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배구협회 대의원총회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지난해 12월 대의원총회를 열고 서병문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 전원 불신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선장없이 표류중인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정상적인 운영은 언제쯤 이뤄질까. 서병문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전체에 대한 대의원단의 불신임안이 가결된지 3개월 보름이 지났다. 서병문 회장은 서울지방법원에 해임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리적 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집행부가 텅 비어버린 상황에서 대한민국배구협회는 2017년도 남녀 배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해 발표했다. 난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산하 연맹 외장과 시도협회장으로 구성된 대의원단은 공약사항 미실천과 집행부 구성의 문제 등을 이유로 서병문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전체에 대한 해임안을 발의해 가결했다. 이로 인해 서 회장은 정식 취임한지 2개월만에 직을 잃었고 집행부는 해산했다. 서 회장 측은 해임안 가결 직후 해임결의 효력 정지와 신임 회장 선거절차 진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적인 문제가 걸려있었던 탓에 배구협회 측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과정을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서울지법이 서 회장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홍병익 제주배구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배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신임 회장 선거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12일 서 회장 측이 상급법원에 항소하면서 상황을 또다시 변하게 됐다. 서 회장 측은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가 해임 결의에 참여해 무효 ▲소수 상층부 대의원들이 선거로 뽑힌 회장을 해임한 것은 부당 ▲임기 4년의 회장을 2개월만에 해임하는 것은 상식 밖 이라는 이유로 항소한다고 밝혔다.

홍병익 협회 비대위원장은 서 회장 측의 항소와 관련해 “그동안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계류중이어서 차기 회장 선거를 진행하지 못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내려져 다음 주 선거 공고를 내고 다음달 20일께 신임 회장을 선출하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회장 측의 항소로 인해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하게 됐다. 홍 위원장은 “계획대로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비대위를 다시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법리적인 다툼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차기 회장 선출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계속 회장자리와 집행부를 비워두고 업무에 공백이 생기도록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해결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진-김호철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호철(오른쪽) 감독과 홍성진 감독. 제공 | 대한민국배구협회. 스포츠서울DB

집행부 전원 불신임으로 인해 행정공백이 생긴 가운데 배구협회는 12일 2017년도 남녀 배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추천을 거치고 비대위의 승인을 얻어 김호철(62) 감독과 홍성진(54) 감독이 각각 남녀 대표팀에 선임됐다. 집행부가 없는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한 것에 의문이 생길만 했다. 협회 박범창 사무국장은 “박용규 경기도배구협회장을 책임자로 해서 신영철(프로) 신선호(대학) 김은철(중·고교) 심순옥(여자) 등 5명의 인사로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구성했다. 오는 6월 초 남자 월드리그가 시작되고 7월 초에는 여자 월드그랑프리가 시작되는 만큼 다음달 초에는 대표팀 훈련이 시작돼야 한다. 코칭스태프 선임과 대표선수 선발 등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감독 선임을 더 늦출 수 없어 대한체육회에 질의한 후 경기력향상위원회만 급히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배구협회는 체육단체 통합과 맞물려 지난달 사무실을 체육회 산하 경기단체들이 모인 잠실주경기장으로 이전했다. 강남구에 있던 기존 협회 사무실은 임대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할 때이지만 수장도 집행부도 없는 행정공백 상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협회가 가장 신경써야할 국가대표팀도 불안정한 처지에서 출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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