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예상 포진도

[창사=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중원을 지배하는 자 승리를 얻으리라. 이겨야만 하는 한국과 중국은 상대 골문을 열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견된다. 베테랑들이 지휘하는 중원에서의 기싸움이 승부의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기성용(28·스완지 시티)이 핵심이다. 공격의 시발점이자 수비의 첨병으로서 그가 맡아야 할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전방 공격진에게 향하는 패스를 공급하고 경기의 흐름을 조절해왔다. ‘캡틴’의 조타에 따라 ‘슈틸리케호’ 공격 방향이 결정되고 전진할 때와 후퇴할 시기가 달라진다. 지난 2008년 9월 요르단과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미 A매치 89경기에 나섰다. 국가대표 10년차인 기성용에게 이번 중국전은 90번째 A매치다. 아시안컵과 올림픽, 월드컵 등 수도 없는 전장을 누비며 쌓아온 경험의 힘이 중국 격파의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팀의 선참으로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왔던 곽태휘(서울)가 빠진 상황인 만큼 기성용이 해내야할 역할은 더욱 무거워졌다.

기성용이 기싸움에서 이겨야하는 상대는 중국의 기둥인 정즈(37·광저우 헝다)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는 그는 후방에서 버티며 중국 공격진을 지휘하고 수비진을 보호한다.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중원의 사령관과 같은 중요한 위치다. 중국 취재진은 “정즈를 기점으로 전방의 선수들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면서 그가 공수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임을 설명했다. 정즈는 A매치 94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자 중국 대표팀의 최연장자로서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도 맡고 있다. 2007년1월부터 2년 8개월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찰턴 애슬레틱에서 뛰기도 했다. 광저우 헝다를 이끌었던 마르셀로 리피 중국 대표팀 감독도 가장 믿고 의지한다. 22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피 감독의 옆을 보좌한 것도 정즈였다. 리피 감독이 중국 선수들의 정신적인 무장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즈가 중국 선수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다.

기성용은 상대 중심축인 정즈와 중원에서 맞딱뜨리게 된다. 기싸움에서 승리하면 중국 대표팀 전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 중국이 골을 노리고 전진할 때 기성용이 이를 저지하며 역습의 출발점이 된다면 정즈는 수비수들을 이끌고 퇴각할 수밖에 없다. 정즈를 페널티박스 부근으로 밀어낸다면 공격진으로 공급되는 패스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기성용은 “중국이 강하게 나오면서 전방부터 압박할 것 같다. 초반 기싸움이 중요하다. 우리가 자신있게 플레이 하면서 상대에게 밀리지 않아야 한다. 좀 더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선은 제가 잘해야 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인 만큼 제가 모범적으로 잘해야 선수들도 저를 믿고 함께 힘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신적인 측면도 언급했다. “이제는 제가 막내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예전엔 선배들에게 의지했지만 지금은 제가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그는 “과거 선배들이 가진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힘든 상황과 부담감은 대표선수로서 가져야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전 필승을 다짐했다. 든든함이 느껴지는 진중하고 당찬 각오였다.

정즈는 한국을 상대로 나선 경기에서 한 차례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속이 상하겠지만 한국이 넘기 어려운 벽인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해 9월 한국 원정에선 자책골을 넣어 체면을 구겼다. 그는 “중국도 그렇고 한국도 서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인해 몇몇 선수가 뒤늦게 합류하기는 했지만 체력 회복은 문제없다. 특히 한국전 승리를 위한 정신적인 준비가 잘 돼있다.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승점 3을 얻어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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