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프로스포츠 킥복싱 상륙 (1969년 4월 27일)




치고 차고 던져 손님을 부르는 경기


제3의「프로·스포츠」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프로·복싱」,「프로·레슬링」에 이어「킥·복싱」이 탄생,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킥·복싱」(KICK BOXING) - 주먹으로 칠 뿐 아니라 발로 차기도 하고 또 집어 던지기도 하는 투기(鬪技)다. 발로 차고 집어 던진다는 점에서 종래의「복싱」과는 다르다. 또 손에「글러브」를 끼고 KO를 노린다는 점에서 맨손으로「폴」을 노리는「레슬링」과도 다르다.


한 마디로 말해서「킥·복싱」은「룰」이 있는 싸움이라고나 할까?


타이·복싱을 바닥으로 한 인기 스포츠


「프로」한국「킥·복싱」협회는 다음주 대왕(大旺)「코너」(청량리)에 마련된「킥·복싱」도 장 개관식과 함께 갖는 그 첫 번째 경기를 TBC-TV를 통해 각 가정 안방에 배달한다.


협회와 TBC는 모두『어느「프로·스포츠」가 가장 재미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질 것이다. 하기는 이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킥·복싱」이「프로」야구,「프로·레슬링」에 육박하는 인기를 모아 TV 시청률도 꽤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다. 원래「킥·복싱」의 모체는「타이·복싱」이다.


1천년 동안의 역사를 자랑하며 태국 고유의 무술이자「스포츠」로 내려온「타이·복싱」은 지금도 태국에 2만 명이라는 두꺼운 선수층을 안고 있다. 태국 사람들이「타이·복싱」에 미치는(?) 돗수는 대단하다.


그 좋은 예가 태국이 낳은「프로·복싱」세계「플라이」급「챔피언」인「포온·킹피치」가 자기 고국인 태국에서 세계「타이틀·매치」를 가질 때도 그「타이틀·매치」바로 뒤에「타이·복싱」경기를 놓아야 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프로·복싱」세계「타이틀·매치」가 태국에서는「타이·복싱」의「오픈·게임」노릇밖에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미 알려진 대로「타이·복싱」은 손에「글러브」를 끼고 발로 차기도 하는 투기다. 그러면「킥·복싱」과「타이·복싱」은 어디가 다른가? 「타이·복싱」에 던지기를 보탠 것이 바로「킥·복싱」이다.「킥·복싱」의 창시자는 일본의「노구치(野口修)」씨.


우리나라서도 몇 년 전에 비슷한 경기 하긴 했지만


「프로·복싱」의「프로모터」였던「노구치」씨는 태국에 여러 차례 다녀오는 동안 완전히「타이·복싱」에 매혹되었으나「타이·복싱」이라는 이름이 세계적으로 보급하기에는 알맞지 않다고 판단,「킥·복싱」으로 고치고 치고 차는 외에도 던지기를 보탰다.


66년 1월 전 일본「킥·복싱」협회를 설립한 뒤 놀라운「붐」이 일어나 동양「킥·복싱」연맹까지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에「타이·복싱」혹은「프로게스추어」등「킥·복싱」과 비슷한 경기가 몇 차례 치러진 일이 있다.


김일(金一)이 귀국하기 전,「프로·레슬링」계의 제1인자 장영철(張永哲)에 반기를 들고 떨어져 나갔던 조경수(趙京洙), 안명길(安明吉) 등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문교부의 단체등록인가를 받지 못한 채 어느덧 사그라져 버렸고.


그러다가 4년 전부터 광주에서「킹」투기(왕투기)라는「킥·복싱」과 비슷한 경기를 넓혀왔던 구판홍(具判泓)씨가 몇 차례의 지방흥행에서 자신을 얻고 서울에 올라와「복싱광」인 정용현(鄭龍鉉·합동통신 편집국장)씨의 적극적인 뒷받침 아래 작년 12월 문교부의 사회단체 등록인가를 받고 정식으로「킥·복싱」시장개척의 깃발을 높이 올린 것이다.


3, 4개 체급 정도로 나눠, 경기는 3분씩 5라운드


한편 늘 구(具)씨와 자주 접촉해온 TBC-TV의「스포츠·프로듀서」김재길(金在吉)씨가 재빨리 방송국 고위층을 설득,「킥·복싱」의 독점중계를 계약했다. 협회는 TV를 이용,「팬」을 얻으려는 속셈이고 방송국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믿고 시청률을 올려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현재 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2백여 명. 태권도, 합기도,「복싱」등 각 분야에서 모여들었다는 이야기다. 경기는 3분, 5「라운드」. 그 사이에 2분씩의 휴식시간이 있다. 손에는 4「온스」무게의「글러브」를 낀다.


금지조항은 ①손으로 눈 찌르기 ②입으로 무는 것 ③급소를 발로 차는 것 ④관절을 꺾는 것 ⑤목 조르기 ⑥쓰러진 상대방에 대한 공격 ⑦「로프」를 잡은 채의 공격 등 7가지뿐이다. 체급은 일본의 경우 7개 체급이나 아직「스타」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3, 4개 체급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짙다.


협회가 현재 내세우는「스타」는 사범 겸 선수인 구판홍과 김광기. 특히「복싱」과 합기도를 했다는 김광기가 간판「스타」로 나설 듯. 각국의「킥·복싱」영웅들을 살펴보면 일본의「사와무라」「사이또오」태국의「폰차이·차이스리아」미국의 흑인「지미·게즈」「필리핀」의「데라크루스」등이다.


우리나라의 TBC-TV는「교오토오」의「킥·복싱」중계를 맡고 있는 NTV와 제휴를 맺고 있으므로 곧 한국과 일본 선수의 국제경기가 열리고「프로그램」교환도 있을 예정이란다. 이름난「프로·복서」와 경량급「프로·레슬러」가운데 일부가「킥·복싱」으로 전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그럴싸하게 떠들고 있기도 하다.


<고두현(高斗炫) 기자>


<서울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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