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투박한 운동선수가 공감과 위로에 관한 글을 쓴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5년여간 운동선수였던 그의 글은 청춘의 아픔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SNS 시인이자 작가인 '동그라미' 김동현은 자신의 경험이 담긴 공감과 위로의 글로 또래 청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50만여 명의 SNS 팔로워를 지닌 그의 글은 그만큼 파급력도 큽니다.


평범한 운동선수에서 청춘의 고민을 나누는 작가가 되기까지 김동현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지난 22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동그라미' 김동현의 사인회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 SNS 시인으로 유명한데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김동현 : SNS에서 활동한 건 13개월 정도 됐어요. 지난해 3월부터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수 있는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입니다. 다이아TV에서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작가 흔글(조성용) 대표, 글 쓰는 친구들과 함께 '글러리 아트테인먼트'라는 모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군 문제가 해결되면 흔글 대표와 이 모임을 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Q : 어떤 계기로 SNS 시인 활동을 하게 됐나요?


김동현 : 원래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제 페이지가 삭제당하는 바람에 반년 정도 하지 않았죠. 그러다 학교를 그만두고 심심해서 메모장에 써놨던 글을 올렸어요. 당시 사람 이름으로 올린 글이 이슈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어요.


Q : 학교를 그만뒀다고 했는데.


김동현 : 원래 체대를 다녔어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죠. 사실 제가 고1 때까지 농구를 하고 그 이후에는 대학교를 그만둘 때까지 유도를 했어요.


Q : 운동을 하다 보면 일반인과는 또다른 치열한 경쟁을 맛보기도 하고, 또 실패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경험들이 글쓰기에도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김동현 : 어떻게 보면,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한거죠. 우리나라의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공부 안 해본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저는 운동을 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추억도 만들었어요. 그 시간이 지금 많이 도움 되고 있어요.


Q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김동현 : 아무 느낌도 없었어요. 당시에는 제 글이 평가를 받기 위해 쓴 것도 아니었고, 또 평가받을 만한 수준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그런 분들이 생겼어요. 제 글을 보고 문예 창작하는 분들이 욕하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분들과 저희 쪽은 글 쓰는 느낌 자체가 달라요. 그런 것 외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Q : 본인의 이야기를 녹여내서 그런지 몰라도 20대 청춘들이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요.


김동현 : 그냥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장에 요점만 적어뒀다가 시간 날 때 다듬어서 글로 쓰는 거죠. 글의 소재는 대부분 일상과 경험에서 찾는 편이에요.


Q : 예를 들면?


김동현 : 친구들과 서슴없이 했던 이야기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어요. 단어나 내용은 순화를 시켜야겠지만요. 주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여행을 가면 여행에 관한 글을 올려요. 그때 그때 제 심정을 적는 것이죠.


Q : 오늘 사인회도 그렇고, 김동현 씨의 책은 20대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요.


김동현 : 제 SNS 통계를 보면 9대 1 비율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요. 하지만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글을 쓰진 않아요.


Q : 글이 주로 치유(위로), 공감, 사랑에 관한 내용인데. 본인 이야기를 담기도 하나요?


김동현 : 대부분 그렇죠. 사랑에 관한 것도 있어요. 예전에 전시 기간이 되면 홍대에서 술 먹고 시간을 보내거든요. 그때 좋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와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술 먹고, 이야기하고 그냥 끝났죠. 상심이 컸어요. 그래서 함께 걸었던 길을 다시 가게 되면 그 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픈데, 그런 느낌들을 글로 녹여내기도 했어요.


Q : 김동현 씨의 책 중 '상처 하나 위로 둘'은 두 가지 주제로 되어 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김동현 : 첫 번째 주제 '내가 당신의 아픔을 들어줄게요'는 아픈 추억을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다퉜을 때, 또 헤어졌을 때, 그리고 학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들을 위로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해주는 거죠. '힘든 게 당연히 힘든 것일 수 있다'라고.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너만 아픈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두 번째 주제는 첫 번째 주제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더라. 시간이 전부는 아니지만 무뎌지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글이에요.



Q : 이런 글귀들은 어떻게 구상하나요?


김동현 : 사실, 술 마실 때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작가 생활을 오래 한 분들 중에서 술 좋아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술을 마시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아요. 실제로 술 마시고 쓴 글들이 반응이 좋아요.(웃음)


Q : 예술인으로서 감성이 뛰어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감성적이었나요?


김동현 : 지금 돌아보면 마음이 여렸던 청소년기를 보낸 것 같아요. 지금도 힘들면 힘들다고 잘 말하지 않아요. 여행을 가도 혼자 가는 것을 좋아해요. 처음 혼자 여행 가서 메모장에 썼던 것이 어쩌면 지금의 저를 만든 거죠.


Q : SNS에 올라오는 글의 배경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찍은 건가요?


김동현 : 90% 이상 제가 찍어요. 때론 지인들의 사진을 받아서 사용하기도 하고요. 여행하면서 여러 구상을 하는데 그곳의 자연이나 여행 과정 등을 여러 장 찍어 놔요. 그 뒤에 여행에서 느꼈던 걸 글로 쓰는 거죠. 또, 술 마시면서 느낀 것을 쓰게 되면 글을 떠올린 술집 간판을 찍어 사용하기도 해요.


Q :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도 있을텐데 어떻게 헤쳐 나가나요?


김동현 : 특히 원고 작업할 때 그래요. 다른 사람들의 SNS 글을 보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요. 그래서 책을 안 읽어요.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계속 떠올라 제 글을 못 쓰겠더라고요. (책 안 읽는다는 건 핑계 아닌가요?)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글이 안 풀릴 땐 가만히 앉아 있어요. 그땐 노트북 닫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사람들을 쳐다보고 여러 풍경을 보면서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해요.


Q : 구독자들에게 시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스포츠서울의 약자인 '스서'로 시를 쓴다면?


김동현 : 음... 스, 스쳐 가는 날들일 뿐. 서, 서두를 필요는 없는 날들일 뿐이지. 이 정도로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시를 선물할 때는 먼저 감성적인 단어를 먼저 생각해요.



Q : 역시 동그라미 김동현 씨답게 감성적인 선물이네요. 앞으로도 지금의 글쓰기 방식을 고수할 계획인가요?


김동현 : 지금의 제 글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바꾸면 이해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예요. 저는 읽기 편한 글.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해요. 나이가 들면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글을 쓰려고요.


Q : 나이가 든 본인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요?


김동현 : 나이를 들면 글도 같이 성장할 거라고 봐요. 제 글을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글을 소모한다고 꾸짖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그렇게 글을 쓰면 제가 마음이 편하니까요. 지금 SNS에 올리는 건 저와 제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감 가는 내용 위주로 글을 쓰는 겁니다. 나중에는 나이에 맞는 글을 쓰지 않을까 싶어요.


Q : SNS 시인이라는 것이 하상욱 시인을 통해 알려졌잖아요. 혹시 그를 보고 꿈을 키운 건가요?


김동현 : 아뇨, 저는 현재 몸담고 있는 흔글 글러리아트테인먼트 대표의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취미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마침 흔글 대표가 글러리 크루를 모집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글을쓴 지 얼마 안 됐을 때 지원해서 같이 일하게 됐어요.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죠.


Q : 앞서 흔글 대표와 회사를 차릴 계획이라고 했는데.


김동현 : 직접 출판을 해보려고요. 출판사를 차리면 독자들도 만나고 전시, 강연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전시, 강연, 출판사 하나씩 알아보고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 계획으로는 군 복무를 끝내고 모두 다시 모였을 때 실천에 옮기려고요.


Q : 멋진 미래를 꿈꾸고 있네요. 김동현 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김동현 : 글을 쓰면서 동네 형이나 친구 같은,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속 얘기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 그 말은 앞으로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말로 해석해도 될까요?


김동현 : 제가 SNS 라이브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가 독자와 소통이 잘 되면 즐겁기도 하고 또 원하는 글도 잘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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