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여느 여중생처럼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던 소녀는 학교에 다니면서 용돈을 마련하고자 피팅 모델과 쇼핑몰 웹 디자이너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어깨너머로 운영하는 방법을 배운 그는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17세 나 이에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죠.


자신의 이름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장수현(22)은 32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보유한 SNS 스타입니다. 그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과 소통하며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데요. 쇼핑몰 운영과 촬영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장수현을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네티즌에게 이름을 알린 계기가 궁금합니다.


장수현 : 예쁘게 보정한 사진을 미니홈피에 공개했더니 1촌 신청이 쇄도했어요. 다 받아줄 수가 없어서 10대끼리 일촌을 맺고 화장법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구제 패션이 유행해서 입던 옷을 팔거나 바지를 찢어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게 10대층에서 회원 수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 거예요.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네티즌이 제 페이스북 계정을 팔로우한 거죠.


Q : 본인의 이름을 걸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데요.


장수현 :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회사가 'XX몰', 'XX샵'이었는데 다른 곳과 똑같이 하는 게 싫었어요. 네티즌의 귀와 눈에 익숙하면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했죠. 품질과 서비스에 자신 있기에 제 이름을 걸었습니다. 저 역시 자사 제품을 애용할 정도로 자부심이 크고요. 부담이 큰 게 사실이지만, 내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잘하려고 해요.


Q :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해요.


장수현 : 일주일에 몇 번씩 새벽 기차를 타고 동대문 시장에 가서 제품을 받아 경기도 평택으로 가져왔어요. 학생이라면 학교에 가야 하기에 부득이하게 물건을 들고 등교하는 일이 잦았죠. 오픈하자마자 주문이 폭주해 정신이 없었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졸업하고 할 수 있는데 굳이 왜 지금 하느냐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누가 지적하면 좌절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악무는 성격이라 좋은 자극이 된 것 같아요. 1년 뒤 주변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서부터 저를 인정해주더라고요. 정말 통쾌했죠.


Q : 친구들의 시기와 질투도 있었을 텐데.


장수현 : 아무래도 또래보다 수입이 좋으니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껌 좀 씹는다는 친구들이 쇼핑몰을 운영하더니 나댄다며 시비를 걸어 크게 싸운 적도 있고, 뒤에서 험담하거나 저주하는 친구도 많았죠.


Q :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장수현 : 고객 상담이 가장 힘들어요. 구매한 지 두 달이 넘은 제품을 교환해달라고 하거나, 이물질을 묻힌 뒤 반품을 요청하는 분이 있어요. 하루 만에 배송이 안 된다고 욕설을 내뱉기도 하죠. 사무실에 직원이 있더라도 고객 전화는 직접 받으려고 해요. 불편사항이 무엇 인지 알아야 하고, 직원이 할 수 없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잖아요.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울 땐 고객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죠.


Q : 직접 응대하는 걸 보면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요. 최근 자체 제작 비중을 많이 줄였습니다.


장수현 : 며칠간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서 디자인한 제품을 다른 곳에서 베껴도 대응할 방법이 없어요. 그럴 땐 '내가 이러려고 디자인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죠(웃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자체 제작에 많은 힘을 쏟으려고 했지만, 동업자 정신이 부족한 탓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고요.


Q : 대인관계에 어려움은 없나요?


장수현 : 항상 지갑을 놓고 나오거나 제 인지도를 이용해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려고 하는 등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이 많아요.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고. '내가 가진 게 없어도 이들이 곁에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글쎄요.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귄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Q : 그래서인지 네티즌과 소통을 자주 합니다.


장수현 : 비슷한 또래다 보니 고객이 아닌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요. 친구가 많으면 좋잖아요. 그들로부터 얻는 것도 많고. 불만 신고를 접수하면 해당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서 같이 밥 한 끼를 하고 싶다고 연락해요.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도 얻으니 일거양득이죠.


Q : 일하는 것만큼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중요한데요.


장수현 :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답답할 때마다 술을 마셔요(웃음). 체력에 따라 주량이 다른데 기본적으로 2~3병은 거뜬하죠. 술을 마시면서 마음속에 담아둔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피곤해서 잠드는 것 외에 특별한 술버릇은 없습니다.


Q : 페이스북 계정에 다양한 게시물을 공유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장수현 : 제 계정을 통해 여러 가지를 전달하면서 공감하고 싶어요. 유머 게시물을 보면 잠시 웃을 수도 있고. 오지랖이 넓은 걸 수도 있는데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안 좋은 일이나 해선 안 될 행동을 했다면 널리 알려야죠. 팔로워가 적은 편이 아니라 조금 더 화제가 될 수 있기에 가능한 많은 게시물을 공유하려고 해요.


Q : 특히 소외 계층 지원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장수현 : 집 근처에 노인복지회관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사는 노인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됐죠. 고교 시절 '인터렉트'라는 동아리에 가입해 봉사활동도 많이 했고요. 최근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예전만큼 할 수 없지만, 월 기부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복지회관에 의류도 기부하고요. 급식소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보면 반찬이 부실할 때가 있어요. 한 달에 3만원 정도만 기부해도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돼요. 많은 분이 소외 계층에 관심을 두고 작게라도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Q :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에 아쉬움은 없나요?


장수현 : 새로운 것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려 M.T도 가고 싶었기에 지금도 매우 아쉬워요. 관련 학과를 개설한 학교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이미 쇼핑몰을 운영 중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왜 다시 기초를 배워야 하나 싶었죠. 회사에 취업할 것도 아니 고. 경영학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기에 학원에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Q : 수많은 얼짱 출신이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데요.


장수현 : 피부가 예민해서 화장품을 선택할 때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광고가 들어오면 내게 안 맞더라도 발라야 하잖아요. 하기 싫은 일을 반강제적으로 하는 게 싫어요. 저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있을 텐데, 품질이 떨어지면 내 이미지도 실추되고.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믿음 을 깨지 않는 게 중요하기에 광고 제의가 들어와도 대부분 거절해요.


Q : 향후 계획에 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장수현 : 많은 분이 립스틱 색깔을 물어봐요. 소통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10~20대 여성이다 보니 화장법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의류뿐 아니라 화장품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서로 얼굴을 보면서 거래할 수 있기에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할 생각이고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주위 불우한 이웃에게도요.




뉴미디어국 jkh113@sportsseoul.com


사진 | 장수현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