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양현종 만난 김성근 감독, \'마운드 상태 괜찮아?\'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이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한화와 KIA의 시범경기 5회 종료 후 클리닝타임에 마운드에 올라가 KIA 선발투수 양현종에게 마운드 상태에 대해 묻고 있다. 대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 시범경기에서 5회초 공수교대 때 마운드로 올라갔다. 추평호 심판위원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함께 연습투구를 준비하던 양현종에게 다가갔다. 몇 마디 대화를 주고 받았고 양현종이 웃으며 인사를 꾸벅한 뒤 이닝을 시작했다.

경기도중, 그것도 상대 투수가 연습투구를 준비할 때 마운드로 향한 장면은 이례적이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마운드가 깊게 파여 체크를 하러 올라갔다. 상대 투수이니까 혹시 발목을 다치면 어쩌나 싶어 ‘괜찮으냐’고 물었다. 양현종이 ‘파이면 발로 한 번 다지고 던지면 됩니다’라며 웃더라”고 말했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한화는 지난 21일, 21일 양일간 마운드와 배터박스 주변에 보강공사를 단행했다. 지난 7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각 구장 시설점검을 했는데 대전구장 마운드가 기준에 비해 5㎝가량 높아 보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해마다 시즌 전에 각 구장 규격 실측을 한다. 대전과 또다른 한 곳의 마운드가 기준보다 높아 지난 16일 구단에 이를 알리고 24일까지 결과를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범경기 때문에 공사가 늦어지더라도 개막 전까지 맞추면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SS포토]KIA 나지완, 1루에서 홈까지 뛰었는데...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한화와 KIA의 시범경기 3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KIA 1루 주자 나지완(오른쪽)이 이인행의 2타점 2루타 때 홈까지 내달리다 한화 포수 조인성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대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 12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한화는 14일부터 홈 6연전을 치렀다. 마운드 보강 공사를 할 시간이 없어 마산 원정을 떠난 직후 공사를 시작했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 시설관리팀에서 유실된 흙을 보강하는 공사를 사업계획에 포함한 상태였다. KBO에서 규격을 맞춰달라는 권고를 받아 공사를 하는 김에 10㎝가량 흙을 덜어내고 일부 바닥공사를 한 뒤 규격에 맞게 덮었다. 24일 경기 후 원정을 떠나면 내외야 그라운드에 유실된 부분을 보강하는 공사를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투수파트 코칭스태프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운드 공사 여부를 현장 스태프에게 이날 통보했기 때문이다. 마운드 높이는 투수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 사전에 공지를 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라운드 보수공사도 마찬가지. 뒤늦게 사실을 전달받는 계형철, 정민태 투수코치가 이날 오전 투수 20명을 차례로 마운드 위에 세워 달라진 감각을 익히게 하느라 분주했다. 김 감독은 “공사를 마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디딤발이 닿는 부분이 많이 파인다. 다듬질을 계속 하고 새로 깐 흙이 마르면 괜찮아질 것”이라면서도 “사전에 얘기를 해줬더라면 훈련 스케줄 등을 협의해 마운드와 배터박스, 내외야 그라운드 보수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SS포토]부상에서 복귀한 한화 송창식
한화 송창식이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한화와 KIA의 시범경기 4회초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가 개막을 불과 보름 가량 남겨둔 시점에, 그것도 시범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실측 결과를 통보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대전구장처럼 마운드 높이가 규격과 달라 공사를 하면 투수들이 투구 감각을 새로 익혀야 한다. 높이변화에 따라 투구 궤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중반 이후까지 그라운드 보수 공사를 끝내지 못한 구장은 아예 실측이 어렵고, 공사 후 다시 측정했을 때 규격과 다르면 재공사를 해야 한다.

KBO 관계자는 “실측을 나갔을 때 그라운드 전면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구장은 측정을 못한다. 규격에 맞게 공사해달라고 얘기한 뒤 시즌 도중 상황을 봐서 실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후 실측해 다음시즌 준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미리 통보한다면 시범경기 시작부터 규격에 맞는, 공사가 끝난 구장을 활용할 수 있다. KBO측은 “매년 해오던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시범경기 도중 달라진 그라운드에 적응하느라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운용의 묘’는 이럴 때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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