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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6차전 경기에서 전반 34분 선제골을 내준 뒤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창사=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충격적인 패배였다. 러시아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험난해졌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앞날도 어두워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 경기를 치렀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직행 티켓을 얻기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하는 입장이었던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채 0-1로 패했다. 승점을 하나도 얻지 못해 최종예선 통과가 더욱 험난해졌다. 역대 18승12무1패로 중국을 상대로 절대적인 우위였던 한국은 지난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패배한 이후 중국에 역대 2번째로 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주력 전술로 활용해온 4-2-3-1 전형을 택했다. 최전방에 이정협을 세우고 그 뒤에 구자철을 배치했다. 손흥민의 경고누적 결장으로 걱정을 낳았던 왼쪽 측면은 남태희가 나섰다. 지동원이 오른족 측면에서 좌우 균형을 맞췄다. 주장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한 자리를 맡은 가운데 그의 중원 파트너는 고명진이 선발로 나섰다. 포백 수비의 좌우 측면에는 전문 풀백인 김진수와 이용이 나섰고, 중앙수비는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장현수와 홍정호가 맡았다. 골문은 권순태가 지켰다.

한국은 측면을 활용하면서 중국을 공략해나갔다. 김진수가 적극적으로 오버랩에 가세한 왼쪽에서 크로스 기회가 몇 차례 만들어졌지만 골문을 위협할 슛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용의 공격가담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대편에서는 지동원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장면이 몇 번 만들어졌다.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한국이 많았지만 적극적인 압박과 빠른 역습을 선보인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최전방에 선 왕용포를 비롯해 우레이와 위다바오 등이 한국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고 날카로운 침투를 보여줬다.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공격기회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쇄도하는 선수를 향해 투입되는 패스가 매서웠다. 한국은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한 차례 실점위기를 맞았다. 전반 29분 수비지역에서 공을 잡은 이용이 방향을 전환하려다 미끄러져 넘어지자 우레이가 공을 빼앗아 한국의 페널티박스까지 내달렸다. 중앙에서 쇄도하던 위다바오에게 패스가 이어졌는데 위다바오의 논스톱 슛은 다행히 권순태 정면으로 향했다.

서로 공방이 이어지던 때 중국이 선제골을 넣으며 균형을 무너뜨렸다. 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 왕용포가 차올린 공을 가까운 쪽 포스트에 서있던 위다바오가 머리로 받아 방향을 돌려놨다. 지동원의 대인마크가 헐거웠던 점이 아쉬웠다. 공은 권순태 골키퍼를 지나 반대편 골망에 꽂혔다. 지난해 9월 홈에서 치른 1차전 당시에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했던 한국으로서는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세가 오른 중국 관중들의 응원함성도 더 위압적으로 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정협을 대신해 김신욱을 투입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후반 14분 기성용의 중거리슛이 나오기까지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한 공격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 20분 슈틸리케 감독은 미드필더 고명진을 빼고 공격수 황희찬을 투입해 공격에 무게를 더 실었다. 황희찬이 공격진에 가세하면서 구자철이 기성용과 나란히 서는 것으로 바뀌었다. 황희찬은 구자철이 맡았던 중앙 처진 공격수 위치를 맡았다. 골이 필요한 한국이었지만 수비적으로 전환한 중국의 골문을 열기가 어려웠다. 기성용의 두 차례 위협적인 중거리슛은 상대 정청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30분 남태희의 크로스에 이은 지동원의 헤딩슛도 선방에 막혀 무위에 그쳤다. 후반 35분 남태희의 코너킥을 지동원이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은 골문 앞에 서있던 우시가 몸으로 막아냈다. 한국으로서는 골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후반 39분 남태희를 빼고 허용준을 투입하며 쓸 수 있는 공격카드를 모두 썼다. 하지만 마음만 다급했을 뿐 중국의 골문은 끝내 열지 못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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