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야구 기록을 통합하고 싶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한 '게임원' 주형욱 대표의 대답이다. 나직하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로 포부를 밝히는 그의 모습에서 무한한 자신감과 열망이 느껴졌다.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 부른다. 그만큼 야구에서 기록이 차지하는 비중은 방대하며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상대팀을 분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하며 기록 달성 여부로 선수와 팬들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하나의 스토리가 되고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주형욱 대표가 운영하는 '게임원'은 2004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 야구전문 서비스 기업으로 전국 각지의 사회인야구리그를 후원하고 통계분석 서비스 및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속해오고 있다. 설립 초기 3만명의 회원수를 가지고 있던 '게임원'은 현재 50만명에 육박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가입돼있다. 사회인야구를 비롯한 아마추어 야구를 하는 선수들 거의 대부분이 '게임원'을 통해 리그에 가입하고 경기를 뛰며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다.


주형욱 대표는 '야구 기록으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고 현재까지 기록에 기반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배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열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주형욱 대표의 의지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새로운 플랫폼 개발로 쉴 틈 없이 바쁜 주형욱 대표를 서울 송파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나 '게임원'의 소개와 앞으로 나아갈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Q. '게임원'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주형욱 대표(이하 주형욱) : '게임원'이란 이름의 의미부터 답하겠다. 출판업계에 다니면서 하고 싶던 일이 스포츠의 네트워크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기록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언제나 꺼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 열망을 가지고 1999년에 '게임원'이란 이름을 짓고 도메인을 구입했다. 모든 스포츠는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름에 게임을 넣었고 게임에는 이기기 위한 노력과 1등을 하기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넘버원이라는 의미를 덧붙여 지금의 이름이 탄생하게 됐다.


야구 기록을 쉽게 기록을 올리는 법을 고안했고 그 결과물이 현재 사회인 야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간편기록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각 팀들이 기록관리를 하게됐고 우리는 리그라는 상품을 만들어서 제공하며 성장했다. 기록을 기준으로 추억을 담고 각 팀들이 돈독하게 발전해나가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 회사다.


Q.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부른다. '게임원'은 이런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으로 아마추어 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이 사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주형욱 : '기록과 추억을 소중하게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야구, 농구, 축구 등 주요 스포츠에 대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는 막연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2002년에 원래 다니던 회사에 야구팀이 생기면서 활동을 하게 됐다. 야구를 하면서 기록관리가 잘 안된다는 걸 알게됐고, 지금의 시스템을 고안해냈다. 마침 주변에 개발하는 친구들과 야구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이들과 함께 기록실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Q. 야구 기록에 대한 자료가 방대한 만큼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주형욱 : 물론이다. 초창기엔 기록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함에 있어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문제가 많았다. 개발진이 부족함에도 무리하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와중에 중국발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2006~7년 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회원이 3만명 정도였다.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았고, 기록원들이 기록을 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곤란한 순간이었다(웃음).


그나마 다행인게 누적된 기록이 있기 때문에 회원들의 이탈이 별로 없었다. 신뢰를 줬던 분들과 사업을 했기에 그 분들께 기다림의 양해를 구할수 있었다. ‘게임’이 이름에 들어가있어 디도스 공격의 표적이 된다고 해서 게임원을 '클럽원'으로 바꾸고 서버이전까지 했었다. 그 뒤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수를 통해서 배워온 것들을 교훈 삼아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다.


Q. 원래부터 야구에 관심이 많았나.


주형욱 :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웃음). 작은 할아버지가 스위스 월드컵 당시 축구대표팀 주장이었던 주영광 선수다. 형님도 축구선수 생활을 했다. 나는 선수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클럽 축구 활동을 했다. 야구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 프로야구가 개막하면서 시작됐다.


야구에 관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하기 위해 버스비를 아껴가며 저축한 돈으로 글러브를 구입했다. 첫 경기에서 글러브가 길이 안들어 뻑뻑해서 헌글러브로 바꿔서 경기를 했는데 돌아와보니 새 글러브를 누가 훔쳐갔더라. 그 때 너무 상처를 받아 지금도 못잊는다. 한이 남았다. 지금 그 글러브가 나타난다면 돈을 얼마를 주고도 사고 싶을 정도다(웃음). 그런 기억이 있는 상황에서 성인이 된 후 회사에서 야구팀을 하면서 신선함을 느꼈다. 막연하게 스포츠 플랫폼에 대한 열망만 있을 당시 직접 야구를 하며 과거의 기억과 기회가 맞물렸고, 동료들을 모아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금의 게임원을 만들게 됐다.


Q. 기록을 관리해주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얻기가 힘들 것 같다. 게임원의 수익모델이 어떻게 되나.


주형욱 : 사업 시작단계에서도 유료제보다는 회원들이 많이 와서 기록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생각하고 있었다. 기본 수익모델은 광고나, 대회 유치 스폰서쉽이다. 추후에는 용품사업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트래픽(방문자수)에 의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고 있다. 핵심이 기록에 있고 기록을 통해 언론사 등 다른 업체와 협업을 할 수도 있다.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 중이다.


Q. 여자야구 연맹, 스크린야구,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 야구용품 업체 등 야구관련 다양한 단체들과 MOU를 체결하고 있다. 이런 행보를 통해 게임원이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무엇인가.


주형욱 : '기록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야구'라는 키워드안에서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아우르는 기록을 가지고 있기에 거의 모든 단체들이 게임원이 개발한 기록실을 가져다 쓰고 있다. MOU의 중심에는 기록이 있다. 기록이 연결된 곳마다 MOU를 체결하고 있다. 올해부터 리틀야구는 게임원이 개발한 기록실을 통해 기록관리를 한다. 리틀부터 고교야구, 프로까지 기록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화 시키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단체가 게임원 기록실을 통해 가치있는 기록을 한데 모아놓으면 하나의 선수, 하나의 팀의 과거 발자취를 콘텐츠로 묶을 수 있기에 MOU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Q. 게임원이 앞으로 선보일 프로젝트를 소개해 줄 수 있나.


주형욱 : '기록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가 우리 회사의 화두다. 10년 넘게 간편기록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다. 하지만 기록도 결국엔 텍스트 기반이다보니 어떻게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한다. 텍스트는 한계가 있고, 현장에서 원하는 것은 기록이 영상으로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다.


현재는 나의 플레이를 남기지 못하는 구조다. 게임을 하는데 전광판 없는 야구장이 허다하다. 당연히 상대팀 정보가 빈약하고, 부족한 정보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한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VOD, 스크린 야구를 개발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모바일과 덕아웃에서 볼 수 있는 전광판을 고안해서 이미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앞으로 주력할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Q. 방금 언급한 VOD 서비스인 '플레이 동영상'(사회인야구 중계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주형욱 : 참가팀이 많고, 경기 회전수가 많은 리그에 카메라를 걸고 경기 녹화를 하면서 영상을 실시간 서버 저장한다. 기록원이 기록을 올리면 기록에 해당하는 영상을 구분해주는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빠르면 다음날 회원이 접속해서 자신의 영상을 시청 혹은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모델이다. '기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에 대한 첫 번째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부턴 일본 독립리그에도 게임원 기록실이 들어간다. 일본에도 영상을 시범적으로 제공하려고 한다.


Q. 앞으로 게임원이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주형욱 : 모바일 쪽에서 트래픽이 감소하는 것에 대한 만회가 필요하다. 게임원이 생동감을 잃었다. 기록을 위해 접속하지만 기록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장이 게임원 홈페이지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 하는 상황이다. 위기감을 멤버들과 공유했고, 트래픽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생산을 강조했다. VOD나 스크린도 이런 것에 대한 일환이다. 기록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우선시 하고 있다. 4월 중순 쯤 그룹톡 기능을 강화한 완전히 새롭게 개편된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Q. 사회인 야구를 아우르고 있는 만큼 홈페이지나 여러 방면에서 불만사항이 나올 수 있다. 피드백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주형욱 : 대부분 1:1 문의를 통해 불만사항이 접수된다. 게임원 플랫폼을 쓰고 있는 리그 운영자 분들이 가장 큰 모니터 역할을 한다. 그 내용들 위주로 개선사항이 우선적으로 적용이 된다.


Q. 게임원을 운영하는 주형욱 대표의 철학은 무엇인가?


주형욱 : 넘버원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항상 한다. 내가 넘버원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게임원의 주체인 회원들 얘기다. 회원들은 야구를 통해 넘버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원은 그렇게 되기 위해 도움을 주고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게임원이 주최한 첫 대회 때 전국에서 오는 분들을 보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했던 플레이와 기억들을 게임원이 놓치지 않고 잘 담아서 계속 제공해주는 곳으로 남겠다"고 얘기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게임원을 통해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열정을 받쳐주는 역할을 게임원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회원들의 열정을 담는 플랫폼이 만들어졌으니 회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글로벌하게 진출하자는 것까지 사업이 확장됐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은 아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Q. 주형욱 대표의 목표는?


주형욱 : 이번 WBC를 보면서 술자리에서 대회 8강안에 든 나라들을 가보자고 말했다(웃음). 가서 그 나라의 야구 문화, 상황, 플랫폼 등을 보고 게임원이 만든 기록실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사회인 야구를 아우를 수 있게 만든 스마트 간편기록과 모든 기록을 뽑아낼 수 있는 스마트 중계기록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기에 어느 나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다면 게임원의 프라이드 뿐만 아니라 국내 회원들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요즘 이런 사명감에 빠져있다.


뉴미디어국 superpower@sportsseoul.com


사진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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