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5104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다음날 촬영이 없거나 일이 일찍 끝난 어느 여유로운 밤, ‘혼술’의 시간이 바야흐로 시작된다. 우선 부엌으로 향한다. 오징어 볶음 등 저칼로리 안주를 뚝딱 만들어낸다. 식탁에 안주와 함께 소주 한병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TV를 켠다. 즐겨찾는 번호는 영상 없이 1990~2000년대 발라드 음악만 24시간 흘러나오는 채널. 혼자 술을 마시기 전 잠시 망설인다.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훑어보지만 선뜻 버튼을 눌러 부를 이가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 소주 한병은 정확히 머그컵 두잔 분량이다. 일단 소주 반병 분량의 머그컵 한잔을 원샷한다. 대화 상대는 없지만 ‘TV에서 다음에 어떤 노래가 나올까’라는 생각에 괜히 설렌다. 좋아하는 노래가 TV에서 흘러나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다시 머그컵 한잔 원샷. 소주 한병을 마시는데 2분이면 족하다. 소주 4~5병은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진다.

최근 만난 배우 김승수(46)의 이름 앞에는 두가지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동안’ 그리고 ‘노총각’이다. 요즘 부쩍 그는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아무리 ‘동안’이어도 ‘노총각’의 비애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혼밥’은 그에겐 오래전부터 일상이었다. 그가 ‘혼술’을 즐기는 방법도 거의 ‘프로’의 그것에 가깝다. 자신이 ‘혼술’을 즐기는 과정을 설명한 그는 “일정이 빡빡하면 못하지만 혼술을 가끔 한다. 나처럼 혼술하는 사람 많지 않나? 혼자 마시면 소주 4~5병은 정말 순식간이다. 나같은 사람이 아마 많을 것이다. 창피해서 말하지 않는 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혼술’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 “최고의 힐링은 좋은 사람과 마시는 술 한잔인 것 같다. 당연히 누군가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다. 여행도 행선지가 중요하지 않다. 좋은 사람과 있으면 양수리라도 유럽 부럽지 않다.”

김승수가 함께 술을 마실 사람이 없을까. “정말 없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예쁜 연애를 하고 싶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죽겠다”는 그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시간은 많은데 배우자가 없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십대 중반의 나이에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왜 결혼 안하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김승수는 “그런 말이라도 해주면 고맙다. 말만이라도 챙겨주는 게 어딘가”라고 말했다.

21년차 연기자, 일반인이 생각할 때 연예인의 삶이 화려할 것 같지만 정작 김승수의 생활은 그렇지 않다고. “내가 오지랖을 잘 못 부린다. 누군가를 만날 창구가 없다. 학교 때 친구들을 가끔 만나는데 모두 가정이 있다. 개인적으로 연기자들과 별도의 모임을 갖는 건 없다. 20년간 쉬지 않고 일한 건 큰 복인데 그러다 보니 동료 배우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원래 인간적인 유대 관계는 작품이 끝난 뒤 모임 등 여러 시간을 함께 하며 생기는데, 나는 늘 다음 작품 준비를 하느라 이전 작품 동료들과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를 놓쳐왔다. 마음이 아프다.”

성실한 배우답게 ‘자기 관리’를 하느라 술자리나 모임에 못나가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승수는 “실제로 아예 시간이 없을 때가 많았다. 새 작품에 들어가면 극 초중반까지는 시간 할애를 많이 해야 한다. 전작 배우나 관계자들과 편안한 자리를 갖고, 술이라도 한잔 하려면 시간이 맞아야 하는데, 나는 다음 작품 촬영 때문에 거의 그래본 적이 없다. 불러주는 데도 못 간 적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승수2

이상형은? “외형적으로는 이상형이 없는게 확실하다. 나이가 있으니 사귀어본 분들이 있는데 외형적으로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성격은 이상형이 생겼다. 내 급한 성격을 한 템포 늦춰줄 사람이 내게 맞을 것 같다. 조급해 하는 분은 나와 맞지 않다.” ‘공개연애’도 상관 없고, 업계 동료와 좋은 인연을 맺는 것도 좋단다. “뭘 가리겠나. 연애를 시작하면 얼마 안가 결혼 발표를 하게 될 것 같다.”

김승수는 “누굴 만날 방법이 생각이 안난다. 공개 구혼을 해야 하나, 결혼 정보 회사를 찾아야 하나. 지인들에게 부탁은 많이 하지만 소식은 없다”며 웃었다.

한편 김승수는 최근 종영한 KBS2 일일극 ‘다시 첫사랑’에서 차도윤 역을 맡아 멜로 연기의 정수를 보여줬다.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지켜주고 싶던 여자 이하진(명세빈 분)에게 버림받고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아갔지만, 결국 모든 배후에는 정략결혼한 백민희(왕빛나 분)의 계략이 있었다는 걸 알고 진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팬들은 김승수에게 “중년 박보검”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SH엔터테인먼트그룹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