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벌은 결코 빗속에 갇히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벌은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벌통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꿀벌은 최고 반경 8㎞ 정도의 범위를 날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꿀벌이 먼 곳을 날아갔다 돌아올 때는 그들만의 독특한 항법(航法)시스템을 사용한다. 꿀벌은 하늘의 편광(偏光, polarized light : 어떤 특정의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의 파동)을 이용하여 비행 방향을 잡는다. 즉 광파(光波)에는 독특한 평면 진동이 존재하는데, 꿀벌은 이러한 편광을 감지하여 비행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기압골이 다가오면 권운이나 권층운이 먼저 들어온다. 그런데 이 권운은 얼음입자(氷晶)로 만들어져 있어서 편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편광이 분산되면 벌들은 장거리 비행을 위한 항법시스템을 잃어버리는 격이 된다. 따라서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올라치면 벌은 통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양봉업자들이 흐리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꿀벌과 더불어 비를 알려주는 새에 제비가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안쪽으로 집을 짓네 그려” 할아버지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집을 지을 무렵이면 집 안 어느 곳에 집을 짓는가 보다가 전(前)해보다 안쪽으로 집을 지으면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제비가 집 안 깊숙이 들어와 집을 짓는 것은 집 안 인심이 후하다는 뜻이여. 우리 집안이 올해는 풍족할 듯 싶네. 그려”.

제비는 평소에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비가 올 때쯤이면 풀밭이나 또는 물위를 아슬아슬할 정도로 낮게 날아다닌다. 옛사람들은 이것을 ‘제비가 어른다’라고 말했다. 어른다는 것은 지면에 바싹 붙어 날면서 사람 곁을 스치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제비가 낮게 난다는 이야기는 먹이가 지표면에 가까이 있다는 말이다. 제비의 먹이는 아주 작은 곤충류로서 이들은 날씨가 흐려지고 습도가 높아지면 날개가 무거워져서 잘 날지를 못한다. 그러기에 지상 근처로 낮게 내려와 풀숲으로 숨는다.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은 이런 곤충들을 잡으려는 때문이며, 여기에서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기압골이 접근하면서 지표 부근의 습도 증가에 따른 곤충들의 변화와 제비의 습성에 대한 과학적인 관찰이 속담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벌이나 제비가 많이 번성했으면 좋겠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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