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KIA 임기영, 역동적인 언더 스로우로 SK 사냥!
KIA 타이거즈 선발 임기영이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진행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3회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때 자취를 감췄던 사이드암 투수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고구속이 시속 140㎞대 초반에 머무는 ‘저속 잠수함’들이 선발로 활약하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저속 잠수함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투수는 KIA 임기영(24)이다. 시범경기에서 선발경쟁에 뛰어들어 자리를 잡은 뒤 4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 방어율 2.00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130㎞대 중후반에 형성되는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으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한현희(24)도 빠른 공 대신 완급조절과 제구로 27일 현재 방어율 1위(1.03)에 올랐다.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넥센 신재영(28)도 네 차례 등판에서 방어율 3.70으로 선전하고 있다. ‘초보 선발’인 kt 고영표(26)는 최근 3연패에 빠져 다소 침체됐지만 개막 초반 인상적인 투구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다. SK 박종훈(26)도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저속 잠수함 전성시대’에 힘을 보탰다.

[SS포토] 신재영 \'팀 4연승을 위하여\'
1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간계투로 평가받던 잠수함 투수들이 선발 주축으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차명석 본지 객원기자(MBC스포츠+ 해설위원)는 “조웅천(현 두산 코치)이 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좌타자에 대한 약점을 극복할 구종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아래에서 던지는 투수라 마운드가 낮을수록 유리한데 각 구장 마운드 높이가 수 년째 10인치(25.4㎝)로 고정된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잠수함 투수 출신인 kt 김진욱 감독은 “타자들의 성향에 따라 투수들도 유행을 타기 마련이다. 우투좌타가 유행처럼 퍼지면서 각팀에 좌타자들이 주축이 됐을 때 상대적으로 좌완 투수들을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좌타자들이 좌투수를 많이 상대하면서 내성이 생겨 이른바 좌우놀이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되려 좌타자들이 볼 궤적이 생소한 잠수함 투수들을 더 까다로워하기 시작했다. 잠수함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능력이 향상된 점도 주효했다. 이런 흐름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S포토] 고영표 \'승리를 위하여\'
2017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MBC스포츠+ 손혁 해설위원은 “2볼에서도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옆에서 던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가 볼 때 손에서 빠지는 순간 볼로 판단한다. 임기영이나 신재영 등이 좌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의식해 스윙을 시작하면 체인지업으로 더 도망가도록 던진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변화구여도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해 던진다는 점도 잠수함 투수가 가진 장점이다. 하나의 구종으로 땅볼 유도와 헛스윙을 모두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수들이 선발로 나서다보니 투구수를 줄여 긴 이닝을 막아낸다”고 밝혔다.

넓은 스트라이크존과 타자들의 적극성도 완급조절을 주로 하는 잠수함 투수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선발 경험이 적은 투수들이라 고비가 찾아오겠지만 당분간 ‘저속 잠수함’들의 순항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투수 전문가들의 공통의견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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