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하나가 OCN ‘보이스’로 다른 컬러를 입었다.

지난 12일 인기리에 종영한 ‘보이스’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신고센터 대원들의 수사극. 여기서 이하나가 맡은 112센터장 강권주는 과거 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잘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까지 다 듣는 절대 청감력이 생겨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소리로 단서를 찾아 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우는 인물이었다. 또한, 사건의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기 위해 골든타임팀을 직접 꾸려 현장에서 직접 뛰는 형사 무진혁(장혁 분)과 남다른 팀워크를 보여줬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가다듬어 전화기 너머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고, 때로는 현장에 직접 나가 몸을 던져가며 피해자를 구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하나

이하나는 사실 ‘보이스’ 전에는 주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서 유쾌하고 자유로운 캐릭터로 안방팬들에게 각인됐다. 게다가 직업도 없는 백수이거나 아니면 비정규직 캐릭터가 대부분이어서 수사극 같은 장르물 혹은 전문직과는 결을 달리 해왔다.

또한, 작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팬들에게 이하나는 ‘보헤미안’이었다. 그동안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는 배우가 더러 있었지만, 이하나의 모습은 다른 배우들보다 좀더 대중의 틀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이하나

그랬던 이하나여서 이번 강권주의 모습은 신선하고, 반가웠다. 캐스팅 경쟁이 치열한 배우들의 세계에 있으면서도 유유자적 사는 줄 알았던 그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발걸음을 성큼 내디딘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하나도 연기인생에 있어서 골든타임에 ‘보이스’를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근 만난 이하나는 강권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 순간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하나는 “원래 나는 방청석 알바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리액션이 많은 사람이다. 적막이 생기면 어색하고 참기 힘들어서 뭐라도 말을 하게 된다. 내가 주변의 환경에 흔들리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권주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캐릭터이다 보니 일을 끝내고 집에 가도 그런 에너지가 남아있더라. 원래 좀더 들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한마디씩은 좀 덜하게 된다고 해야하나.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첫 센터 촬영 때 (극중 경찰청장 역의) 조영진 선배님이 ‘권주 흔들리지마’라고 한 마디 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 그 말씀을 붙들고 촬영했다. 그리고 나니 흔들리지 않아도 편안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만 적막이 흘러도 불안하고, 한마디 더 해야할거 같았는데, 지금은 좀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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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나를 잘 모르나보다. 이번 드라마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이 알게 됐다. 내가 적막을 싫어하고 힘들어하는지도 ‘보이스’를 통해 알게 됐다”며 웃었다.

또, “권주는 제한이 많았던 것 같다. 마음의 벽도 있고. 내가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을 겪었고. 상처가 있는 역할이었다. 상처가 이렇게 큰 역할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한 이하나는 “이번에 눈물연기나 화를 내는, 소리를 지르는 연기가 예전에 비해 자연스러워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런 연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때이기도 했지만, 삶의 무게나 상처가 별로 없이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권주는 내가 알지 못했던 무게를 가지고 산 사람이었다. 납골당 장면을 찍을 때에는 지금도 울컥할 정도로 제어가 안됐다. 어떤 간절함을, 내가 정말 간절하다고 얘기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세상에 누가 더 간절하다고 얘기할 수 없는데, 그동안은 나도 간절한데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양보하면 소중한 사람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간절함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누가 제일 슬프지 생각하면서 찍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눈가가 촉촉해진 이하나는 “간절함을 양보해야하는 상황이 화가 날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번에 다르게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스스로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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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동안에는 왜 참고, 양보했을까. 그는 “촬영할 때 항상 긴장하고, 멍석 깔아줬을 때 잘 하질 못했다. 아무도 나에게 긴장하라고, 부담을 느끼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데도 말이다. 나에게 긴장감이 큰 벽이었나보다”라며 장혁과의 첫 대응 장면을 찍을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진혁(장혁 분)이랑 몇년만에 다시 만났을때 거친 말들이 오가는 장면에서, 그게 첫 대응 신이었는데, 그때 오빠 눈을 너무 피하고 싶었다. 이렇게 싸워본 적도 없고. 어색하고. 침착하기가 어렵더라. 그런데 오빠가 시선을 빼려고 하는 나에게 ‘내눈 똑바로 보라’고 말해 강한 자신감을 줬다. 그때 나도 ‘권주 간절하다, 여기서 지면 배신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드라마로 호평도 받고, 스스로도 연기의 틀을 깨고 나왔다고 할 정도니 이번 같은 장르물에 대한 애정이 더 많아지지는 않았을까. 이하나는 특히 “액션연기가 재밌었다”면서 “찍고 나면 추운 촬영에도 체온도 올라가고, 사람들 사이에 벽도 허물어지고 좋더라. 원래는 온실 체질이었는데, 이번 액션 연기를 통해서 액션팀들의 정성과 노고에 너무 감동했다. 더 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우리 스태프들은 좀 고생을 덜하고, 추위를 덜 탈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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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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