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임기영(24·KIA 타이거즈), 한동민(27·SK 와이번스), 김선빈(27·KIA 타이거즈), 하주석(23·한화 이글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상무 피닉스 야구단(이하 상무 야구단)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활약을 두고 '기량이 원체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이라며 당연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군 생활, 즉 상무 야구단에서 훈련한 것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훨씬 더 많다. 선수들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상무 야구단을 통해 한단계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상무 야구단은 미완의 선수들이 멘털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한층 성숙해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는 언제나 좋은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다. 상무 야구단도 마찬가지이다. 그 중심에는 2011년부터 상무 야구단을 이끌고 있는 박치왕(48) 감독이 있다.


인천체육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모교에서 코치를 맡은 것 외에는 자신이 군 복무했던 상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박치왕 감독은 1994년부터 줄곧 상무의 코치를 맡으면서 퓨쳐스 리그 8회 우승(2002년~2010년)과 전국체전 5회 우승 등에 공헌했다.


박치왕 감독은 2011년 전임 김정택 감독이 정년을 맞아 퇴임하면서 후임으로 상무 야구단 감독에 올랐다. 어느덧 햇수로 7년째, 팀의 수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박치왕 감독은 상무 야구단을 거친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다 선수들이 잘하고, 결과가 좋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나는 그저 선수들을 바라보고 부족한 면을 다듬어준 것밖에 없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모든 감독이 그렇겠지만 박치왕 감독에게도 나름의 지도 철학이 있다. 첫 번째는 '책임감'이다. 그는 "시합 중에 선수가 다치면 누구 책임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묻고는 "다 감독과 코치진의 잘못이다"라고 했다. 감독으로서 '책임감 없이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겠느냐'는 것이다.


박치왕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도 감독 책임, 다쳐도 감독 책임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야만이 감독과 선수 간의 신뢰가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감독을 믿고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로 보답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관계'이다. '관계'는 네 가지로 설명했다. 선수와 선수 간의 관계, 선수와 코칭 스태프 간의 관계, 선수와 프런트 간의 관계, 선수와 팬들 간의 관계. 평상시에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말 한마디 할 때도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무 야구단은 야구 선수이기 전에 군인이다. 신분이 이렇다 보니 말 한마디에도 동료들 간의 오해와 불신이 커질 수 있다. 협동이 그 어디보다 중요한 군대이니 만큼 박치왕 감독은 그래서 애초부터 '관계'를 잘 유지하라고 가르친다.


기본적인 생활도 중요하지만 상무 야구단을 이끌고 있는 만큼 야구에 대한 지도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상무 야구단은 매년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고 나간다. 이 과정에서 박치왕 감독은 처음 들어오는 선수들의 야구 실력에 대해선 절대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했다.


얼핏 '불통(不通)'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오해를 만들지 않고, 또 예단(豫斷)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박치왕 감독은 "그래야만이 선수가 부족한 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지 빠르게 정립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치왕 감독은 "상무 야구단 코치들에게도 '선수들의 플레이를 꾸준히 지켜본 뒤에 스스로 100% 확신이 섰을 때 지도하라'고 강조한다. 스윙 한 번하고 교정해주고, 공 하나 던지고 교정해주다 보면 선수가 혼란을 겪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박치왕 감독만의 지도 철학과, 선수들을 아끼고 소통하려는 마음이 지금의 상무 야구단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치왕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원 소속 구단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야구로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자식 같은 선수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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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 DB,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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