인이 형성되며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던 고아성은 정말로 서우진에게 푹 빠졌던 마음을 숨김 없이 풀어냈다.

“작품을 하면서 정말 서우진 부장님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든 두 번의 포인트가 있었다. 한번은 브로셔가 잘못 인쇄됐을 때 저랑 다른 비정규직 책임이었고, 그래서 막 혼냈는데 알고보니 정규직 신입사원이 일부러 조작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안 뒤에 서우진 부장이 우리를 불러 사과했다. 부장이 사과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기 잘못은 인정할 줄 아는 모습이 멋있더라. 또, 나중에 은호원이 정규직이 돼 우진이 선물을 주는데 그게 펜이었다. 처음에는 왜 펜이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대본에 설명이 ‘결제 사인을 하는게 폼 잡는 것 같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지겠다는 신성한 행위’라고 우진이 얘기하는데 그게 너무 감동적이더라. 정말 멋진 남자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프로페셔널하고 합리적이려고 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비슷한 면모에 반한 모습이다. 이에 고아성은 “꼭 그렇다기 보다는 내가 실존하지도 않는 인물에 많이 감동한 것 같긴하다. 드라마에 푹 빠져있었던 것 같다. 은호원에 많이 감정이입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제 하석진은 어떻게 느꼈을까. 고아성은 “실제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하하”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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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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