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형

[스포츠서울 김효원 대중문화부장]tbs(교통방송)의 돌풍이 거세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팟캐스트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최근 누적 다운로드 수 5억회를 돌파했다. 팟캐스트 순위 5위권 안에 tbs 프로그램이 3개(‘김어준의 뉴스공장‘, ‘정봉주의 품격시대’, ‘배칠수 전영미 9595쇼’)나 들어있다. 이같은 tbs의 돌풍에 정찬형(59) tbs 사장이 있다. 2015년 12월 취임한 이후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봉주의 품격시대’ 등 화제의 프로그램을 속속 론칭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대통령 탄핵에서 손석희 대표가 JTBC의 ‘뉴스룸’으로 공정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정 대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청취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했다.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격려하는 정 대표를 서울 상암동 tbs 신사옥에서 만났다.

-취임 1년 반을 맞은 가운데 많은 성과를 냈다. 소감은?

취임 후 무척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해 7월 회사 사옥을 남산에서 상암동으로 옮겼고, tbs 앱을 만들어 엄청나게 성장시켰다. 억대의 비용을 들여 개발한 첨단 앱 덕분에 해외에서도 듣는 방송이 됐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2016년 9월 론칭하자마자 핫콘텐츠가 되면서 이제 tbs는 서울 로컬 방송에서 월드와이드 마켓에서 인정받는 미디어가 됐다. 감사한 일이다.

-tbs 프로그램 중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연일 화제다. 론칭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취임한지 10개월 만에 론칭했다. 10개월 정도 우리 직원들과 얘기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접근해나갔는데 김어준이라는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건 2016년 4, 5월경이었다. 김어준을 MC로 쓰자고 물어보기에 ‘너무 센거 아닌가’하고 홀드해놨는데 위험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다른 사람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김어준이 제기한 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잘 판결나서 MC로 초대했다. 당시 김어준 선수에게 몇가지 옵션을 걸었다. 방송에서 욕하지 말 것과 법 테두리 내에서 하시라고.

-첫날 방송에서 부터 서버가 다운됐을 정도로 대 성공이었다. 현재 팟캐스트 순위 1위, 누적다운로드수 5억건을 자랑한다.

뒷장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웃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지난해 9월 23일 시작했다. ‘뉴스공장’ 시작하자마자 그 다음날 한겨레신문에서 미르 사태 특종이 터졌다. 마침 뉴스브리핑의 고정 게스트가 한겨레21의 송채경화 기자였다. 한겨레신문 특종을 한겨레21 기자가 매일 브리핑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언론 중 한겨레신문과 ‘뉴스공장’만 미르 보도를 한 셈이다. 청취자들은 다른데서는 안하니까 우리 방송을 들었다. ‘정봉주의 품격시대’는 ‘뉴스공장’ 보다 한달 후 시작했는데 론칭한 다음날 JTBC 테블릿 PC 특종이 터졌다. 아이템 걱정없이 최순실 관련 뉴스를 계속 보도했다. 이렇게 되자 tbs가 ‘탄핵전문 방송’의 약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정찬형
정찬형 대표가 김어준 입간판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발빠르고 깊이있는 보도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부터 탄핵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에 크게 일조했다.

헌법을 지키는 일이니까 나서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탄핵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원순 시장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이 물대포를 잠그니까 사람들이 안심하고 광장에 모일 수 있었다. tbs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우리 중계차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방송국 중계 카메라가 없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봤다. 역공작도 있을 수 있다. 백남기 농민사건도 기억나고 해서 방송 카메라가 현장에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직원들에게 현장을 많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중계차가 상주하면서 수시간 동안 생중계를 한 것이 평화시위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tbs가 어느 매체보다 진보적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품격있는 보수가 되고 싶었다. 어느 한쪽 진영에 서서 일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전 ‘손석희 시선집중’도 그렇고 ‘여성시대’ 때도 그랬다. 진보처럼 보이지만 사실 상식있는 보수다. 택시기사분들 중 보수가 많다. 왜 이분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까 생각해봤다. 잘못된 정보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봤다. 방송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조근조근 부드럽게 설명해야 한다. 대신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우리 직원들에게는 마음껏 자유롭게 하라고 말해준다. 단 법과 제도의 틀안에서라는 단서를 단다. 국가보안법 위반과 욕설 두가지만 빼고 다 하라고 한다. 대중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야한다. 중한게 뭔지 전달하는 역할을 하자고 했다. tbs가 이처럼 방송할 수 있는 배경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이 내게 ‘마음껏 하세요’라고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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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방송 정찬형 대표가 사옥 내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가까이서 지켜본 김어준은 어떤 사람인가.

자기는 시사요정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전 매력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생명도 바칠 캐릭터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사람을 사랑하는거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진실을 위해서는 목숨도 걸 수 있는 사람. 또 체질화된 유머도 매력적이다. 엄숙함을 거부한 독립운동가라고 생각한다. 김어준씨에게 많이 배운다. 사랑할 수 밖에 없다. SNS를 안하지만 만약 한다면 ‘쭈니 맘대로 해~’라고 댓글 달고 싶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다보면 김어준씨가 출연료를 올려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올려줄 생각은 없나?

출연료는 영업비밀이다. 우리 프로그램의 출연료는 서울시의 예산 통제를 받는다. 무한대로 줄순 없다. 그렇지만 상식적인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경영자로서 조직원들에게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있을까.

계속 반복하는 얘기가 있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인데 그는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가지 선물’이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인간공동체가 짐승들의 사회와 다른 것이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이다. 저 두개가 결여되면 불행한 사회가 된다. 우리 조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한다. 질문을 제대로 하라고. 응시하고 잘 알고 있어야 질문할 수 있다. 또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하면 소홀히 할 수 없다. 그 두개가 부족하면 조직원에게 뭐라고 한다. 김어준, 정봉주는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의 최고수라고 본다.

-MBC PD 출신의 경영자다.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PD로서의 강점이 있다. 흐름을 미리 읽는 감각이 있다. 어떤 시그널이나 전조 같은 게 잘 보인다. 예견되는 흐름을 시장에 응용하는 능력이 있다. 흐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관찰한다. 실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응시한다. 무슨 일이 터지면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들을 본다. 거기서 최고급 정보가 쏟아져나온다.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곳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다. 나는 집단지성을 믿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수들이 다 모여있다.

-손석희 JTBC 대표와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손석희 대표와는 MBC 노조에서 만났다. 1992년 MBC 파업집회에서 손석희가 PD를 맡았고 내가 MC를 봤다. 당시 손 아나운서는 얼굴로 일하는 사람이니까 뒤로 빠지고 나는 PD니까 얼굴이 알려져도 된다고 생각해서다. 파업 후 둘다 잡혀가서 나는 4개월 감옥에 있었고 손 사장은 조금 일찍 나왔다. 파업 후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만들어서 손 아나운서를 MC로 앉혔다. 첫게스트가 김영삼 전대통령이었는데 전화인터뷰 중 “이회창은 인간도 아니다”는 말을 해 신문들이 대서특필하면서 우리 프로그램이 첫방송에 전국에 알려졌다.

-앞으로 어떤 사장, 어떤 방송인으로 남고싶나?

지금 경영자로 일하지만 나는 PD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고 참고가 되는 선배면 좋겠다. 내가 걸어다닌 길이 레퍼런스로 되면 좋겠다. 시사라는 장르는 원래 라디오에 있지도 않았지만 라디오에서 시사를 해서 초대박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 저렇게 가니까 시장에서도 성공하고 보람도 있고 공익도 되고 그런 케이스로 얘기를 하면 좋겠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5억 누적다운로드에 광고가 14개가 붙어있고 광고료도 두배 가까이 올랐다. 시장에서도 성공하고 헌법 지키는 싸움에도 기여하고 진실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타 방송국 PD가 방송시상식에서 나에게 ‘라디오에 대한 평가를 높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 좋았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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