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7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상암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겼지만, 또다시 졸전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두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의 슈틸리케호가 급한 불은 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7차전 시리아와 홈경기에서 전반 4분 수비수 홍정호의 선제 결승골로 1-0 신승했다. 4승1무2패(승점 13)를 기록한 한국은 한 경기 덜치른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과 승점 차를 벌리면서 2위를 유지했다. 반면 시리아는 3패(2승2무)째를 당하면서 현재 선두 이란과 경기를 치르는 5위 중국(승점 5)의 추격을 받게 됐다.

이른 선제골이 터지면서 그간의 아쉬운 경기력을 씻는 듯했다. 지난 6경기에서 단 2골만 내준 시리아의 철벽 방어를 무너뜨린 건 세트피스, 그 중심엔 경고누적으로 중국전에 결장했다가 돌아온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이 오른발로 차 올린 코너킥을 시리아 수비가 걷어내는 과정에서 공격에 가담한 홍정호가 왼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성용(맨 오른쪽)이 시리아 골키퍼를 지나친 볼을 쫓고 있다.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하지만 한국의 환호는 여기까지였다. 선제골 이후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물론 측면 공격이 상대 수비에 막히면서 이렇다 할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기성용은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내려 4-1-4-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최전방엔 뒷공간 침투 능력이 좋은 ‘막내’ 황희찬을 선발로 포진했다. 구자철, 남태희가 뒤를 받쳤다. 손흥민, 고명진이 측면에 나섰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기성용이 후방 수비수로 내려가 장현수, 홍정호 두 센터백과 스리백을 이루면서 김진수, 최철순 등 풀백의 공격 가담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시리아의 견고한 수비를 깰만한 침투패스 또는 예리한 크로스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허를 찌른 시리아의 전술이 통했다. 이전까지 공격수 오마르 크리빈 정도를 제외하면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 일관한 시리아는 이날 수비진을 끌어올려 공격적으로 나섰다. 다소 허술했던 한국 2선 뒷공간을 시원시원한 롱패스와 침투패스로 공략했다. 전반 30분 프리킥 상황에선 알라 알 스브리에게 득점과 다름없는 슛을 내주는 등 고전했다. 공격 일변도로 나서리라고 본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을 꿰뚫기라도 한듯 시리아는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수비를 요리조리 공략했다. 초반 선제골이 아니었다면 흐름은 더 알 수 없었다. 전반을 마친 뒤 슈팅수가 6대6, 유효슛 2대2, 코너킥 3대3 등 세부 기록에서 한국과 시리아가 동일했다는 것에서 이를 경기 흐름을 대변한다.

후반 역시 시리아는 최종 수비수를 제외하고 공격적인 압박으로 맞섰다. 한국은 크게 당황했다. 수비 지역에서 허둥지둥댔고 공격에선 마무리 패스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시리아에 역습을 허용했다. 후반 9분 슈틸리케 감독은 고명진을 빼고 수비 자원인 한국영을 투입했다. 반면 시리아는 공격수를 투입하면서 홈, 원정 팀이 뒤바꾼 듯한 경기 내용을 이어갔다. 후반 25분 또 한 번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순식간에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교체로 들어간 피라스 알 카팁이 권순태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강하게 때린 왼발 슛은 다행히 권순태의 머리에 맞고 튀어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8분 황희찬 대신 이정협, 후반 41분 구자철 대신 황의조 등 공격수를 모두 투입해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했다. 측면과 중앙 등 공격진 패스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고, 공격수의 슛은 단순했다. 후반 추가 시간 또다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알 카팁의 슛이 한국 골대 상단을 때리고 흘렀다. 결국 한국은 끝까지 시리아 반격에 진땀을 흘리면서 한 골 차 승리를 지키는 데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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