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인 글로벌 여준영 대표

[스포츠서울 김효원 대중문화부장]홍보회사 프레인글로벌이 공연기획사 쇼노트(대표 김영욱)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뮤지컬제작에 첫발을 내디뎠다. 첫 작품으로 오는 4월 1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옥주현, 박은태 주연의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제작하고 있다. 프레인글로벌은 국내 1위 규모를 자랑하는 홍보대행사로 최근 배우 매니지먼트(프레인TPC)와 공연(포트럭), 영화(프레인무비),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외양과 내실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일하면 최고의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으로 하루 20시간씩 일하는 워커홀릭이자 300여명의 직원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는 여준영(47) 대표를 만났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뮤지컬 제작에 첫 발-뮤지컬 제작사 쇼노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대형 뮤지컬 제작을 시작했다. 색다른 행보인데 이유는?

복합적이다. 이유가 많다. 첫번째는 우리가 PR회사인데 주로 다른 회사를 PR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손으로 우리의 콘텐츠를 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의 콘텐츠를 알려서 성과를 내보면 그 어느 때 보다 보람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회사가 영화에도 투자했는데 그 이유는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 보다 우리 회사 소속 배우들이 뛰어놀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뮤지컬 배우도 소속돼 있다. 우리 회사 소속 뮤지컬 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의미에서 뮤지컬을 제작하게 됐다. 쇼노트와 함께 5대5로 투자해 출발했는데 이제 시작단계지만 오래 갈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한다.

-뮤지컬 제작은 노하우가 필요한데 어떻게 용기를 냈나.

우리 회사에 뮤지컬 배우들이 있어서 한 3년 정도 뮤지컬을 열심히 보러 다녔다. 운 좋게 우리 배우가 쉬지 않고 작품을 해서 뮤지컬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경험이 뮤지컬 제작을 할 수 있게 해줬다. 그 첫 단계로 지난해 ‘쓰릴미’와 ‘넥스트 노멀’ 등 두 편의 뮤지컬에 투자를 했었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안정적인 뮤지컬 제작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는 쇼노트와 의기투합해 각각 25억씩 투자해 합작사를 만들고 뮤지컬을 제작하게 됐다.

-뮤지컬 제작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내가 철저히 사업만을 생각한다면 굳이 콘텐츠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명감이라면 거창하고 상쇄가 된다. 뮤지컬로 좀 손실을 보더라도 우리 배우가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무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하나를 잃더라도 회사로서는 더 유리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뮤지컬이 현장에서 들여다 보면 주연부터 앙상블까지 100회면 100회 내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걸 지켜보면 가슴이 뭉클한 게 있다.

뮤지컬 매디슨카운티의다리_메인포스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포스터.

-첫 제작으로 미국의 유명 소설을 토대로 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선택했다. 기대하는 점은?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그동안 많은 뮤지컬을 봤는데 대극장 뮤지컬에 오로지 사랑이 주제인 현대극이 드물었다. 주로 시대극이거나 장르물로 복잡하고 많은 주제를 담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어쩌면 불륜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감정인데 주인공이 가정을 끝까지 지키면서 사랑을 떠나보내는 묘한 지점이 좋았다. 또 워낙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가 좋았다. 메릴 스트립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대극장에서 뮤지컬로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이 많이 됐었다. 그러나 만들어진 노래를 듣고 나니 뮤지컬의 무기가 노래라는 걸 다시 절감할 수 있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영화가 오히려 부러워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극이 연극적 요소가 많아서 배우들이 연기를 영화 못지않게 해내야 한다는 점도 매력이다.

-주인공을 맡은 옥주현, 박은태가 원캐스트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원케스트에 대해서는 회의 때 여러 이견들이 있었다. 원캐스트는 사실 매출에는 손실이 있다. 여러 캐스팅을 골고루 관람하는 팬도 있고 배우마다 고정 팬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노트 김영욱 대표가 원캐스트를 강조했다. 어느 관객이 와도 똑같은 수준의 공연을 보게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했다.

-소속 배우인 옥주현의 매력은 뭘까?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를 들으면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노래 못지 않은 기량이 있다. 그중에서도 옥주현씨는 굉장히 잘하는 배우다. 옥주현씨의 장점은 극에 참여했을 때 극을 끌어가는 카리스마에 있다. ‘마타하리’, ‘엘리자벳’ 등에서 타이틀롤로 무대를 이끌었듯 이번에도 잘 할거라고 믿는다.

프레인 글로벌 여준영 대표
프레인글로벌의 여준영 대표.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200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를 PR회사의 리딩기업이 되기까지-처음 PR 회사를 차리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중소기업으로 옮겼었다. 당시가 2000년쯤으로 벤처 붐이 일었을 때였는데 벤처 업체들이 나에게 알음알음으로 홍보 자료를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2000만원으로 후배 두명을 뽑아서 홍보 일을 시작했다. 그 후 아는 분의 호의로 그분 일을 도우며 사무실을 빌려쓰다가 7000만원을 모았을 때 홍대 쪽으로 사무실을 얻어 나와서 직원을 여섯명 뽑아 본격적으로 홍보 일을 했다.

-연매출 350억원, 직원 300여명, 계열사 10여개 등 리딩기업으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많은 사람을 고용하게 됐나 가끔 돌아본다.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나는 회사 배당을 집으로 가져간 적이 없다. 모든 돈을 회사가 쓸 수 있게 했다. 주변에서 직원들 월급 못주는 벤처 기업들을 많이 봐서 무조건 몇달치 직원 월급은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다짐했다. 그때 부터 직원들의 월급 유보금을 쌓아놨다. 투명하게 운영했고 매년 직원을 두배씩 뽑았다. 지금은 직원이 계열사 포함 300명으로 PR파트에만 150명이 일하고 있다.

또 하나의 비결이 있다면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일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프로젝트를 할 때는 집에도 안가고 주말도 없다. 나보다 일을 많이 하는 직원은 없을 듯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직원들이 나와 한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프로젝트를 할 때 직원들에게 지원하라고 하면 주저한다. 결과가 남달라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직원들이 일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주로 신입사원급을 데리고 일을 많이하고 그게 십 몇년 동안 이어져 왔으니 그렇게 전달되는 지식이 분명 회사에 조금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흔히 이야기하듯 ‘일이 제일 재미있어요’라는 스타일인가?

아니다. 일 하기 싫고 힘들때 많다. 그런데 내 뒤에 아무도 없으니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만큼 관심사가 굉장히 많을 듯 하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은 평소 관심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데 관심을 잘 두면 모두 일할 때 협업으로 연계할 수 있다. 그래서 SNS, 인터넷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예전에는 좋은 걸 보기 위해서는 외국에 가야 했는데 지금은 인터넷 안에 모두 다 들어있다. SNS나 인터넷을 보다가 잘하는 신인들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서 ‘이걸 좀 같이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편이다. 직업상 슬픈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남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움직여야한다는 점이다. 남자인데도 여자분들이 좋아하는 걸 알아야 하고 나이 먹어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걸 알아야한다. 24시간 내내 관심의 안테나를 켜고 있어야 한다.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현재 프레인의 경우에는 채용에 내가 관여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직접 뽑는다. 내가 관여는 못하지만 간헐적으로 프로젝트를 할 때 직원들과 일하면서 평가하는 방식이 있다. 두 가지를 보는데 태도와 실력이다. 태도가 좋은데 실력이 나쁘고 실력이 좋지만 태도가 나쁘면 누굴 뽑을까? 조직이기 때문에 나는 태도에 더 비중을 둔다. 대신 직원을 잘 가르쳐야 하니까 윗사람이 실력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나.

지금은 회사마다 각자 대표가 다 따로 있으니까 직원들과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다만 나는 회사에서 제일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쯤 된다. 하루에 세네 시간 잔다. 밤을 샐 때도 무척 많다. 일 많이 하는걸 따라하라고 보여주고 싶은게 아니라 제일 잘하는 사람이 회사에 리더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능력없는데 잘하려니 많이 하게 되더라. 프레인 초창기 부터 일했던 직원들이 지금 다 임원으로 일한다.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또다른 목표는 무엇일까?

컨설팅 회사들은 책임지지 않는 편이다. 결과와 무관하게 수임료를 받는다. 우리는 최근에 우리가 광고와 마케팅에 들어가는 모든 시간과 비용을 먼저 투자하고 결과가 좋으면 그 보상을 받는 조금 무모해 보이는 일을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실력은 있는데 빛을 보지 못한 회사들에게 좋은 도움이 될것이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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